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피난민 구역 폭격해 40명 사망…UN "전례 없는 죽음과 파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자국이 지정한 인도주의 구역을 폭격해 팔레스타인인 수십 명이 죽거나 다쳤다. 한편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가자지구 모든 학교의 문이 닫힌 가운데 학업 중단이 길어지면 어린이들이 무장 단체 모집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언론국을 인용, 이스라엘군이 이날 오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지역 지중해 연안 알마와시 지역에 공습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언론국은 사망자가 최소 40명에 이르고 6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언론국은 수색이 아직 진행 중으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알마와시는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임의로 인도주의 구역으로 지정해 피난민 대피를 유도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격을 통해 "칸유니스 인도주의 구역 내 지휘통제소에서 작전을 벌이던 주요 하마스 테러범들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과 의료진은 알마와시 천막촌에 최소 4발의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증언했고 가자지구 민간 응급 구조대는 이로 인해 최소 20개 천막이 불탔으며 폭격으로 이 지역에 9m 깊이의 구멍이 생겼다고 밝혔다. 구조대는 사상자에 여성과 어린이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가자지구 전쟁으로 인한 사상자 수를 총괄하는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하마스 쪽은 성명을 통해 알마와시에 하마스 지휘통제소가 있다는 이스라엘군 주장을 부인하며 "추악한 범죄를 정당화하기 위한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은 모래 언덕으로 이뤄진 해안가 빈 땅이었던 알마와시를 일방적으로 인도주의 구역으로 설정했다. 이후 이 지역으로 피난민이 몰려 38만 명 가량이 대피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습격해 1200명을 죽이고 250명 이상을 납치한 뒤 11개월째 지속 중인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가자지구 주민 230만 명 중 대부분이 난민이 돼 피난을 거듭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격으로 지난해 10월7일부터 이달 8일까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4만 972명이 죽고 9만 4761명이 다쳤다.
이스라엘군의 알마와시 폭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에도 하마스 군사 사령관 모하메드 데이프를 표적으로 한 공습으로 알마와시에서 최소 9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9일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가자지구에서 목격한 고통은 내 유엔 사무총장 임기 중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나는 지난 몇 달간 가자지구에서 목도된 수준의 죽음과 파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즉각적 휴전을 촉구했다. 그는 유엔은 휴전을 위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돼 있지만 "문제는 당사국들, 특히 이스라엘이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한편 <로이터>는 9일 시작된 새 학기를 맞아 가자지구에서 5만 8000명의 6살 어린이가 초등학교 1학년으로 신규 취학할 예정이었지만 전쟁으로 인해 가자지구의 모든 학교가 문을 닫은 상태가 지속됐다고 우려했다. 가자지구의 많은 학교가 난민 대피소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로이터>는 10학년에 올라갈 예정이었던 15살 아들을 둔 어머니 움 자키가 아들이 새 학기에 학교에 가는 대신 중부 데이르알발라 피난민 천막에서 눈을 떠 1km 이상 떨어진 곳까지 물을 구하러 갔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자키는 통신에 문자 메시지를 통해 "통상 이런 날은 아이들이 새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 의사나 기술자의 꿈을 꾸게 되는 것을 축하하는 날이지만 오늘 우리가 바라는 건 아이들 중 아무도 잃지 않은 채 전쟁이 끝나는 것 뿐"이라고 토로했다.
팔레스타인 교육부에 따르면 가자지구 전쟁 발발 뒤 이스라엘 공격으로 가자지구 학교의 90%가 파괴되거나 손상됐고 올해 신규 취학 예정자를 제외한 기존 62만 5000명의 학생이 학업을 중단하게 됐다.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의 줄리엣 투마 대변인은 <로이터>에 "어린이들이 학교 밖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학업을 따라잡기 어려워지고 아동 결혼, 아동 노동, 무장단체 모집 등 착취의 희생양이 되는 잃어버린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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