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김상태 내부통제…신한투자증권 ‘기만적 반대매매’ 구설

매수리포트 발표 당일 이례적 매도 거래…반대매매 의혹 속 내부통제 시스템 도마
[사진=뉴시스]

신한투자증권(이하 신한투자)의 수장 김상태 사장을 둘러싼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매수 의견’이 담긴 신한투자 리포트 발표 후 신한투자 계좌에서 관련 주식 매물이 급증하는 현상이 연거푸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부 투자자들이 ‘반대매매’ 의혹을 제기하는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선 의혹의 진상과는 무관하게 소비자 신뢰 하락과 직결된 사안을 방치한 김 사장의 내부통제 능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매수리포트 발표 당일 이례적 대규모 매도…연거푸 보인 이상 행보에 ‘반대매매’ 의혹 증폭

금융투자업계, 금융소비자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신한투자 계좌에서 파마리서치 주식 매물이 대거 쏟아졌다. 이날 하루 거래된 신한투자 계좌 주식은 무려 15만6124주에 달했다. 당일 종가 기준 291억3273만원 규모다. 올해 신한투자 계좌 보유 파마리서치 주식의 하루 매도량이 10만주를 넘어선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신한투자 창구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지기 직전 신한투자는 ‘그림이 더 예뻐졌습니다’라는 제목의 파마리서치 투자 리포트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글로벌 사모펀드 CVC의 2000억원 투자 공시 사실을 근거로 ‘매수 의견’과 함께 ‘목표가 24만원’을 제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같은날 개인 투자자들의 파마리서치 주식 매수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일 개인 투자자들은 파마리서치 주식을 총 12만4622주 매수했다. 외국인(11만4994주 매도)과 기관(2480주 매수)에 비해 매수 수량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이날 파마리서치 주가는 전일 대비 4.83% 오른 금액에 장을 마감했다.

신한투자 ‘매수 의견’ 리포트 발표 이후 신한투자 계좌에서 관련 주식 매물이 쏟아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9일 신한투자가 ‘이 길이 맞았다’라는 제목의 현대자동차 관련 ‘매수 의견’ 리포트를 발표한 당일 신한투자 계좌에서는 현대차 주식 6만1585주가 순매도 물량으로 나왔다. 당시 종가 기준 159억1972만원의 규모다. 순매도 물량이 매수 수량에서 매도 수량의 차이임을 감안할 때 실제 매도 물량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증권사에서 불과 일주일 간격을 두고 말과 행동이 다른 ‘표리부동’ 행보를 보이자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선 최근 외국계 증권사를 둘러싼 ‘선행매매’ 의혹과 같은 흡사한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매도 리포트 발표 전 보유한 주식을 전부 파는 ‘선행매매’나 매수 리포트 발표 직후 보유 주식 파는 ‘반대매매’ 모두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워 실체가 불문명하면서도 소비자 피해를 유발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비쳤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보가 취약한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증권사 보고서는 상당히 중요한 투자 참고 자료다”며 “증권사 계좌의 움직임이 리포트와 정반대로 움직였다면 충분히 ‘반대매매’ 의심을 가질 만한 사안이다”고 강조했다.

▲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 [사진=뉴시스]

황 교수는 특히 같은 일이 연거푸 발생한 점을 근거로 신한투자의 허술한 내부시스템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닌 기업 내부적인 문제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트다”며 “개인투자자들로 하여금 매수리포트가 나오는 즉시 매도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학습효과로 자리 잡아 종국에는 신한투자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 금융소비자시민단체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각종 금융사고로 인해 금융권 전반에 걸쳐 내부통제가 화두로 떠올랐다”며 “내부통제 자체가 결국 금융사와 소비자의 피해를 막자는 취지인데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만한 일이 연거푸 발생했다면 타 금융사와 같이 최고경영진에 대한 내부통제 부실 책임론을 제기할 만한 사안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만약 두 차례에 걸쳐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는데 그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에 위반될 만한 정황이 있다면 이는 중요하게 점검할 사항이다”며 “신한투자 증권사 자체에서 해당 일에 어떠한 거래가 일어났는지는 확인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고 밝혔다.

해당 사안과 관련,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당일 발생한 매수·매도와 관련해 회사 자체에서 진행된 매매 건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