낸드 시장 '양극화' 심화...삼성·SK 고부가 제품으로 수익성 방어 집중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공장 내부 /사진 제공=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응용처별로 수요와 가격이 크게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공급 업체들의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혜택을 받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는 높은 부가가치를 유지하는 반면, 스마트폰용 범용플래시저장장치(UFS)와 PC용 SSD는 전방산업 침체로 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낸드 제조사들은 범용 제품 공급을 줄이고 eSSD 출하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수익성 중심의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낸드 사업에서 eSSD 판매를 집중적으로 늘렸다. 연초에 약 30%였던 eSSD 비중은 3분기에 삼성전자는 50% 이상, SK하이닉스는 60% 이상까지 확대됐다. 금액으로는 3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약 4조원, SK하이닉스가 약 3조원의 eSSD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에 eSSD 매출을 전 분기 대비 약 45% 늘린 데 이어 3분기에는 35%의 성장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도 2분기 50%, 3분기 20%로 매출을 빠르게 확대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AI 투자를 지속하는 북미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이어 eSSD 수요도 크게 늘리며 관련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며 "연말에도 비중이 급격히 커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버금가는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eSSD는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낸드를 기반으로 D램, 시스템반도체(컨트롤러) 등으로 제작되는 응용복합 제품이다. AI 기술 발전으로 방대한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고성능과 높은 신뢰성을 갖춘 eSSD가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핵심 구성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일반소비자용 정보기술(IT) 제품에 탑재되는 낸드 시장은 수요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키옥시아 등 주요 업체들이 생산량을 조정하면서 올 하반기 재고 수준은 안정됐으나, PC와 스마트폰 수요가 회복되지 않아 가격은 횡보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YMTC는 현지 고객들에게 낮은 가격으로 낸드를 공급하며 가격을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PC와 스마트폰용 낸드 공급을 줄이고 eSSD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고용량 구현에 유리한 쿼드레벨셀(QLC) 기반 eSSD의 양산을 서둘러 64TB(테라바이트) 제품을 출시하고, 128TB 시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128TB QLC 제품군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자회사 솔리다임이 업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QLC 기반 60TB 이상의 eSSD로 고용량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했다. 올 eSSD 매출은 전년 대비 4배 이상 성장이 기대된다.

스마트폰과 PC용 낸드 수요 부진으로 최근 낸드 공급과잉 가능성이 대두되는 만큼, 수익성이 낮은 제품의 출하를 줄이고 고가의 eSSD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수요가 둔화하는 제품 때문에 재고가 늘어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추가 생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