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류탄에 총격전…페루서 납치된 한국인 사업가 24시간 만에 구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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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새벽 4시(현지시간) 페루 수도 리마의 한 도로.
페루 경찰은 납치범의 은신처를 리마 북부의 한 지역으로 특정하고 포위망을 좁혔다.
이에 앞서 주페루 한국 대사관은 올 5월 "납치범을 자극하지 말고, (납치범이) 몸값 요구를 위한 서한이나 녹음을 요청할 때는 이에 응할 것", "이동할 때는 도로 상태 등을 최대한 기억할 것", "구출된다는 희망을 갖고 최대한 건강상태를 유지할 것" 등 내용이 담긴 행동 요령을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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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루 도심 한복판서 한국인 납치
26일 외교부와 현지 언론 엘 코메르시오, 라 레푸블리카 등에 따르면 페루에서 사업을 해온 60대 A 씨는 전날인 24일 새벽 리마의 한 거리에서 지인과 헤어졌다. 하지만 이후 A 씨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와 연락이 닿지 않자 사무실 직원은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A 씨의 휴대전화를 받은 건 낯선 외국인이었다. 그는 A 씨를 데리고 있다고 했다. 괴한들은 A 씨 가족과의 통화에서는 그를 풀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몸값을 요구했다고 한다.
가족의 연락을 받은 주페루 한국대사관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도록 안내했다. 이후 대사관은 페루 경찰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신속한 수사를 요청했다. 외교부는 25일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를 가동했다. 김홍균 1차관 주재로 열린 회의에선 A 씨의 구출 방안 등이 집중 논의됐다.
페루 경찰은 납치범의 은신처를 리마 북부의 한 지역으로 특정하고 포위망을 좁혔다. 납치범들은 차량을 타고 리마를 벗어나려다가 순찰 중인 경찰에 발각됐다. 페루 경찰의 한 관계자는 “리마 북부 지역을 순찰하던 중에 수상한 차량을 발견했는데 경찰을 보고 도주하는 차량을 즉시 추격했다”고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납치범들은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도로로 수류탄 2개를 던졌고, 이중 1개가 터지면서 추격하던 경찰관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납치범은 총 3명인데 모두 20대 베네수엘라 국적의 남성이라고 페루 당국은 밝혔다. 이들은 직역하면 ‘오렌지밭의 청년들’이란 뜻인 ‘로스 차모스 델 나랑할(Los Chamos del Naranjal)’이란 범죄 조직의 구성원인 것으로 페루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납치된 A 씨는 구출 직후 현지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타박상을 입었지만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안전했던 페루,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납치 건수 ‘2배’
중남미에서 비교적 안전한 국가로 알려져있던 페루는 2019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로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범죄율이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해 페루 전체에서 발생한 납치 사건은 4060건으로 2020년(1698건)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었다. 납치 사건은 주로 수도 리마와 북서부 ‘라 리베르타드(La Libertad)‘주에서 발생했다.
납치범들이 한국인을 표적으로 삼아 범죄를 벌인 것은 아닌 것으로 우리 당국은 보고 있다. 페루에서 한국인이 납치된 것은 2011년 10대 학생이 등굣길에 납치됐다가 23일 만에 풀려난 뒤로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페루에는 한국 교민 1200명이 살고 있고 이중 약 1000명이 수도 리마에 거주한다.
주페루대사관은 페루를 여행하거나 체류할 경우에 개인 신변 안전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치안 불안 지역에서는 여행을 자제해달라고 대사관은 밝혔다. 이에 앞서 주페루 한국 대사관은 올 5월 “납치범을 자극하지 말고, (납치범이) 몸값 요구를 위한 서한이나 녹음을 요청할 때는 이에 응할 것”, “이동할 때는 도로 상태 등을 최대한 기억할 것”, “구출된다는 희망을 갖고 최대한 건강상태를 유지할 것” 등 내용이 담긴 행동 요령을 공지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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