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다 내고 사면 손해” 다운거래 고개든다

분양권거래시장 기지개 속
울산서 의심사례 잇따라
실거래가보다 낮게 신고
양도세 축소 등 시장 교란
매수자가 세금 대신 부담
‘손피거래’ 만연 문제 지적

자료사진 / 아이클릭아트

 정부의 규제 완화로 분양권 시장이 다시 열리는 가운데 울산에서 ‘다운 거래’(손피거래 등) 의심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가격을 실거래 가격보다 낮게 신고해 양도세를 축소하는 만큼 이상거래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지역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지역내 A 아파트 분양권이 매물로 등록된 금액과 비교해 1억원가량 저렴한 가격에 실거래 신고되면서 다운 거래 사례로 의심을 사고 있다.

 울산은 6개월간 전매 제한을 두고 있어 아파트를 분양 받은지 6개월이 지나면 분양권을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다. 이 단지는 지난 7월16일부터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졌다.

 이 단지의 분양 당시 최고 분양가는 9억1500만원이었다. 여기에 옵션 비용 3600만원을 더하면 9억5000만원가량 된다. 전매 제한 해제 이후 5000만원~1억원가량 웃돈이 붙었던 점을 감안하면 10억~11억원에 실거래가 신고가 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실거래 신고는 8억9700만원부터 이뤄졌으며, 10억원 미만이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청약 당첨일로부터 1년 이내 분양권을 팔면 시세차익의 77%를, 1년이 지나 팔면 66%를 양도세(지방소득세 포함)로 내야 한다. 이 때문에 매도금액을 조정해 시세 차익을 줄이고, 양도소득세를 적게 내기 위한 행위가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최근 분양권 거래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손피’ 거래도 다운 거래를 야기한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매도자 ‘손’에 1억원의 정해진 ‘피’가 떨어지도록 하기 위해 매수자는 분양가에 1억원의 웃돈을 주고, 그리고 웃돈에 매겨진 양도소득세(1억원×77%=7700만원) 대납분, 또 대신 낸 양도세에 붙는 양도세(7700만원×77%=5929만원)까지 주는 방식이다. 매수자가 양도소득세를 대신 내는 만큼 매수자도 다운거래에 동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A 아파트 부동산 매물은 손피가 3000만~7000만원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옵션 비용을 포함한 분양가 9억5000만원에서 손피 3450만원을 남기기 위해서는 최소 11억원에는 거래가 돼야 한다. 11억원에 매도할 경우 차익은 1억5000만원, 매도자는 1억155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A 아파트 분양권 거래 33건 중 절반은 이상 거래로 추정된다.

 문제는 올해 말 2000가구 규모의 또 다른 아파트도 전매 제한이 해제되면서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대단지 아파트에서 다운 거래가 만연하게 이뤄질 경우 울산 지역 전체 부동산시장에 교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이에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다운 거래가 판을 쳐서 정당하게 거래하면 제값 받고 못팔 것 같다” “나만 다운 거래 안해 세금 다 내고, 손해보는 듯” 등의 글이 쉽게 목격된다.

 이같은 행위가 버젓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행정당국의 단속 의지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청 관계자는 “불법 거래가 의심된다는 민원이 접수된 만큼 관련 거래 관계인들에게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행정에서도 이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국토교통부에서도 이상거래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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