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도 아들도 불만이라는 연금개혁...뒤에서 웃는 큰손들 따로 있다고?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4. 9. 1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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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민연금 개혁안 발표
보험료율 13%·기금 수익률 5.5%
고갈 시점 2056년 → 2088년 늦춰
2063년 적립액 5000조원으로 불어
수익률 높이려면 대체투자 활성화
국민연금 대체투자 대다수가 해외
이번 개혁으로 기금운용 늘어나면
해외 사모펀드만 주로 배 불릴 판
국내 사모펀드 육성책도 보완해야
26일 서울의 한 국민연금공단 지사에 민원인들이 드나들고 있다. 2024.8.26 [김호영 기자]
정부가 지난 4일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현행 2056년서 최대 2088년까지 32년 더 늦추게 됩니다. 이를 달성하기 보험료율을 높이고(세대별 차등적용·9% → 13%), 기금운용 수익률도 높이기(4.5% → 5.5%)로 했습니다. 만일 해당연도 지출액이 수입액보다 클 경우 지출액을 줄이는 자동 조정장치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즉, 그동안 국민연금 수령액을 물가상승률만큼 반영해서 올렸는데 이르면 2036년부터는 물가상승률보다 적게 올리겠다는 의미입니다.

5000조원까지 늘어나는 기금운용 규모
정부가 지난 9월 4일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 수입액을 늘리고 지출액을 줄일 경우, 현행 2056년인 국민연금 고갈시점을 2088년까지 늦출 수 있다. <보건복지부>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 기금운용 규모가 2039년 1972조원까지 늘어나게 됩니다. 그 이후는 계속 기금이 소진되면서 2056년이 되면 국민연금이 고갈됩니다.

하지만 정부 안대로 국민연금을 개혁할 경우, 국민연금 기금운용 규모는 2063년까지 무려 5000조원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2023년 한국의 실질 GDP(1996조원)보다도 2.5배가 높은 수치죠.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기금운용 수익률 목표치는 연평균 5.5%입니다.

국민연금이 도입된 지난 1988년부터 2023년까지, 즉 지난 35년간의 국민연금 투자액의 연평균 수익률은 5.92%였습니다.

지난 35년간의 연평균 수익률보다 다소 못 미치는 목표를 제시한 것입니다.

이는 언뜻 이해가 갑니다. 1000만원을 굴릴 때 10% 수익률을 내는 것이, 5억원을 굴릴 때 5% 수익률을 내는 것보다 더 쉽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공격적인 목표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체투자 확 늘린다고 선언한 국민연금
결국 핵심은 수익률입니다. 기금운용 규모가 5000조원까지 늘어나는 만큼,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함을 위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35년간 연평균 5.92%의 투자수익률을 보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를 항목별로 따져보면, 주식이 8.72%, 채권이 3.64%입니다. 반면 대체투자 수익률은 무려 9.28%에 달했습니다.

대체투자란 사모펀드(경영권·지분 투자), 부동산, 인프라 투자 등을 말합니다. 전통적인 투자자산인 주식·채권 이외의 자산을 투자하는 것을 대체투자로 말합니다.

국민연금 자산군별 투자현황 및 수익률 <보건복지부>
각국의 금융권 수재들이 가는 곳이 바로 이 같은 대체투자 분야입니다. 공격적으로 기업을 인수하거나 부동산·인프라에 투자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금융권 내 인센티브도 가장 높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은 주식에 45.2% 채권에 38.6%, 그리고 대체투자에 15.9%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대체투자 비중은 캐나다(51%) 네덜란드(32.5%)에 비해 낮습니다. 캐나다 연기금의 연평균 수익률이 2000년대 이후 7.0%로 국민연금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도 앞으로 대체투자 비중을 확 늘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는 그동안 국민연금이 대체투자 부문에선 사모펀드·부동산·인프라 분야에 주로 투자했는데, 앞으로는 사모대출 등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체투자는 해외지역에 주로 투자 중
그러면 대체투자 현황을 살펴볼까요?

