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2025년은 참 묘하다. 유럽을 떠나 LAFC에서 첫 시즌을 치르고 있는데, 성적표는 기대 이상이고 표정도 밝다. MLS 적응이 걱정이었지만 초반부터 득점과 도움을 쌓으며 팀 공격의 축이 됐다. 데니스 부앙가와의 호흡은 ‘흥부듀오’라는 별명처럼 눈에 보이는 결과로 이어졌고, LAFC는 그가 오자마자 다시 우승권 팀의 색깔을 되찾았다. 그런데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또 다른 소식이 동시에 떠오른다. 겨울 비시즌에 유럽으로 ‘잠깐’ 다녀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른바 ‘베컴 조항’이 계약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2~3개월짜리 단기 임대가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 과거 데이비드 베컴이 LA 갤럭시 소속으로 AC밀란을 오갔고, 티에리 앙리가 뉴욕에서 아스널로 돌아갔던 그 길. 이번엔 손흥민이 그 발자국을 밟을 차례냐는 질문이 붙는다.

먼저 왜 이런 이야기가 힘을 얻는지부터 보자. MLS는 12월 초에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 개막이 2월 말~3월이다. 유럽과 달리 겨울에 공백이 길다. 월드컵을 1년도 채 안 남겨둔 대표팀 주장 입장에선, 높은 강도의 실전을 이어가며 몸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유혹이 당연히 있다. 경기 감각은 훈련만으로 대체하기 어렵고, 특히 유럽 상위권 리그에서의 템포는 대표팀이 가장 고비를 넘겨야 하는 지점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베컴, 앙리, 프랭크 램파드 같은 선수들이 MLS 비시즌을 유럽 임대로 메우며 스스로의 경쟁력을 지켜왔다. 구단 입장에서도 톱스타가 유럽 무대에서 새 이슈를 만들면 브랜드 가치는 올라가고, 선수는 더 단단해져서 돌아온다. 단, 이 그림이 예쁘게만 보이진 않는다. 일정, 부상 위험, 보험, 복귀 시 컨디션, 그리고 LAFC의 프리시즌 플랜까지, 세세하게 따져야 할 체크리스트가 꽤 길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행선지는 세 곳이다. AC밀란, 토트넘, 바이에른 뮌헨. 밀란은 역사적으로 MLS 단기 임대를 가장 영리하게 활용한 클럽이다. 베컴 사례를 통해 절차와 리듬을 이미 겪어봤고, 겨울 창에서 윙/세컨톱 자원을 짧게 채워 화력을 유지한 경험이 있다. 전술적으로도 밀란은 왼쪽 하프스페이스와 전환 속도를 중시하는데, 손흥민의 역습 스프린트, 안쪽 침투, 원터치 마무리는 팀이 가장 반기는 유형이다. 단점은 간단치 않다. 2~3개월짜리 임대는 리그·컵·유럽 대회를 병행하는 일정 속에서 “주전 보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손흥민이 벤치에서 로테이션으로 뛰는 그림이라면, 굳이 긴 비행과 적응을 감수할 이유가 줄어든다. 또한 세리에A의 촘촘한 수비 앞에서 ‘한 경기 한 장면’이 승부를 가르는 경우가 많아, 팀 패턴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토트넘은 감정의 무게가 가장 큰 카드다. 오랜 시간 주장으로 뛴 친정팀, 팬들의 마음, 런던에서 쌓인 생활 기반. 프리미어리그 템포에 익숙하다는 점도 매력이다. 다만 이 시나리오에는 미묘한 현실이 깔려 있다. 손흥민이 떠난 뒤 토트넘이 어떤 시스템을 가동하는지, 윙이 아닌 중앙에서의 역할을 얼마나 보장할 수 있는지, 겨울 일정에서 주전급에게 부여되는 책임이 어느 정도인지가 복귀의 설득력을 좌우한다. 임대는 ‘정리된 작전 계획’ 위에서만 의미가 있다. 하루라도 빨리 합류해 어느 포지션, 어떤 패턴으로 뛸지 합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가움만 남고 실익은 사라질 수 있다.
바이에른 뮌헨은 상징성으로 압도한다. 케인과의 재회, 챔피언스리그 경쟁, 분데스리가의 직선적인 템포. 왼쪽이나 중앙, 전방 전환에서 손흥민의 직진성을 살리기 좋은 구장이다. 뮌헨은 겨울에 보강을 즐겨 하지만, 그만큼 내부 경쟁도 가장 치열하다. 단기 임대생에게 ‘핵심 롤’을 약속하는 클럽이 아니다. 또한 UCL 엔트리와 등록 규정, 시즌 중 빽빽한 일정 사이에서 로테이션 폭이 제한될 수 있다. 즉 ‘가면 무조건 뛴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 변수는 LAFC와 대표팀 관점에서 꽤 크다. 뛰지 못한 채 체력만 소모한다면 임대의 이유가 흔들린다.

