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영업가치 ‘제로’에 조 단위 부채… 매각까지 먹구름
작년 매출도 17% 감소한 5.7조 규모
현금성 자산은 104억…1년새 92% ↓
부채비율2955%… 더 늘어날 수도
인수 후에도 추가자금 투입 불가피
임직원 고용승계 등 난제‘수두룩’

[대한경제=문수아 기자]홈플러스가 대형마트와 온라인사업 매각에 나섰지만 인수 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새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영업으로는 현금을 벌지 못하는 데다, 인수자가 떠안을 부채만 늘어나서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7월 3일)이 한 달도 남지 않아 사실상 청산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9일 홈플러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회계연도(2025년 3월∼2026년 2월) 영업손실(5464억원), 감가상각(4049억원)을 반영한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1322억원으로 추산된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통상 EBITDA에 일정 배수를 곱해 영업가치를 매기는데, 첫 관문부터 막힌 셈이다. 매출은 5조7963억원으로 전년 대비 17.1% 줄어든 반면 인건비와 임차료 등 각종 고정비와 감가상각 부담은 커진 결과다. 인수 이후 점포 구조조정, 임대료 재협상으로 비용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적자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해 3월 기업회생 개시 이후 거래처들이 상품 납품을 축소하면서 일부 매장 매출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37개 매장을 추가 폐점하면서 현재 영업 상황은 더 악화됐을 공산이 크다.
영업 적자는 곳간까지 비웠다. 지난해 말 현금성자산은 104억원으로 1년 새 92% 줄었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3조8815억원 많아 유동비율은 9.5%에 그친다. 당장 돌아오는 빚을 자체 현금으로 막기 어려운 구조다. 영업활동현금흐름(2705억원)이 79% 줄었다. 이마저도 협력업체 대금 지급을 미뤄 운전자본을 끌어쓴 결과여서 회생 이후 거래조건이 강화되면 되풀이하기 어렵다. 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은 유동부채 초과를 근거로 계속기업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인수자가 떠안을 부채도 조 단위다. 인수자가 사업을 통째로 인수할 경우 차입금ㆍ사채(2조521억원), 리스부채(2조6868억원) 등 금융부채만 4조7389억원에 달한다. 매입채무ㆍ미지급금(1조6065억원)까지 더해지면 총 부채는 7조650억원, 부채비율은 2955%에 이른다. 물론 회생채권을 깎거나 자산만 떼어 사는 방식으로 전체 부채를 떠안지 않을 여지도 있지만, 조정 폭은 회생계획안에 달려 있어 실제 부담하게 될 채무 규모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더라도 가격 눈높이는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상대적 우량 사업으로 평가받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지난달 7일 순자산 장부가(1467억원)의 0.82배인 1206억원에 하림 계열 NS홈쇼핑으로 넘어갔다. 장부가보다 18% 할인된 값이다. 슈퍼마켓 사업보다 영업에서 현금을 만들지 못하는 대형마트에는 더 낮은 배수가 매겨질 공산이 크다. 지난해 11월 진행한 통매각 본입찰에 한 곳도 응찰하지 않은 것도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보여준다.
인수 후에는 추가 자금 투입을 피하기 어렵다. 자산 매각 대금이 메리츠증권의 대출 변제로 빠져나가는 구조여서, 영업 정상화에 들어갈 운영자금은 고스란히 인수자 부담으로 남는다. 임대차 해지에 따른 사용권자산 손상과 복구충당부채가 이번 감사보고서에 반영되지 않아 인수자가 실제 떠안을 부채는 더 불어날 여지도 있다. 임직원의 고용 승계와 구조조정 권한 범위도 풀어야 할 과제다.
홈플러스는 강도 높은 자구 노력으로 인수 부담을 줄였다는 입장이다. 기존 126개 점포를 67개 핵심 점포 체제로 줄였고, 임대 점포는 임대인과 협의해 임차료를 평균 20~40% 낮췄다. 슈퍼 부문인 익스프레스를 NS홈쇼핑에 매각해 사업구조를 단순화하면서 인수자가 떠안을 투자 규모와 경영 복잡성도 덜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1만8000명이던 직원은 9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상품 매입, 협력사 대금 지급, 점포 운영 등 정상 영업을 이어가며 매각을 성사시키는데 2000억원의 긴급 운영자금을 메리츠 증권 등 채권단에 요청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점포 폐점 방식으로 효율화를 진행할수록 매출이 감소하고 현금 창출 능력도 급격하게 떨어져 악순환에 빠진 것”이라며“경쟁력 있는 유통기업으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대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