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SUV를 더 스타일리쉬하게, BMW X6 M60i
이런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쿠페형 SUV가 대세가 된 시대 말이다. BMW가 X6를 처음 공개했을 때, '아니 왜 이런 자동차를?'이라고 생각하며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지금은 소위 잘나간다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웬만하면 라인업에 쿠페형 SUV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그 제네시스조차 GV80 SUV의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면서 쿠페형 버전을 추가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 X6가 이번 3세대 모델에서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고 상위 라인업에 X6 M60i를 준비했다. 물론 X6 모델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자동차는 X6 M이지만, BMW가 굳이 M60i를 따로 만든 이유는 아주 명확하다. 그리고 이번에 그 성능과 실용성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 한 가지 더 이야기할 것이 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아직 20~30대 초반 정도의 혈기 왕성한 젊은이라면, 필자의 의견에 반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큰 변화는 없어도 치밀하게
앞모습에서 큰 변화를 준 것은 아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이 느껴진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날카로운 형태의 헤드램프다. 그 안에서 빛나는 LED 주간주행등은 이전의 육각형에 가까운 형태가 아니라 넓은 차폭을 강조하는 화살표 형태로 다듬어졌다. 키드니 그릴이 검은색으로 물든 것도 그렇지만 그 아래 전면 범퍼를 팔각형 형태로 차지하는 거대한 검은색의 향연도 X6를 좀 더 공격적으로 보이도록 만든다.
전면에 비해서 후면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눈썹을 그리는 것 같은 가로로 긴 형태의 LED 테일램프도, 아래쪽에 있는 번호판도 그대로다. 쿠페 형태를 취한 모델이라 공기가 떠나는 부분은 최대한 간결하게 만드는 것이 좋은데, 윗부분은 그 공식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그 아래에는 디퓨저처럼 멋을 낸 부분이 있고(공력 성능에 거의 영향이 없을 것 같이 보인다), 8기통 모델이라서 그런지 좌우에는 조금 크게 보이는 머플러가 있다.
X6가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하면서 가장 크게 변한 것이 바로 실내일 것이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최근 BMW의 변화에 따라 적용되고 있는 12.3인치 계기판과 14.9인치 터치스크린을 하나로 이은 것 같은 커브드 디스플레이. 그 안에 있는 OS(iDrive 8)는 이제 적응이 되어서 그런지 기능을 꽤 빠르게 찾아갈 수 있게 됐다. 처음에만 해도 기능 아이콘이 너무 많아 난잡하다는 평을 내렸었는데,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 것 같다.
그 아래에 있는 송풍구도 인상적이다. 송풍구 자체는 이전보다 가늘어졌는데, 방향을 제어하는 스틱이 꽤 돌출되어 있다. 주행하는 순간에도 편하게 잡고서 빨리 조정하라는 뜻일까. 대시보드 오른쪽에는 꽤 멋있는 앰비언트 라이트가 흐르는 바가 있다. 크리스털을 적용해 투명하게 다듬은 변속 레버, 고급 가죽을 사용한 시트, 바워스 앤 윌킨스의 오디오가 고급스러운 공간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음악을 재생하면 스피커 내부에도 빛이 들어와서 화려하다.
M은 필요 없지만 8기통은 갖고 싶다
X6 M60i는 BMW의 4.4ℓ 8기통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다. 이전에는 M50i라는 이름이었지만 이제는 M60i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는데, 아마도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해서 그런 것 같다. 최고출력은 530마력으로 겸손한 편이다. 같은 엔진(튜닝 자체는 다르지만)을 탑재한 X6 M 컴페티션 모델이 625마력을 발휘하니 말이다. 그 출력이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네 바퀴로 골고루 전달된다. 안정적인 가속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시동을 걸면 들려오는 묵직한 엔진음과 배기음이 '역시 8기통'이라고 무의식적으로 감탄하게 만든다. 겸손한 출력이라고 해도 절대로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이 거대한 차체를 아주 손쉽게 끌고 가는 것도 모자라 순식간에 머리를 헤드레스트에 파묻히도록 만들 것이니 말이다. 배기량 덕분인지 터보차저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두툼한 토크가 거의 모든 영역에서 발휘되니 적어도 '가속이 답답하다' 같은 이야기는 안 나올 것이다.
