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본인 책임이 큰데, 진정성 안 보인 정용진 사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기자회견에서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파문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정 회장은 “이번 일로 깊은 상처와 실망을 느끼신 5·18민주화운동 유가족, 박종철 열사 유가족, 광주 시민, 그리고 국민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죄드리며 용서를 구한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1차 사과문 발표와 대표이사 해임 조치에도 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사태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고의성이 없었다’는 자체 진상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정 회장 본인이 직접 나서긴 했으나 형식과 내용 모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사과는 첫 단계부터 잘못됐다. 무엇이 ‘부적절한 마케팅’이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 채 “이유가 무엇이든”이라고 사과에 토를 달아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그간 극우적 세계관을 거리낌없이 드러내온 정 회장의 행보가 이번 사태와 무관치 않은 만큼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할 것을 기대했으나 정 회장은 그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했을 뿐이었다. 정 회장이 대국민 사과까지 하는 마당에 “각자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더 나은 세상을 미래세대에게 남겨주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같다고 믿는다”는 발언도 납득하기 어렵다. ‘탱크데이’ 행사가 명백한 잘못이 아니라 생각이 다른 사람은 수용 가능한 행사였다고 말하고 싶었던 건가. 그래놓고는 매장 직원에게 ‘과도한 비난은 자제해달라’는 대국민 훈계까지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신세계그룹의 자체 조사 결과 역시 유감스럽다. 논란이 된 행사는 팀장·담당·본부장·대표이사로 이어지는 4단계의 보고 절차를 거쳤지만 어느 단계에서도 문제 제기가 없었다고 한다. 실무진 일부가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했는데도 “고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멋대로 결론지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정 회장과 신세계그룹의 이날 사과로 사태가 수습됐다고 받아들일 시민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정 회장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으니 나중에 이런 일이 또 벌어지지 않으리라 장담하기 어렵다.
정 회장과 스타벅스가 사태 해결에 진심이라면 검경의 수사에 협조해 기획 배후를 밝히고 비뚤어진 조직문화를 고쳐야 한다. 탱크데이 행사를 빌미로 역사의 아픔을 조롱하는 2차 가해 행위에 대해서도 회사가 직접 나서 처벌을 요청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대다수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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