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추천 여행지

“너는 저곳에 살게 되리라.”
한 여인이 꿈속에서 들은 이 말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었다. 그녀는 마지막 유언으로, 그 언덕에 묻어달라고 남겼고 실제로 지금의 ‘바람의 언덕’ 한가운데에 그녀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말, 관직에 있던 남편과 함께 원앙처럼 살아가던 이 여인의 이야기는 지금도 거제 남단의 바닷바람 속에 남아 있다.
한 세기가 훌쩍 넘은 지금, 그 무덤은 풍차와 잔디 언덕 사이에 조용히 놓여 있다. 누군가에겐 사진 속 익숙한 배경일뿐이지만 이 언덕을 조금만 더 천천히 걷다 보면 그 자리에 담긴 오래된 이야기가 실감 난다.
바람의 언덕은 단지 뷰포인트가 아니라, ‘이곳에 살게 될 것’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인 한 여인의 삶과 죽음이 머무는 장소다.

바다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출렁이고, 해가 지는 저녁이면 언덕 너머로 붉게 물든 하늘이 오래된 사랑을 비춘다. 여름이면 햇살과 바람이 이곳을 더욱 또렷하게 그려낸다.
입장료는 없고 주차도 무료다. SNS 속 풍경보다도 오래 기억될 무언가를 찾는다면 이보다 더 적절한 여정은 드물다.
이번 7월, 전설과 자연, 시간이 어우러진 거제 ‘바람의 언덕’으로 떠나보자.
바람의 언덕
“150년 전 전설 품은 무덤부터 풍차·바다·포토존까지, 입장료는 ‘0원’”

경상남도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에 위치한 ‘바람의 언덕’은 거제 8경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로 꼽힌다. 도장포마을 북쪽 나지막한 언덕에 조성된 이곳은, 원래 ‘띠밭늘’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나 2002년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브의 화원’, ‘회전목마’ 등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며 알려졌고, 2009년에는 KBS 예능 ‘1박 2일’ 촬영지로 다시 주목받았다.
정상에는 잔디밭과 네덜란드풍 풍차가 어우러져 있다. 바닷바람이 쉬지 않고 불어오는 이곳은 이름 그대로 ‘바람의 언덕’이다. 하지만 이 언덕이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언덕 중앙에 자리한 작은 봉분은 약 150년 전 여양 진씨 가문의 숙부인 완산 이씨가 묻힌 곳이다. 조선 후기 관직에 있었던 진종기 통정대부의 아내로, 생전에 부군과 사이가 각별했던 인물로 전해진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부인은 꿈에서 백발의 노인을 만났다. 그는 그녀에게 지금의 언덕을 가리키며 “너는 저곳에 살게 되리라”라고 말했다. 부인은 노인이 예언했듯이 언덕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실제로 언덕 정상에 묻히게 됐다.
흥미로운 점은 남편의 무덤이 마주 보이는 학동 바우산소에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두 무덤은 서로를 향해 위치한 채, 150년을 넘게 마주 보고 있다.
바람의 언덕은 접근성도 뛰어나다. 도장포마을에서 출발해 도보로 오를 수 있으며, 유람선 터미널 주차장(무료)을 이용할 수도 있다. 마을에는 과거 도자기 배의 창고가 있었다는 기록이 전해질만큼 오랜 항구 역사를 지닌 곳이다.
최근에는 도장포마을 전체가 해안경관 색채사업을 통해 정비되며, 벽화와 타일 공예 등이 어우러진 예쁜 색채 마을로 변모했다.

언덕에 오르면 바다와 하늘, 언덕과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여름철에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뜨거운 햇볕을 식혀주며, 일몰 시간대에는 바우산까지 붉게 물든다. 포토존은 풍차 주변뿐 아니라 언덕 곳곳에 흩어져 있어, 계절마다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곳은 상시 개방되어 있고 입장료도 없다. 주차장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간단한 산책 코스로도 좋고, 역사적 이야기까지 곁들일 수 있어 세대 구분 없이 찾을 수 있는 여행지다.
조용한 여름날, 관광과 전설이 함께 머무는 바람의 언덕으로 떠나 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