임대의 목적과 리스크를 같이 보자. 목적은 분명하다. 높은 수준의 실전 강도, 대표팀까지 이어지는 경기 감각, 그리고 큰 무대에서의 자신감 유지. 리스크도 뚜렷하다. 장거리 이동이 잦아지면 근육성 피로와 수면 패턴이 흔들리고, 겨울철엔 잔근육 부상이 잦다. 무엇보다 ‘보험’과 ‘귀환 시점’이 관건이다. MLS 프리시즌과 개막 준비에 맞춰 반드시 복귀해야 하고, 돌아와서 바로 개막 라운드를 뛰려면 최소 2~3주 전엔 팀 훈련에 합류하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구단 간 계약서에 이 부분을 명확히 박아두지 않으면, 유럽 팀의 중요한 일정이 늘어질 때 돌아오기 어려운 딜레마가 생긴다. 베컴 사례가 남긴 교훈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또한 대표팀 소집(3월 A매치)과의 충돌 여부, 이동 동선의 피로도까지 한꺼번에 계산해야 한다.
LAFC 입장에선 무엇이 이득일까. 단기 임대는 위험과 기회가 동시에 있다. 스타의 글로벌 노출이 늘고, 유럽에서 만든 서사가 MLS 개막 마케팅으로 직결된다. 반대로, 선수 보호와 시즌 설계는 더 복잡해진다. 스트라이커 파트너의 역할, 전술 훈련의 연속성, 새 시즌 초반 페이스 설계가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임대가 성사된다면 LAFC는 ‘출전 시간 보장’, ‘복귀 시점 확약’, ‘메디컬 공유 체계’, ‘부상 시 치료·보험 책임’까지 계약에 세밀하게 적어두려 할 것이다. 유럽 클럽도 톱 플레이어를 쓰는 만큼, 경기 내·외부 관리에 투자 의사를 보여야 한다.

손흥민 개인에게 남은 질문은 두 가지다. “얼마나 많이 뛸 수 있나?” “돌아왔을 때 더 좋아져 있나?” 이 답이 ‘예’라는 확신이 서는 팀과 조건이라면, 단기 임대는 월드컵 시즌을 향한 똑똑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출전이 불규칙하거나 포지션이 애매하면, LA에서 맞춤형 프리시즌과 개인 전술 훈련을 통해 몸을 갈고닦는 편이 낫다. 그는 이미 유럽에서 증명했고, MLS에서도 증명 중이다. 더 보여줄 게 있다면 ‘경기’에서 보여줘야지, 위험한 모험으로 보여줄 필요는 없다. 임대는 선택지가 아니라 수단이다. 목표는 2026년의 최적화다.
현실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시나리오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밀란행. 패턴 적응이 빠르고, 즉시 전력으로 왼쪽/세컨톱에서 60~70분씩 꾸준히 쓰려는 구상이라면, 두 달 반 정도의 임대는 서로에게 윈윈이다. 둘째, 토트넘 복귀. 시스템 내 역할이 명확하고, 런던 환경 적응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몸 상태를 잃지 않은 채 경기 감각만 끌어올릴 수 있다. 바이에른은 매력적이지만, 출전 보장과 로테이션 폭이 관건이다. 무엇보다 어느 팀이든 ‘합류 즉시 역할’과 ‘정확한 복귀 시계’가 계약서로 명시돼야 한다. 감정의 선택이 아니라, 디테일의 선택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논쟁의 바닥에는 한 가지 진실이 있다. 손흥민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의 최정상 공격수라는 것. MLS라는 무대는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다른 형태의 책임을 줬고, 그는 여전히 팀을 이기는 쪽으로 이끌고 있다. 단기 임대가 성사되든, LA에서 겨울을 보내든, 중요한 건 하나다. 3개월 뒤 더 좋은 컨디션, 더 날카로운 결정력, 더 견고한 몸으로 돌아오는 것. 그렇게만 된다면, 그는 베컴이 남겼던 발자국 위에 ‘손흥민식 답’을 새길 수 있다. 화려한 행선지 이름보다 섬세한 준비가 먼저다. 그래서 이 겨울, 가장 중요한 건 어디로 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돌아오느냐다.
Copyright © 구독과 좋아요는 콘텐츠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