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줄 100m, 내일 출근 못합니다”... 제주 갇힌 4만명 발동동

제주/오재용 기자 2023. 1. 2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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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막판 한파·강풍·폭설 겹쳐
제주공항 전면 결항… 서울 오늘 영하 18도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한파(寒波)와 강풍, 폭설이 겹치면서 제주공항 항공편이 모두 결항됐다. 이 때문에 설 연휴를 제주에서 보낸 뒤 귀경길에 오르려던 약 4만명의 발이 묶였다. 또 이날 전국 곳곳에서 빙판길 교통사고와 여객선 운항 통제, 계량기 동파 등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오전 폭설과 강풍이 몰아쳐 항공편이 전편 결항한 가운데 승객들이 대기표를 구하기 위해 각 항공사 대기전용 카운터에 길게 줄을 서 있다. 2023.1.24 /연합뉴스

이날 오전 경기 북부와 강원 내륙·산지 최저기온이 영하 25도, 나머지 중부지방도 영하 16도에서 영하 10도 사이를 기록하는 등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였다. 서울은 최저 영하 16.7도에 체감온도 영하 26도, 강원 철원(임남면)이 영하 25.5도(체감온도 영하 39.3도)를 기록했다. 국토 최남단인 마라도도 이례적으로 영하권까지 내려갔다. 기상청은 25일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 서울은 영하 18도까지 떨어지겠다고 예보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이날 제주공항에서 출발하는 국내선 항공기 233편과 도착 233편이 모두 결항됐다. 또 제주 기점 국제선 10편(출발 5편, 도착 5편)도 운항을 취소하는 등 이날 하루 운항 예정이었던 476편이 모두 결항됐다.

2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대합실 안내 화면에 항공편이 줄줄이 결항됐다는 문구가 나오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강풍 등의 영향으로 이날 제주공항 국내선 항공편 466편(출발 233편, 도착 233편)이 모두 결항됐다. /뉴시스

이날 제주공항 주변에는 순간 최대 풍속 초속 25.8m의 바람이 부는 등 강풍특보가 발효됐다. 공항공사는 제주공항 항공기 결항으로 귀경객과 관광객 등 4만여 명의 발이 묶인 것으로 파악했다. 결항 소식에 제주공항 대합실에는 대체 항공편을 예약하려는 승객 3000여 명이 아침 일찍부터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항공사 대기표 발권 창구 앞에는 오전 5시쯤부터 100m가 넘는 줄이 이어졌다.

서울에서 왔다는 김모(51)씨는 “가족과 함께 설 연휴를 제주에서 보내고 돌아가 내일(25일) 출근해야 하는 상황인데, 항공사와 전화 연결이 되지 않고 인터넷 예약도 불가능해 공항까지 나왔다”며 “대기 5시간 만에 간신히 대기 순번을 받았지만 언제 갈 수 있을지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파와 폭설로 하늘길뿐 아니라 바닷길도 막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백령~인천, 포항~울산 등 86개 항로 여객선 113척의 운항이 통제됐다. 또 무등산국립공원 등 전국 6개 국립공원 140개 탐방로의 출입이 통제됐다. 서울, 경기, 경북 등 전국에서 계량기 동파 피해도 68건 발생했다.

여수해경 구조정을 이용한 어선 선장들이 표류된 어선으로 탑승하고 있다. 2023.01.24/여수해양경찰서

교통사고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오전 11시 8분쯤 제주시 노형동 한 도로를 주행하던 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신호등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탑승객 2명이 경상을 입어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오후 2시 14분쯤 남해안고속도로 전남 영암~순천 방향 강진 인근에서 승용차 2대가 추돌했다. 앞서 오후 1시 59분쯤에는 무안~광주고속도로 무안 방향에서 승용차 1대가 눈길에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해 차로가 통제되면서 정체가 빚어졌다.

강풍 피해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5시 57분쯤 전남 여수시 신월동 선착장에서 정박 중이던 어선 8척이 홋줄(정박하는 배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묶는 밧줄)이 끊겨 표류 중이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경은 경비함정과 구조대를 급파해 해상에서 표류 중이던 어선들을 발견해 선착장으로 대피시켰다. 경북 구미시 인의동에선 공사장 철제 패널이 강풍에 날리는 사고가 있었으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20일 화재로 집을 잃은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들은 강추위에 추가 피해를 우려했다. 24일 이재민 대피소 천막에서 만난 주민 이해봉(59)씨는 “수도가 안 나오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막막하다”며 “당장 날이 너무 추워서 난방도 안 되는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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