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흑백요리사 채소요리 1인자…"한강 작가님, 채식주의자 요리 대접할게요"
"한강 작가님, 노벨문학상 축하드립니다. 채소를 좋아하신다면 채소요리 1인자가 제철 채소요리 대접해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화제가 된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서 '국내 채소요리 1인자'로 소개된 남정석 셰프는 지난 14일 머니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대표 소설 '채식주의자' 덕분에 채식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리라 기대했다.
그는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 위치한 레스토랑 '로컬릿'과 강원도 강릉 '그린볼'을 운영하는 오너셰프다. 2022~2023년 '서울미식 100선'에서 2년 연속 베스트 채식 레스토랑으로 꼽혔다. 채소를 다양하게 활용한 맛있는 비건 요리로 명성을 떨쳤지만, 기본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남 셰프는 "한강 작가가 채식에 관심이 많으실 것 같아 '로컬릿(옥수동 레스토랑)'에 초대를 하고 싶어 인스타그램을 찾아봤는데 (SNS를) 안 하시더라"면서 "기회가 된다면 제가 제철 채소들로 맛있는 요리해드리고 싶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채식주의자로 유명한 임수정 배우가 이미 그의 레스토랑 단골이다.
그 역시 '채식주의자' 속 '영혜'처럼 어린 시절, 복날에 집에서 키우던 개 '누렁이'를 동네 어르신이 잡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개고기는 아예 먹지 않았고, 소나 돼지고기보다는 해산물을 좀 더 즐긴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경력 24년 차의 베테랑 셰프다. 외식조리학과를 졸업해 레스토랑 총괄, 호텔 주방장, 대기업 사내 식당 총괄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많은 요리 중 채소 요리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남 셰프는 소작농이었던 자신의 부친 얘기를 꺼냈다. "어릴 적 시골, 농사짓던 부친 밑에서 자라서 소 끌고 밭고랑 갈고, 감자 심고 그랬다. 그때는 그게 싫었고 농사도 싫었다. 그런데 나중에 커보니 어릴 때 먹었던 생당근, 고구마, 밭에서 갓 딴 방울토마토의 맛을 마트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더라."
2018년 3월 농부와 직거래하는 '마르쉐'를 만난 것은 운명적이었다. 그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농부가 직접 가져온 농산물을 거래하는 시장 '마르쉐'에 '요리팀'으로 참여했다"면서 "농부들이 이 채소들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자랐고, 언제 가장 맛있는지 설명해주는데 재미있더라. 나도 농부의 아들이지 않냐"고 회상했다. 지금도 그는 강릉 레스토랑 옆에 텃밭을 만들어 허브와 채소 등을 직접 재배한다.
흑백요리사에서도 채식 요리들이 다수 소개됐다. 특히 마지막 미션은 소위 '두부 지옥'으로 최종 승자 1명이 남을 때까지 30분에 하나씩 두부 요리를 선보이는 내용이었다. 채소 요리 전문가인 그에게 안성맞춤일 터. 그러나 아쉽게도 레스토랑 미션에서 '트리플 반점'이 2등에 머무르면서 그는 '무한 요리 지옥'에 참여하지 못했다.
남 셰프는 "다음 미션 재료가 두부였는데 내가 자신 있는 분야"라면서 "4라운드에서 떨어져 아쉬웠다"고 심경을 전했다. 만약 그가 '요리 지옥'에 남았다면 어떤 요리를 선보였을까.
남 셰프는 자신 있게 △두부 카나페와 △두부 덮밥 △두부 티라미수를 꼽았다. "두부를 네모나게 잘라서 계란 입혀서 굽고, 미꾸라지가 두부 사이에 박힌 추어 두부처럼 새우를 채워 넣은 카나페를 만들고, 토핑하겠다. 또 두부를 갈면 리코타 치즈 질감이 있다. 이걸로 두부 티라미수를 만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어 식감을 냈을 매콤한 두부 덮밥도 소개했다.
그는 흑백요리사에서 최종 8인으로 선발되기 직전인 4라운드 레스토랑 미션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정작 흑백요리사 속 그의 요리를 찾아보긴 힘들었다. 분량도 적어 그가 4라운드까지 올라간 것을 모르는 이도 있을 정도. 남 셰프는 특히 흑백요리사 1대1 대결에서 선보였던 '도하새우 캬라멜레'가 방송에 소개되지 못한 것에 섭섭함을 토로했다.
그는 "카라멜레는 파스타 생면을 두 가지 컬러로 뽑아 캔디 모양으로 만든 비주얼이 무기인데 어필할 수가 없었다"면서 "맛은 물론, 시각적으로도 좋았는데 아예 눈을 가리는 블라인드 테스트해 아찔했다. 그래도 이겼는데 방송에 요리가 안 나왔더라"고 아쉬워했다.
레스토랑 미션 때 '트리플 반점' 에서 그가 공들여 만든 요리 '고추장 버터 감자 뇨끼'도 막판 마라 소스로 바꿔 큰 인기를 얻었는데 이 역시 편집됐다고 했다. 분량은 다소 아쉬웠지만, 그래도 흑백요리사 인기는 톡톡히 누렸다고. "손님이 3~4배 늘어 주말이면 2시간 이상 대기를 해야 할 정도"라는 전언이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흑백요리사 시즌2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도 밝혔다. 흑백요리사 시즌2는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제작이 확정됐다. "새로운 얼굴이 아니라 뽑힐지는 모르겠지만 분량이 적어서 내 요리를 못 보여줬다"며 "사실 분량이 적어 새 얼굴이나 마찬가지"라고 웃었다.
'지속할 수 있는 요리'가 모토라는 그는 롤모델로 이스라엘 출신 영국 스타 셰프 '요탐 오토렝기'를 꼽았다. 세계적인 채식 요리, 디저트 대가인 그처럼 채식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각오다. 남 셰프는 "고기깡패 셰프가 '워너비'였던 에드워드 리와 2라운드 대결을 겨뤘던 것처럼 이 프로그램이 유명해져서 나도 오토렝기 셰프랑 대결해볼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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