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코인허브 UAE]석유를 코인으로…'기회의 땅' 가보니

편지수 2024. 10.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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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정부 차원 투자·친화적 규제로 스타트업 모여
2030년 가상자산기업 1천개, 일자리 4만개 목표
"글로벌 수준의 행정· 네트워킹 기회 장점"
두바이 내 자유구역인 두바이복합상품거래소(DMCC) 전경. /사진=비즈워치
'오일 허브' 아랍에미리트(UAE)가 세계 가상자산 산업의 거점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적극적 세제혜택과 금융 샌드박스 지원, 주도적 가이드라인까지 블록체인·가상자산 기업에는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다. 시장 진흥책 없는 규제 위주의 정책으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는 지금, 가상자산 허브가 된 아랍에미리트를 살펴봤다.[편집자 주]

'오일머니', 디지털경제에 눈 뜨다

[두바이=편지수] 아랍에미리트는 풍부한 석유 매장량을 바탕으로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AI)을 키우고 있는 아랍에미리트가 디지털 금융분야의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한 분야는 다름 아닌 '가상자산'이다. 특히 블록체인·가상자산 산업에 우호적인 규제환경을 구축해 빠르게 가상자산 허브로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금융 허브인 아부다비 내 국제금융자유구역인 아부다비글로벌마켓(ADGM), 두바이 내 자유구역인 두바이복합상품거래소(DMCC)가 있다. 두 곳은 진출기업에 50년간 법인세를 면제하는 데다 가상자산 관련 금융 샌드박스를 적극 지원해 블록체인·가상자산 기업의 선호도가 높다.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도 이뤄진다. 두바이의 경우 정부 거래의 50%를 블록체인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2030년까지 1000개 이상의 가상자산 기업 1000여개를 유치하고, 이를 통해 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가상자산 허브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다. 

왕가가 직접 나서서 3억달러(한화 4140억원) 규모의 크립토펀드 '알라와드 펀드(Alawad Fund)'를 조성해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투자한 바 있다. 두바이 왕세자 셰이크 함단 빈 모하메드 반 라시드 알막툼은 디지털 거래를 위한 블록체인 전략을 수립하기도 했다. 지난 7월 개발을 마친 두바이 세관의 블록체인 플랫폼은 이 전략의 일환이다. 정부 기관과 물류산업 간 협업을 강화하고, 두바이를 글로벌 무역허브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두바이는 지난 2022년 가상자산을 전담하는 독립규제기관 '가상자산규제청(VARA)'을 설립하기도 했다. VARA는 가상자산 관련 라이선스를 브로커-딜러, 커스터디, 거래소 등 여러 분야로 세분화해 발급한다. VARA에 따르면 크립토닷컴, 오케이엑스, 비트오아시스 등 22개사가 VASP(가상자산사업자) 인증을 받았다. 더불어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규제법을 입법해 가상자산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였다.

韓기업도 아부다비로…네트워킹의 장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위치한 아부다비글로벌마켓(ADGM) 전경. /사진=비즈워치

아랍에미리트의 토후국인 아부다비도 가상자산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책을 아끼지 않는다. 아부다비의 금융서비스규제당국(FSRA)은 2018년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을 금융서비스시장규정에 포함하며 제도권으로 끌어들였다.

아부다비의 경제개발부 전략기구인 '허브71'은 웹3.0,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에 20억달러(2조7606억원) 규모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ADGM은 블록체인 재단, 탈중앙화자율조직(DAO), 거래소협회, 브로커딜러 등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지난해 11월 분산원장기술(DLT) 재단 규제를 마련하고, 더 나아가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규제 등을 마련 중이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아부다비로 수많은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모이고 있다. 처음으로 등록된 DLT 재단인 아이오타(IOTA) 재단은 독일과 스위스에 위치한 재단을 아부다비로 이전했다. 아이오타 재단은 동시에 1억달러의 기금을 조성해 매년 25%의 수익률을 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 ADGM의 설명이다. 클레이튼과 핀시아의 통합 프로젝트 카이아 재단은 아시아 블록체인 프로젝트로는 최초로 아부다비 DLT 재단을 등록했다.

이밖에도 수많은 국내 가상자산프로젝트가 진출해 있다.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메인넷 위믹스 재단의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지만, 아부다비와 두바이에 각각 지사를 세웠다. 넥슨유니버스의 자회사 넥스페이스도 아부다비에 자리를 마련했다. 네오위즈의 블록체인 자회사 네오위즈파트너스(전 네오플라이)는 아부다비 투자진흥청(ADIO)의 혁신 프로그램 지원 기업에 선정됐으며, 현지법인 H랩(에이치랩)을 통해 ADGM과 함께 디파이 규제안을 만들고 있다.

지난 22~23일 두바이 페스티벌아레나에서 열린 '블록체인라이프 2024' 입구. /사진=비즈워치

가상자산 기업 관계자들은 아부다비에 모이는 이유로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네트워킹 기회를 꼽았다.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개최된 '웹3.0 페스트'나 올해 말 개최되는 비트코인 콘퍼런스, 아부다비 파이낸스 위크를 비롯한 굵직한 행사가 연이어 열린다.

지난 22~23일 두바이 페스티벌아레나에서 열린 블록체인라이프에서 만난 에드윈 청 게이트아이오 UAE 지사장은 "UAE의 행정 프로세스는 깔끔하고 감사·규제기관의 수준이 글로벌에 맞춰져 있다"면서 "이곳에 사업체를 냈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에게 큰 믿음과 신뢰, 명성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아부다비에서 만난 카이아 재단 관계자도 "아부다비의 경우 블록체인을 비롯한 신산업에 관심이 많다. DLT 재단 규제를 만든 것처럼 가상자산 산업에서 더 앞서려고 노력하는 것 같고, 재단과 기업에 친화적"이라면서 "블록체인 관련 행사가 자주 열리다보니 산업 관계자끼리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고 했다.

편지수 (pjs@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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