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GTX-A 열차의 내부 모습인데 자리마다 구부러진 쇠막대가 보인다. 언뜻 보면 좌석 팔걸이처럼 생겼는데 막상 팔을 걸면 이렇게 미끄러져버린다. 유튜브 댓글로 “얼마 전 개통한 GTX-A 노선의 열차 좌석을 보면 팔걸이가 진짜 불편하게 생겼던데 왜 그렇게 불편하게 만들어놨는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요즘 신도시 출근족들에게 핫하다는 GTX-A. 몇년을 기다린 신상 열차의 좌석 팔걸이가 진짜 이상하게 생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열차를 타고 내부를 확인해봤는데, 어라, 높이가 너무 낮아서 팔을 걸어보려고 해도 거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억지로라도 팔을 걸어보려면 다리를 앞으로 쭉 빼고 거의 누운 자세를 해야만 했다. 게다가 모양도 유선형이다 보니 팔을 올려도 계속해서 미끄러졌다.

대체 팔걸이를 왜 이런 모양으로 만들었는지, GTX-A를 운영하는 회사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이게 팔걸이가 아니라는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GTX-A운영 관계자]
“이용자 분들 중에서 좌석 분리대를 팔걸이로 인식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이는 아니고 좌석과 좌석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한 목적의 좌석 분리대라는 점. 의자와 의자 사이에 좌석 분리대가 설치되어 있어서 충분한 개인 공간이 확보되도록 설계를 했습니다”

자꾸만 미끄러지는 모양도 설계할 때부터 다 의도된 거였다고. 이건 GTX-A 열차를 제작한 현대로템에 물어봤다.

[현대로템 관계자]
“최초에 이제 벤치마킹했던 차량은 영국의 크로스 레일이라는 차고요. 저희가 디자인을 좀 변경해서 일단은 높이를 낮춰서 팔을 못 걸게 하고 혹시라도 굳이 팔을 걸게 되더라도 약간 유선형으로 만들어가지고 팔이 흘러내리게끔 그렇게”

팔걸이가 자꾸 미끄러진다는 불평이 나왔던 이유는 이게 팔걸이가 아니라 좌석 분리대였기 때문. 지하철에서 흔한 이런 민폐 행동들을 방지하는 용도였던 것.

그러니까 영국 GTX에 있는 팔걸이를 벤치마킹하면서 팔걸이 대신 좌석 분리대로 변경했다는 얘기. 근데, 팔걸이도 좌석 분리 기능을 할 수 있는데, 굳이 팔을 못 거는 분리대로 변경한 이유는 뭘까.

[현대로템 관계자]
“팔걸이를 쓰다 보면 한쪽에서 팔걸이를 점유하게 되면 반대편 쪽 사람은 사용을 못 하게 되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서로 평등하게 팔을 걸지 않고 어차피 좌석에 넓게 쓰는 게 용도이기 때문에 좌석을 분리하는 용도로만 쓰자”

그러니까 팔걸이를 놓고 좌우의 승객이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을 막기 위해 아예 팔을 못 걸도록 디자인을 했다는 것.

그렇다면 새로 건설되는 신규 노선에 이 분리대를 적용하긴 어려울까. 서울교통공사에 물어보니 공간 문제로 쉽지 않다고 한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GTX-A는 한 칸에) 문이 또 세 짝이더라고요. 지하철 같은 경우는 문이 네 짝이거든요. 그러니까 문 그 짝 하나에 공간을 많이 잡아먹어요. 그리고 문 주위에는 승객이 한 명 정도 있을 공간도 있어야 되잖아요. 그런 것들 때문에…어려움이 발생하는 거로 파악을 하더라고요”

정리하자면 GTX-A는 3개의 문들 사이에 378㎝짜리 좌석들이 이렇게 길게 놓이는 반면,

일반 지하철은 4개의 문 사이에 상대적으로 길이가 짧은 좌석들이 놓이게 돼서, 기본적으로 좌석에 할당할 수 있는 공간이 좁고, 따라서 1인 좌석의 숫자를 줄이지 않는 한 분리대를 설치할 공간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같은 이유로 1인석의 크기 자체도 일반 지하철(45cm)이 GTX-A(48cm)보다 짧게 설계돼있다.

막 운행을 시작한 새 열차여서 내부가 너무 쾌적하다는 것 말고도, GTX-A가 각광받고 있는 진짜 이유는 엄청난 속도인데, 최대 시속 180km로 서울역에서 운정중앙역까지 2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배차간격도 6분 정도로 비교적 짧아서, 그동안 10~30분 간격으로 오는 경의중앙선 열차 때문에 화났던 이들에겐 정말 신세계였다.

한가지 단점은 열차 플랫폼이 지하 8층에 있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끝없이 내려가야 한다는 점. 서울역에서 탑승하며 측정해보니 지하철 입구에서 플랫폼까지 8분 넘게 걸렸다. GTX-A 탈 때는 이 시간을 꼭 계산해야한다.

앞으로 GTX-A는 서울역을 지나 삼성역과 수서까지 연장될 거라고 하는데 더 많이 만들어져서, 서울의 집값 지옥도 탈출하고 출퇴근도 더 빨라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