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터보퀀트 뭐길래’…삼전·하닉 흔든 AI 변수는

AI 투자 흐름을 이끌어온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 기대에 변수가 생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 메모리 병목 겨냥…“덜 쓰고도 된다”
터보퀀트의 핵심은 AI가 사용하는 메모리를 줄이면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데 있다.
대형 언어모델은 사용자 대화 맥락을 ‘KV 캐시’에 저장하는데, 문맥이 길어질수록 메모리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난다. 그동안 AI 성능 경쟁이 GPU와 메모리 증설 경쟁으로 이어진 배경이다.
구글은 데이터 구조를 단순화하고 정보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이 병목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KV 캐시 용량을 기존 대비 최대 6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고, 특정 조건에서는 엔비디아 GPU 연산 효율도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은 ‘덜 써도 된다’는 점이다. 구글은 특히 정확도 손실 없이 메모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 외신도 주목…“비용 구조 바꿀 기술”
외신들도 이번 기술의 의미를 빠르게 짚었다.
벤처비트(VentureBeat)는 터보퀀트를 두고 “소프트웨어 최적화만으로 메모리 사용량을 크게 줄이고 연산 효율을 끌어올린 사례”라고 평가하며, 데이터센터 비용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분석했다. 테크크런치(TechCrunch) 역시 KV 캐시를 최소 6배 줄여 AI 운영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전하면서도, 아직 초기 단계 기술이라는 점을 함께 짚었다.
일부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는 발표 직후 관련 알고리즘을 적용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HBM 성장 공식에 생긴 변수
그동안 AI 산업은 ‘더 많은 GPU와 메모리’라는 공식 위에서 성장해 왔다. 특히 HBM은 핵심 수혜 부품으로 꼽히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을 이끈 요인이었다.
하지만 터보퀀트는 이 흐름에 질문을 던진다. 동일한 메모리로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면, 메모리 수요 증가 속도가 예상보다 완만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AI 인프라 경쟁이 하드웨어 확장에서 소프트웨어 효율 경쟁으로 일부 이동하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메모리 업체 중심 구조에서 빅테크의 설계 역량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무게가 이동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 증권가 “차익실현 명분”…과도 해석 경계
증권가에서는 이번 주가 하락을 구조 변화로 단정하기보다 투자 심리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존 메모리 업종 내러티브는 ‘LLM이 커지고 대화가 길어질수록 메모리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었는데, 터보퀀트 공개 이후 ‘동일한 메모리로 6배 더 긴 대화를 처리할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메모리 수요가 생각보다 덜 필요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내러티브가 생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어디까지나 논문 단계의 알고리즘 공개이고 실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연초 메모리 폭등 랠리 이후 누적된 피로 속에서 차익실현의 명분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AI 모델 효율성과 성능이 향상될수록 오히려 AI 총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며 “이번 이슈가 딥시크 사태처럼 단기 이벤트에 그칠지, 아니면 새로운 국면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덜 쓰는 기술’이 시장을 키울 수도
터보퀀트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AI 경쟁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자원을 얼마나 많이 투입하느냐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같은 자원으로 얼마나 효율을 끌어올리느냐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메모리 사용량 감소는 데이터센터 비용과 전력 부담을 낮추고 AI 도입을 확산시키는 요인이 된다. 효율 개선이 오히려 시장 전체 수요를 키우는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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