그런데 X6 M60i의 진가는 이러한 가속이나 토크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짜릿한 가속이나 스포츠카를 손쉽게 나락으로 보낼 수 있는 코너링이 필요하다면, X6 M을 선택하는 게 더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능을 추구하는 스포츠 쿠페형 SUV이면서도 탑승객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M60i의 존재 이유다. 그렇다. 높은 성능을 즐기고 싶은데 가족들이 X6 M만은 절대적으로 반대할 때, M60i가 그 자리를 메워줄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X6 전용 에어 서스펜션이다. 주행 모드를 일반적인 형태로 설정하고 달리면, 뛰어난 편안함을 제공한다. 그리고 코너를 돌아서 나갈 때 무게 자체는 분명히 느껴지지만, BMW 특유의 코너링 능력과 감각이 이를 상쇄하며 즐거움을 준다. 여기에 후륜조향 기능인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 M 스포츠 디퍼렌셜과 액티브 롤 스태빌라이제이션이 더해졌으니, 능력을 의심하면 안 된다.
자세히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놀라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BMW는 X6 M 모델에 에어 서스펜션을 넣지 않는다. 일반적인 서스펜션을 적용해 전체적인 스포츠 주행 능력을 잡는다는 철학과도 같다. 그래서 성능 자체는 분명히 잡고 있지만, 가족까지도 그 승차감을 이해해 줄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만약 8기통 고성능 모델을 꼭 손에 넣고 싶은데 가족은 극렬하게 반대한다? 그렇다면 성능과 승차감에서 조금 타협을 본 M60i가 기다리는 셈이다.
물론 상위의 M 모델과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다. 울림이 조금 정제되었다고 할까. 그래서 창문을 열어도 우렁찬, 그리고 레이서의 혼을 깨우며 심금을 울리는 배기음이나 엔진음은 없다. M 모델을 느껴봤고 거기에 취해 있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것이 요즘 차들이 가고 있는 방향이기도 하다. 요즘 자동차들의 배기음은 과거에 비해 확실히 낮아졌고, 개성 있는 음색이나 떨림 등 브랜드만의 특색도 이제 희미해지고 있다.
그 와중에 BMW는 그나마 어느 정도 울림을 살려 두었고, 각 모델마다의 특색까지는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브랜드의 특색은 남겨둔 것이다. 스포츠카로 살아남은 브랜드가 아닌 만큼, 이 정도로 타협을 봐야 한다. 그래도 아직은 8기통 엔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운 것 아니겠는가! 이제 몇 년만 지나면 그 8기통 엔진은 멸종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확실하게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 서킷 전용 자동차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 와중에 엔진의 울림을 확보하고 승차감도 챙기면서 스포티한 감각에 조금은 실용적인 모습까지 갖고 있는 X6 M60i가 마음에 다가오고 있다. 여기서 실용성을 조금 더 추구한다면 형제 모델인 X5가 기다리고 있겠지만, 부드럽게 내려가고 있는 지붕은 '아직 마음속에서 스포츠카를 포기하지 못한 운전자의 조그마한 반항' 정도라고 생각하자. 어느새 이런 자동차가 더 편하다고 적고 있는 필자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960×2005×1700mm
휠베이스 2975mm | 공차중량 2430kg | 엔진형식 V8 터보, 가솔린
배기량 4395cc | 최고출력 530ps | 최대토크 76.5kg·m
변속기 8단 자동 | 구동방식 AWD | 0→시속 100km 4.3초
최고속력 시속 250km | 연비 7.8km/ℓ | 가격 1억615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