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녀온 마츠리] 도깨비가 찾아오는 법회, 슈조오니에(修正鬼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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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행기로 쓴 적이 있어서 좀 스토리있게 보고 싶으면 읽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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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에 앞서... 간단하게 배경지식 주입부터 해드림.

불교에는 나례(追儺)라는 밀교적인 영향(동아시아 불교의 특징)을 받은 의식이 있음. 대충 연말에 (힘쎈 신의)가면을 쓴 승려/무당이 무용을 부려 귀신을 쫓아내고 내년의 복을 부르는 의식임.

한국에서는 고려 때 흥하다가 숭유억불 속에서 완전히 없어진 전통인데, 일본에서는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애초에 이런 느낌의 신앙은 익숙한 일본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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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가면은 이 마츠리가 벌어지는 텐넨지 앞에 있는 '나카가와 부동명왕 마애불'의 부동명왕이나 비사문천 같이 (오대명왕, 사천왕, 팔부신장처럼) 무력이 강한 불교의 신들의 얼굴을 본떠서 만듦.

또 일본에서는 한술 더 떠서 '쫓아내는 대상'도 구현이 되고는 함. 보통은 오니와 같은 요괴를 분장한 사람이 쫓겨나는 걸로 묘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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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여기서 슈조오니에가 열리는 구니사키 반도에서는 민간 신앙이 한번 더 섞이게 됨. 지형이 누군가 건드린 것 마냥 울퉁불퉁한 구니사키 반도의 사람들은 오니가 실제로 있고, 생각보다 친절한 '부처의 메신저'라고 믿는 신앙이 있었기 때문임.

어차피 비사문천이니 부동명왕이니 다 살벌하게 생기고 무력이 강하다는 건 사실 오니도 똑같지 않은가? 부처(부동명왕) = 오니라는 발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래서 구니사키 반도에서의 나례(슈조오니에)는 오니를 초대해 액운을 쫓는 행사로 변질되어 이어지고 있다...

배경 지식 주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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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불과 1달 전... 2월 4일이었다. 영하 1도에서 3도를 오가는 정도라서 얕봤는데 존나 추웠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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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넨지의 무명교. 입산 허가도 받을만큼 얼굴도 익혀뒀으니 언젠가는 꼭 등산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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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법회 겸 마츠리가 벌어질 텐넨지. 우사 신궁 근처의 절이나 신사들은 거의 다 9세기 쯤에는 정착이 끝난, 신토에 관해선 뿌리가 꽤 오래된 지역이다. 텐넨지도 8세기에 지어진 나름 유서깊은 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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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법회에서 봉납될 거대 횃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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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은 행사 준비로 절을 꾸미느라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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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너무 추워서 이 드럼통 자꾸 들려야 했음... 불은 또 오래 붙어있으면 눈 아프고 따가운게 짜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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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쿠고만잔(구니사키 반도의 불교 종파)의 제사 순서가 적힌 종이가 절 서편에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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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눈발이 거세지고 있었음. 규슈에 때늦은 폭설이라니... 운이 좋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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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추 모든 준비가 끝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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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되자 오전 법회를 위해 승려들이 찾아온다. 15시의 법회를 시작으로 23시까지 일련의 행사를 진행해야 하기에 이들에겐 나름의 강행군이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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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렌도 계열 불교의 특징인 나각(고둥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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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시간 정도 법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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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엄청 추웠음. 승려들도 힘들어하는게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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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 겸 역대 주직들의 묘를 참배하러 가는 승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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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깨비들의 차례가 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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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행사는 19시 쯤에 시작된다. 악단이 신사 쪽에 자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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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시작되기 앞서서 나카가와 마애불 앞에서 참가자들이 정화 의식을 갖는다. 이때 쯤 온도는 영하 5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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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아까의 횃불에 불을 옮겨 붙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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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앞에 봉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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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대로 세워지는 횃불들. 나름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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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에 횃불끼리 치고박는 충각쇼도 벌이는데 이거 도파민은 둘째치고 눈이랑 코가 엄청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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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참 횃불 연기를 들이마시다 보면 20시 넘어 야간 법회가 열린다. 부적도 뿌리고 간단한 무용을 벌이고는 화려한 겉옷을 벗는 승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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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상 많이 생략하기는 하는데, 절을 정화하고, 절에 결계를 치고, 오니를 불어들이는 춤 등의 여러가지 의식들을 벌인다. 중간에 참배객들한테도 시킨다. 동작이 단 시간에 외우기엔 좀 어려워서 엄청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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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찾아오는 방울귀(부부귀신). 정확히 뭐하는 요괴인지 알아보고 싶었는데 라멘체인 스즈오니가 너무 유명해서 뭐 알아볼 수가 없었다. 대충 나례에서 쫓겨나는 귀신 역을 맡고 있는 거라고 추측만 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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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도깨비(오니)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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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빵스님이 술을 이렇게 촥 뿌리고 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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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에게 바쳐진 횃불을 들고 나름의 난동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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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참배객들은 강당으로 모이고, 수행자들과 오니가 강당 복도에서 횃불로 천장을 연거푸 치댄다. 이 불씨를 맞으면 액운이 불타서 날라간다고 함.

