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대만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영수증 기부함'이라는 건데, 계산하고 남은 잔돈을 기부하는 건 봤어도 영수증 기부? 여기엔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데 유튜브 댓글로 “대만에서는 영수증이 복권이라던데 왜 그런건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대만에서 영수증 기부함이 곳곳에 설치된 건 이 영수증이 복권 기능을 하기 때문. 기부함 속 영수증 복권이 당첨되면 그 당첨금은 불우이웃 돕기 등의 공공사업 재원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대만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QR코드가 새겨진 영수증을 주는데, 상단에 적혀있는 여덟 자리 숫자가 바로 복권 번호다. 그래서 여덟 자리 숫자 중 뒤에서부터 세 자리가 맞으면 육장(6등), 네 자리가 일치하면 오장(5등)...이런 식으로 등수가 올라가는데, 6등 당첨금은 200TWD 8400원 정도지만 영수증 복권의 1등 당첨 금액은 1000만 TWD, 우리돈 4억2000만원으로 액수가 크다.

대만 정부가 영수증에 복권 번호를 넣은 것은 모두 ‘탈세’를 막기 위해서인데, 세금을 적게 신고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아 골머리를 앓았고 1980년대 초반 영수증 복권제도를 고안해냈다. 대만 가오슝 한인회에 연락해 현지 사정을 들어봤는데, 대만은 고가의 제품을 구입하거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카드보다 현금 사용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대만 가오슝시 한인회
"일반 시민들이 소규모로 물건을 사거나 밥을 먹거나 할 때는 큰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현금을 (주로) 사용하죠."

영수증 복권 말고도 우리나라처럼 로또복권이나 스크래치 복권도 있고 대만에도 여러 종류의 복권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영수증 복권의 경우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사고 받는 영수증으로 뜻하지않게 횡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다. 1~2월에 구매한 영수증은 3월 25일, 3~4월 영수증은 5월 25일 이런 식으로 두달에 한번씩 추첨하는데 소액 당첨은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외국인들도 당첨금을 받을 수 있는데 만약 우리가 대만여행 가서 받은 영수증이 액수가 큰 특별장이나 특장에 당첨됐다고 치면 주저할 것 없이 대만행 티켓을 끊어야 한다. 현지 은행에서 당첨금을 받아야하는데 당첨번호 발표 후 3개월 안에 가야한다고 한다.
대만 가오슝시 한인회
“종이 영수증을 확인하는 방법도 앱이 있어서 그냥 QR코드 갖다대면 당첨됐다, 안 됐다 알 수 있어요”

복권 당첨에 대한 기대 심리가 실제 영수증 발급으로 이어진다는 걸 확인한 자료도 있는데, 대만 재정부가 2004년 6월부터 8월까지 3만 6천여 명의 대만 성년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복권 당첨을 기대하기 때문에 영수증을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86.6%, ‘영수증 복권제가 폐지된다면 영수증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6.9%였다.

취재하다가 알게 된 건데, 한국에서도 영수증 복권 제도라는 게 이미 시행된 적 있었다. 2000년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 2005년에는 현금영수증 복권 제도처럼 그때그때 활성화하려는 제도 목적에 따라 복권과 연계된 것들이 있었는데 몇 년 뒤엔 다 사라졌다. 최근엔 정부 주관 소비촉진행사에서 이벤트 성격으로 영수증과 복권을 연계해 1인당 최대 100만원을 주는 것도 있긴 했다.

2020년에는 이탈리아 정부가 최고 당첨금이 무려 13억 원인 영수증 복권 제도를 도입해 탈세를 막겠다고 발표했는데, 과연 대만처럼 몇 십 년간 꾸준히 이어질 수 있을지, 아니면 우리나라처럼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게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