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린 이미 민간인인 줄 알았다”…기막힌 탈영의 시작
2014년 7월, 해군 1함대 사령부에서 전역을 불과 8시간 앞둔 병사 10여 명이 집단으로 무단이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들은 이미 전역 신고를 마친 상태였고, 다음 날 아침 8시 공식 제대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자유’를 단 몇 시간이라도 빨리 느끼고 싶었던 병사들은 자정이 되자마자 위병소를 통과해 부대를 빠져나갔다.
정문 근무자가 제지하자 이들은 “전역 신고를 마쳤으니 민간인이다”라며 큰소리쳤고, 결국 인근 PC방으로 향해 해방감을 만끽했다. 그러나 몇 시간 후 체포조가 들이닥쳤고, 이들은 모두 붙잡혀 다시 부대로 압송됐다.

전역 신고 ≠ 전역 완료…‘법적 착각’이 불러온 참사
이들의 결정적인 실수는 전역 신고와 군인 신분 유지의 관계를 오해한 데 있었다.
군인 신분은 전역 신고를 마쳤다고 해서 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전역 명령일의 자정(밤 12시)까지 유지된다. 즉, 이들은 법적으로 아직 군인 신분인 상태에서 부대를 이탈한 것이다.
박지훈 변호사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전역 신고는 단순 행정 절차일 뿐이며, 실제 전역 효력은 자정이 되어야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들은 ‘8시간을 기다리지 못한 실수’로 군무이탈죄를 저지르게 된 셈이다.

“마지막 8시간의 함정”…법보다 앞선 조급함
병사들의 행동은 단순한 규율 위반을 넘어, 군 복무 마지막 순간에 대한 심리적 조급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긴 군 생활이 끝나는 순간을 손꼽아 기다려온 병사들이 ‘법적 해석보다 감정이 앞서’ 행동한 결과였다.
한 예비역은 당시 “하루만 참으면 자유인데, 그걸 못 참아 탈영병이 됐다는 게 안타깝다”며 “군 생활의 마지막까지 규율을 지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 사건”이라고 말했다.

‘전역일 자정까지 군인 신분’…모든 장병에게 남은 교훈
이 사건은 이후 군 내에서 전역 시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군은 장병들에게 “전역 명령일의 자정까지 군인 신분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교육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경계태세를 유지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또한 각 부대에서는 전역 전날 불필요한 외출·외박·음주를 금지하는 규정을 강화하고, 위병소 근무자들에게도 전역 예정자에 대한 통제 지침을 명확히 전달하고 있다.

탈영병의 처벌은? “끝까지 군인이었다”
법적으로 군무이탈죄는 ‘정당한 이유 없이 부대를 이탈하거나 복귀하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이들은 자정을 기준으로 전역 전까지 군인 신분이 유지되므로, 명백히 해당된다.
다만 이들이 실제로 범죄 의도가 없고, ‘전역 시점을 착각한 단순 과실’이 인정돼 벌금형이나 기소유예 처분에 그쳤다. 하지만 군 경력에는 오점이 남았고, 이후 민간에서도 불이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8시간의 자유’가 남긴 교훈
이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군 규율의 본질과 개인의 인식 차이를 드러낸 상징적 사례로 회자된다. 전역을 앞둔 병사들에게 “끝까지 군인은 군인이다”라는 교훈을 남겼고, 법과 규율을 마지막 순간까지 존중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결국 ‘8시간만 참았더라면’이라는 후회는, 지금도 전역을 앞둔 수많은 장병들에게 작지만 절대적인 시간의 의미를 일깨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