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 선진국, 증시는 여전히 신흥국…갈길 먼 ‘K-밸류업’

조문희 기자 2024. 10. 1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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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BI 편입 이후 ‘본 게임’은 MSCI 선진국 지수
10년째 후보군에도 못 든 韓증시…‘공매도 해결’ 숙제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한국 국채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면서 관심은 한국의 증시로 쏠리고 있다.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에 따른 기대효과로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이 언급되면서다. 한국 금융시장이 WGBI에 이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도 성공한다면 명실상부한 글로벌 시장으로 발돋움할 것이란 평가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한국 증시는 여전히 '신흥국' 지위에 머무른 상태다. 한국은 올해 6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내년 심사를 다시 받아 통과할지라도, 실제 편입까지는 최소 2년이 더 걸린다. 당국은 한국 금융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 중이지만 호응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한 시민이 전광판 앞을 지나는 모습 ⓒ시사저널 최준필

"MSCI 추종자금 2경원…韓 증시 선진화 상징"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FTSE(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 러셀은 한국 국채를 내년 11월부터 WGBI에 편입한다. FTSE 러셀은 MSCI와 함께 양대 글로벌 지수 제공 업체다. 주로 유럽계 펀드가 FTSE 지수를, 미국계 펀드가 MSCI 지수를 추종한다. FTSE 러셀의 WGBI 추종자금은 2조5000억~3조 달러(3373조~4045조원)에 달한다. 이달 기준 한국의 비중은 WGBI에 편입된 26개 국가 중 9위(2.22%)다.

이번 편입으로 한국 채권 시장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WGBI를 추종하는 안정적인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으로 단기물부터 장기물까지 전반적으로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효과를 설명했다. 당국은 WGBI 편입으로 최대 90조원(670억 달러)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진짜 게임'은 한국 증시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란 평가가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금융시장의 선진화 및 글로벌화의 '상징'으로 통한다. MSCI의 추종 자금은 16조 달러(2경1580조원)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시장은 규모 면에서 MSCI 선진국 지수에 진입할 수 있는 요건을 만족한 상태다. 거래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2조2000억 달러로 세계 11위다. 당국의 노력도 만만찮다.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외환시장 개장 시간 연장, 영문 공시 활성화, 배당 절차 개선 등의 조치를 시행해왔다.

지난해 11월 전격 금지된 공매도는 제도 개선을 거쳐 내년 3월30일 이후 재개될 예정이다. ⓒ일러스트 정찬동

'공매도 금지'에 제동 걸린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그러나 MSCI 문턱을 넘긴 역부족이었다. MSCI 지수는 선진국 지수와 신흥국 지수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한국은 1992년부터 신흥국 지수에 머물러있다. 2008년 선진국으로 승격 가능한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에 등재됐으나, 2014년부터는 관찰대상국에서도 제외된 상태다. 올해도 후보군에 들지 못한 한국 증시의 선진국 지수 편입 도전은 다음 기회인 내년 6월로 넘어갔다. 내년 후보군에 들어 자격을 인정받으면 오는 2026년 6월 편입 여부가 발표되고, 2027년 6월 실제 편입이 이뤄진다.

불발 사유로는 '공매도 금지'가 꼽혔다. MSCI는 지난 6월 "최근 한국 주식시장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인정하고 환영한다"면서도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 규칙의 갑작스러운 변경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표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는 FTSE 러셀도 지적한 부분이다. FTSE 러셀은 2009년부터 한국 증시를 선진 지수로 분류해왔는데, 이번 정기 분류에서는 일종의 '경고'를 보냈다. FTSE 러셀은 "공매도 재개라는 목표가 신속하게 달성되지 않을 경우 한국 증시 분류를 두고 추가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전격 금지된 공매도는 제도 개선을 거쳐 내년 3월30일 이후 재개될 예정이다. 최상목 장관은 전날 "공매도 재개와 관련해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약속한 조건들이 전제가 되면 원래 발표한 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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