그대신 옷이 그을릴 수도 있다. 행사 안내에서부터 비싼 옷이나 아끼는 옷은 입고 오지 말라고 경고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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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런 느낌. "호렌쇼요 소란온니와요"라는 문구인데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음. 아마 진언의 일부가 아닐까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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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오니도 곧 찾아온다. 빨간 오니는 도끼를 들고 있으니 부동명왕의 화신이고, 검은 오니는 칼(홍두깨)을 들고 있으니 애염명왕의 화신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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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도 한바탕 난동을 피운다. 우르르 도망다니는 참배객들의 일부가 되는 재미가 있다. 오니를 맡은 사람이 실제로 밑도 끝도 없이 행동하기 때문에 ㄹㅇ루 무섭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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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두 오니가 모두 절에 소환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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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조오니에하면 나름 상징적인 포즈를 취해준다. 대빵 승려가 지금 사진 믾이 찍으라며 오니들한테 "다른 각도로도 빨리 보여드려!!"하는게 웃음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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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는 오니들의 난동이 반복된다. 강당에서 돈돈돈~하면서 춤을 추고, 다시 복도로 가서 천장을 쳐대고, '오니의 눈'이라는 떡이 뿌려지면 참배객들을 횃불로 두들겨 패는 걸 반복하는 마츠리다.

오니들한테 두들겨 맞는 걸로도 액운이 날라간다. 사람들한테 엉켜서 넘어질 수 있는 것도 문제인데 오니들이 꽤 진심을 담아서 풀스윙으로 때리니깐 조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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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런 느낌. 근데 이건 막바지에 좀 화기애애해지고 치는 거라 살살 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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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재밌는 축제였음. 다른 마츠리들보다 종교 행사에 가깝고, 액운을 태우는게 목적인 행사인지라 참배객들에게도 할일이 주어지는게 색 달랐다.

게다가 내내 잿가루가 흩날리는 마츠리다 보니까 옷에서 재냄새가 한달은 빠지지 않는다. 싫어도 떠오를 수 밖에 없는 마츠리 전략ㅆㅅㅌ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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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리라면 빼놓을 수 없는 떡(못 먹음)도 뿌린다. 아니 근데 이건 먹을 수 있는 떡이래도 못 먹는 상태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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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참을 때리고 춤추고 때리고 춤추는 걸 반복하다가 23시에 모든 행사가 끝난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오니들은 업혀서 퇴장한다.

아마 한국인 중에서는 (최소 인터넷에 흔적을 남기는 걸로는) 제가 최초인 걸로 알고 있음. 나~름 유명한 축제고, 접근성, 인지도의 문제가 있는 편이지만, 진짜 재미만큼은 보장할 수 있음. 행사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서술은 전에 썼던 여행기를 참조해봐도 좋읍니다...

나한테는 너무 좋은 추억으로 남아서 아마 내년에도 또 참가하러 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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