국민연금이 지난 8월 공시한 대체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체투자 집행액은 약 142조원입니다. 사모펀드가 53조원, 인프라·부동산이 각각 44조원가량이죠.

이 중 국내에 투자한 비중을 보면 사모펀드 10조6814억원, 인프라 6조8136억원입니다. 부동산 분야는 국내와 호주를 합친 아시아 지역서 도합 12조원을 투자했습니다.

국민연금 전체 대체투자 집행액(142조원) 중 국내에 투자된 금액은 이미 17조원 + 알파인 셈입니다. 국내 투자 비중은 20%가 채 안되는 것입니다.

국민연금 대체투자 현황. 국내 투자비중이 매우 낮다 <국민연금·Canva로 작업>
사모펀드 업계에선 국민연금이 수익률을 좇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글로벌 사모펀드가 아무래도 국내 사모펀드에 비해 ‘전 세계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에 투자 기회를 잘 발굴하고 그만큼 수익률을 더 높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죠. 이에 더해 저성장이 예고된 국내에선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것도 한계로 지적됩니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액을 더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캐나다·네덜란드 연기금의 해외투자 비중이 88~95%인데 반해, 우리는 51.5%에 불과하다고 밝히기도 했죠.

해외업체만 배 불릴 판 ··· 국내 사모펀드 키워야
결국 이번 국민연금 개혁안은 해외 사모펀드에게 큰 기회가 될 전망입니다.

아직 정부가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국민연금이 대체투자 비중을 해외 주요 연기금 수준인 30%까지 올리고 기금운용 규모도 5000조원까지 2063년에 확대된다면, 2063년에 국민연금의 대체투자액은 무려 1500조원까지 불어나게 됩니다.

이는 올해 상반기 국민연금 대체투자 규모(182조7000억원)의 8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현재도 대체투자액의 80% 이상이 해외에 쏠려 있는데, 앞으로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비중을 더 높이게 된다면 그만큼 해외 사모펀드 입장에선 훌륭한 전주(LP·기관투자자)가 생기게 됩니다.

그 상징적인 장면이 바로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원 부시(One Bush)에서 열린 국민연금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개소식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은 5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원 부시 스트리트에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첫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 , 제니 존슨 프랭클린템플턴 최고경영자(왼쪽에서 두 번째), 조나단 그레이 블랙스톤 최고운영책임자(왼쪽에서 여덟 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샌프란시스코사무소 개소식을 개최했다.
해당 개소식엔 글로벌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의 존 그레이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참여했습니다. 블랙스톤의 운용자산 규모는 무려 1300조원에 달합니다. 이 밖에도 각국의 주요 연기금·자산운용사·사모펀드 관계자들도 동시에 참여했습니다. 국민연금의 높은 위상을 알려주는 대목이죠.

다만 국민의 노후를 해외 사모펀드에게 맡기게 될 것이란 비판도 나옵니다.

해외 사무소를 적극적으로 늘리면서 해외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도 좋지만, 한편으론 국내 사모펀드 육성책도 나와야 합니다.

이를테면, 인도나 동남아 등 해외 업체를 인수하거나 혹은 해외 연기금으로부터 펀딩을 받은 국내 사모펀드에 국민연금도 적극적으로 출자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대체투자 규모가 지금보다도 수배가 더 늘어난다면, 해외 사모펀드에 의존할 게 아니라 국내 사모펀드도 그만큼 해외 비즈니스를 할 역량을 갖추게끔 국민연금이 마중물 역할을 하자는 것입니다.

이번 국민연금 개혁안은 연금 고갈 시점을 늦추고, 세대별 차등적용을 통해 청년층 부담을 다소 완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해당 개혁안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선 국내 사모펀드들의 체급과 역량을 기를 수 있게끔 하는 추가적인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번 개혁은 해외 사모펀드에만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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