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안보 3문서에 방위비 'GDP 3.5%' 명시 보류…"추가 증세 정치적 부담"

일본 정부가 연내 개정할 안보 3문서에 미국이 요구해 온 GDP 대비 방위비 3.5% 목표를 명시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구체적 수치 대신 폭넓은 안보 투자 확대를 내세운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가 연내 개정 예정인 '안보 3문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동맹국에 요구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3.5% 목표를 명시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아사히신문이 16일 보도했다. 구체적 수치 대신 방위력 강화와 경제안보·인공지능 등 폭넓은 안보 투자 확대를 내세워 미국 측의 이해를 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신문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미국 측이 일본에 "GDP 대비 3.5% 방위비 지출은 국제 표준"이라며 비공개로 거듭 요구해 왔다고 전했다.

"3.5%는 나토가 합의한 기준이다"

지난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모든 회원국의 국방비를 2035년까지 GDP 대비 최소 3.5%까지 끌어올리고, 인프라·방위산업 등 안보 관련 분야에 최대 1.5%를 추가 투입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국 역시 국방비를 매년 7.7% 늘리면 2035년에는 GDP 대비 3.5%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해 왔다. 미국이 일본에 제시한 '국제 표준'이라는 표현은 이 나토 합의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일본의 현재 안보 3문서상 목표는 'GDP 대비 2%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조엔을 훌쩍 넘는다"

일본이 상향 명시에 난색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 상황이다. 일본은 올해 9조엔(약 77조원) 수준인 방위 예산을 늘리기 위해 담뱃세, 법인세, 소득세 인상을 추진해 왔는데, GDP 대비 3.5%면 20조엔을 훌쩍 넘어 추가 증세가 불가피하다. 아사히는 "정부·여당이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해 식료품 소비세 인하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 같은 부담 증가를 강요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어렵다는 견해가 강하다"고 해설했다. 증세와 감세를 동시에 내걸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다.

"수치 대신 투자의 폭으로 설득한다"

일본 정부 내에는 미국이 방위산업 기반 등을 포함한 장기적인 방위력 강화를 중시하고 있어 3.5% 명시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깔려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방위력 강화 의지를 보임으로써 미국의 이해를 얻으려 한다고 아사히는 설명했다. 경제안보와 인공지능, 우주 등 안보와 관련한 방위성 외 예산을 함께 묶어 제시하는 방식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숫자 하나 대신 투자의 범위를 넓혀 보여주겠다는 접근이다.

방위비 목표치는 동맹국 간 부담 분담 논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표다. 일본이 수치 명시를 피하는 선택을 할 경우, 같은 요구를 받는 다른 동맹국들의 셈법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연내 확정될 안보 3문서의 최종 문구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 출처=다음 이미지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