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파일롯 스포츠 5 롱텀 시승_1편

타이어모어 대기실에서 이 글을 쓴다. 밖에선 오래된 BMW 3시리즈(2017년식 F30)가 리프트 위에서 타이어 교체를 기다리고 있다. 내 차와 정비소를 방문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요즘 내 차를 타는 일 자체가 뜸했다. 2년 전 파일롯 스포츠 올시즌 4로 타이어를 바꾼 후 한동안은 신나게 전국을 누볐다.

하지만 정확히 사계절을 보낸 뒤 사고가 터졌다. 지방 여행 중 우측 앞타이어에 큰 상처가 났다. 어느 시골 좁은 골목길에서 마주 오는 차를 비켜주다가 불법주차를 막기 위해 누군가 놓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당장 바람이 새진 않겠지만, 타이어 옆구리가 길게 찢긴 채로 서울까지 300km 주행은 무리였다. 타이어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주변 타이어 대리점에 전화를 돌렸다. 어렵사리 미쉐린 타이어를 파는 곳을 찾아도 파일롯 스포츠 올시즌 4(PSAS4)는 한 군데도 취급하지 않았다.

일단은 응급조치로 가장 가까운 타이어 가게에서 아무거나 신겼다. 그게 내 차와 함께한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 서울로 돌아가는 대로 앞바퀴를 전부 새 타이어로 바꿔주겠노라 약속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주차장에서 먼지를 잔뜩 뒤집어썼다. 그날 여차저차 어쩔 수 없이 서울까지 오긴 했지만, 좌우에 신발을 짝짝이로 신은 차를 타고 어딜 돌아다니기도 왠지 찜찜했다.

사실 그동안 고민이 깊었다. 애써 애마를 외면하던 내 마음에 숨어 있던 무거운 진실은 내 차에 현재 필요한 조치가 타이어 교체만은 아니라는 직감이다. 지나온 세월이 제법 긴 만큼 이것저것 손볼 데가 많다. 주변에서 더 감가되기 전에 하루라도 먼저 팔라는 조언도 들었지만, 중고가 생각했으면 진작에 정리했다.

어쨌든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할 시점이다. 통장 잔고가 감당할 수 있을 때 큰돈 나가는 타이어부터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앞에 두 짝만 바꾸려고 했다가 PSAS4는 이미 충분히 경험했으니까 다른 타이어도 신고 싶었다. 서머타이어는 포기하고 싶지 않고, 아마도 이 차의 마지막이 될 터이니 미쉐린 파일롯 스포츠 제품군 중에서도 마일리지가 길고, 좀 더 일상 주행에 초첨을 맞춘 파일롯 스포츠 5(PS5)로 정했다.

내 차에 애정이 식진 않았다. 자주 타진 않아도 여전히 항상 날씨와 습도로부터 안전한 지하주차장에만 세워두고, 출발 전 잘 부탁한다고 애정 어린 인사말을 속삭일 때도 있다. 올드카 오너는 자기 차가 멋진 삶을 누리길 바란다. 기왕이면 함께한 시간만큼 앞으로 7년 더 거뜬히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다.

애마와 다시 장거리 여정을 떠나기 전까지 엔진오일 및 오일필터 교환과 디젤 흡기다기관 청소, 서스펜션 오버홀을 순차적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연료필터와 브레이크 패드도 교체할 때가 지났다. 브레이크 디스크는 연마 정도로 끝내려고 한다. 지갑 사정이 허락하면 엔진 마운트 교체까지 고려 중이다.

돈 새는 소리가 들린다. 새 차로 바꾸지 않는 이상 어떤 자동차를 입양해 와도 비슷한 돈이 들어갈 터다. 부식이나 심각한 고장은 아직 없으니 이 정도에 감사하기로 했다. 일단 대대적인 생명 연장 조치가 끝나야 재미난 PS5 체험 에피소드를 전할 수 있을 듯하다.

박지웅 사진 이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