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V에 컨버터블이 있다고 하면 놀랄 수도 있겠지만 , 실제로 존재했었다 . 아마도 많은 이들이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을 기억하겠지만 , 닛산도 무라노 컨버터블을 만들었었다 . 그런데 , 포르쉐가 카이엔 컨버터블을 만들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는가 ? 아직도 포르쉐의 창고에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잠들고 만 수 많은 차들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 이번엔 그 중에서 포르쉐의 꿈을 담았던 ‘카이엔 컨버터블 ’의 이야기다 .

포르쉐는 카이엔을 만들 때 SUV 그대로 만들기를 거부했다 . 애초에 ‘프로젝트 콜로라도 ’라는 이름으로 폭스바겐과 공동 개발을 진행할 때도 자체 엔진을 사용하고 자체적인 차체 설정을 추가했던 포르쉐다 . 그리고 포르쉐는 카이엔 출시 직후 세 가지 변형 모델을 구상하고 있었다 . 첫 번째는 쿠페 , 두 번째는 카이엔의 차체를 20cm 늘린 뒤 객석을 추가한 버전 , 마지막이 바로 이번에 소개하는 컨버터블 버전이다 .

카이엔 컨버터블은 그 자리에서 폐기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제작까지 됐다 . 지금 이 페이지에서 소개하는 것은 패키지 기능 모델 , 줄여서 PFM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 차체를 실제로 봐야만 품평회를 할 수 있으니 , 기존 카이엔을 대략적으로 개량해 만든 것이다 . 그래서 지붕은 천으로 바꾸었지만 , 차체 보강이 되지 않아 안심을 주는 주행은 불가능하다 . 그래서 먼 거리를 이동할 때는 별도의 트럭이 동원됐다 .

카이엔 컨버터블은 언뜻 보면 카이엔 쿠페를 떠올리게 만든다 . 물론 카이엔 쿠페는 세월이 꽤 흐른 뒤에 현실로 나타났지만 , 기존보다 20cm 길어진 1열 도어만을 갖고 있는 카이엔 쿠페도 색다른 느낌을 준다 . 특이한 것은 뒷모습이 두 개로 갈라져 있다는 것인데 , 이 때까지 디자인에 대해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평가하면서 어느 쪽이 카이엔 쿠페에 어울리는 뒷모습인지 알아보기 위해 이렇게 만든 것이다 .

카이엔 컨버터블의 지붕은 어떻게 접히는 것일까 ? 놀랍게도 현재 판매되고 있는 포르쉐 911 타르가와 그 작동방식이 유사하다 . 카이엔 컨버터블은 전복 시 탑승객 안전을 위해 2열 뒤편에 롤오버 바를 갖추고 있다 . 천으로 된 지붕은 롤오버 바 뒤편으로 이동하는데 , 이 때 뒤에 있는 구조물 중 일부가 열리면서 루프를 삼킨다 . 그리고 구조물은 제자리로 되돌아와 매력적인 형태의 뒷모습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

카이엔 컨버터블은 아쉽게도 양산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 만약 양산에 돌입했다면 , 차체 강성 문제는 틀림없이 해결됐을 것이다 . 그러나 수익성이 없다는 것과 포르쉐의 다른 모델들처럼 매력적으로 보일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그대로 창고로 직행하고 말았다 . 컨버터블로써 SUV라는 것은 미학적으로나 형식적으로나 하나의 도전에 가까웠다 . 크고 무거운 차체를 작게 만든 상단의 절반과 결합한 뒤 지붕을 잘라내면 이상한 모양이 될 것이다 .
글 | 유일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