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트럼프 13~15일 방중”… 무역·이란전쟁·한반도 정세 분수령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6. 5. 1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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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을 공식 확인했다. 중국 외교부는 1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13일부터 15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은 집권 1기 첫해였던 2017년 11월 이후 약 8년 6개월 만이다.

지난 10일 미국 백악관의 발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저녁 베이징에 도착해 14일 공식 환영 행사에 참석한 뒤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두 정상은 같은 날 베이징의 대표 명소인 톈탄공원을 함께 둘러보고 국빈 만찬에도 참석한다. 15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떠나기 전 시 주석과 티타임 및 업무 오찬을 할 계획이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14~15일 이틀간 최소 6개 공식 일정에서 대면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집권 2기 미중 관계의 틀을 다시 정비하는 외교 무대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이 무역전쟁 휴전 연장을 조율하는 자리였다면,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전반을 관통할 미중 관계의 ‘룰’을 정하는 자리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회담은 단순한 무역 담판을 넘어 이란 전쟁을 둘러싼 양국의 힘겨루기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란의 핵·미사일 능력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과 대이란 우회 지원 가능성을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이란의 자금줄 차단에 협조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대이란 군사 압박이 중동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에너지 시장을 흔든다는 점을 들어 맞설 수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란 전쟁 장기화로 시 주석의 협상력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30일 부산에서 만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대만 문제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 익명을 요구한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대만 문제도 의제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대만 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단하지는 않겠지만, ‘하나의 중국’ 기조를 흔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한다는 의미다. 반면 중국은 이란 문제를 지렛대 삼아 대만 문제에서 미국의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7일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을 방문한 스티브 데인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이끄는 초당파 상원의원 대표단을 만나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사안으로, 중미관계에서 첫 번째로 넘을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의제로는 무역 휴전 연장과 첨단기술, 희토류 수출 통제가 꼽힌다. 백악관은 양국 간 무역위원회와 투자위원회 설치, 항공우주·농업·에너지 분야 추가 협정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 휴전의 틀을 흔들지 않으면서 교역을 이어가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에 대한 농산물 수출 확대, 보잉 항공기 판매, 에너지 협력 등 눈에 보이는 성과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對)중국 접근이 ‘압박과 견제’에서 ‘이익 기반 거래’로 옮겨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국도 무역 휴전 연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과의 관세 충돌이 완화되면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고 중국 지도부가 내수 부진 등 국내 경제 문제에 집중할 여지가 커진다.

SCMP는 이번 회담에서 중국 항공사들의 보잉 항공기 구매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방중 당시인 2017년 중국이 보잉 항공기 30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코로나 사태와 미중관계 악화로 계약 이행은 지연됐다. 중국 지도부가 대만 문제에서는 미국을 압박하되 경제·무역 협상에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첨단 기술과 희토류 문제에서는 양측의 대립이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은 AI용 고성능 반도체 등 첨단기술 수출 통제를 중국의 기술 추격을 견제하는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다. 반면 중국은 희토류와 핵심 광물 수출 통제를 미국의 관세·기술 압박에 맞설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안보 분야에서는 중국의 핵전력 확장, 인공지능(AI), 러시아 지원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오를 전망이다. 10일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핵 프로그램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대러시아 이중용도 품목 수출 문제도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인공지능(AI) 경쟁의 규칙이 주요 의제로 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반도 문제 논의 여부도 주목된다. 백악관 사전 브리핑에서 북한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지만, 두 정상의 대화 과정에서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가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북미 정상의 회동 일정은 잡혀 있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 방문을 계기로 돌발 제안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김 위원장과 세 차례 만났고, 지난해 10월 방한 때는 “김 위원장이 연락해오면 만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미중 관계 관리가 강화될 경우 한국의 안보·경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정책이 당장의 이익 확보에 집중될 경우 중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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