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해군 군수지원함의 한국 입항 의미
미국 해군 7함대 소속 화물보급함 ‘USNS 앨런 셰퍼드함’이 울산 염포부두에 입항했다. 배수량 4만1000t 규모의 이 함정은 길이 210m, 폭 32m, 높이 9.4m에 달하며, 군수물자 보급과 전투 지원 임무를 맡는 핵심 전력이다.
이번 입항은 단순한 정기 정비가 아니라, 한국 조선소가 미 해군의 핵심 전력을 직접 점검·유지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이 한국 조선사의 기술력과 신뢰성을 인정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밀 점검과 연내 인도 계획
HD현대중공업은 앨런 셰퍼드함에 대해 안전 장비와 주요 설비 점검, 각종 탱크류 정비, 장비 검사 등 종합적인 유지·보수 작업을 실시한다. 특히 미 해군이 요구하는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하므로 세계적 수준의 정비 기술이 요구된다.
이번 정비는 연내 완료돼 올해 말 다시 미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며, 성과에 따라 향후 연속적인 미 해군 정비 사업 수주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를 “한국 조선업계가 단순 신조(新造)를 넘어 정비 분야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한다.

MSRA 자격과 국제 진입 장벽 돌파
이번 프로젝트의 배경에는 HD현대중공업의 ‘함정정비협약(MSRA)’ 취득이 있다. MSRA는 미국 정부가 선박 수리 능력, 시설,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부여하는 자격으로, 미 해군 정비 사업 참여를 위한 사실상의 필수 조건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취득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이 협약을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획득했다. 이어 지난달 이번 사업을 수주하며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이후 첫 MRO 성과를 냈다. 이는 한국 조선사가 국제 방산·정비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는 상징적 사건이다.

마스가 프로젝트와 한미 협력 확대
미국은 조선업 부흥을 목표로 ‘마스가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동맹국과의 협력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번 앨런 셰퍼드함 정비 수주는 한국이 그 첫 파트너로 나선 사례로 평가된다. 교착 상태에 빠졌던 한·미 관세 협상에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술 서비스 계약이 아니라, 향후 한미 조선·방산 동맹을 구조적으로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정비뿐 아니라 군함 공동 건조, 차세대 기술 개발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심화할 수 있다.

글로벌 MRO 네트워크 확장 전략
HD현대중공업은 이번 미국 해군 사업에 앞서 필리핀에 군수지원센터를 설립하고 현지에서 성공적인 MRO를 수행해 왔다. 이번 성과는 한국이 글로벌 MRO 네트워크로 확장할 기반을 확보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오는 12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으로 ‘통합 HD현대중공업’이 출범하면, 대형 독(dock)과 전문 인력을 활용해 더욱 다양한 규모의 함정 정비를 병행할 수 있게 된다. 신규 함정 건조와 정비 역량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은 한국 조선업이 세계 해군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하는 핵심 요소다.

미래 협력과 전략적 자율성 강화
HD현대는 단발성 정비 사업에 그치지 않고, 미국 조선업체들과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헌팅턴 잉걸스,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 등과 협력 관계를 체결하며 군함과 상선 분야 공동 개발 가능성까지 넓혔다. 또 MIT, 미시간대 등과 ‘한미 조선협력 전문가 포럼’을 개최해 학계·산업계 협력 기반을 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주를 “한국 조선업이 단순 하청을 넘어 독자 기술과 산업 생태계 두께를 바탕으로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는 계기”라고 본다. 이는 향후 한국이 글로벌 방산·조선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