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넘어 수도권 덮친 '무투표'… 양당 기득권이 삼킨 509곳

김강민 2026. 6. 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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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자 509명(5월 28일자 기준) 가운데 43%(223명)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수도권 무투표 당선자 비율은 40%(196명)였다. 과거에는 영·호남 등 특정 정당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 주로 나타났던 무투표 당선이 최근 두 차례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에서도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국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는 양상이다. 이는 거대 양당이 수도권 2·3인 선거구의 의석을 1석 또는 2석씩 나눠 차지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결과다.

8·9회 연속 500명…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이후 유례없는 폭증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자는 1995년 1회 선거 323명에 이어 1998년 2회 선거에서는 73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3회(2022년) 선거에서는 496명이었다. 지방선거 도입 초기인 당시는 정당의 기초의원 선거 후보자 공천이 금지돼 모든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정당으로부터 지지나 추천을 받았다는 사실을 표방하는 것도 금지됐다. 선거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도 저조해 기초의원을 중심으로 무투표 당선이 속출했다.

역대 전국동시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자 수

흐름이 바뀐 것은 4회 선거부터다. 2003년 헌법재판소는 기초의원 선거에서 정당이 후보를 내지 못하게 막는 기존 선거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2006년 4회 선거부터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가 전면 도입됐다. 현재와 같은 지방선거의 틀이 잡히면서 무투표 당선자는 48명으로 급감했다. 이후에도 5회 125명, 6회 196명, 7회 89명을 기록하며 비교적 낮은 무투표 당선 규모가 계속됐다.

2022년 8회 선거를 기점으로 무투표 당선자가 다시 증가했다. 8회 선거 490명에 이어 이번 9회 선거에서는 총 509명이다. 규모 면에서는 2002년 이전 초기 선거와 비슷하지만, 증가 원인과 양상은 다르다. 모든 후보의 정당 공천이 가능해진 이후 이처럼 무투표 당선이 많이 발생한 적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대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직결되는 구도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수도권만 223명… 영·호남 중심 98년과 달라

738명의 무투표 당선자가 쏟아졌던 1998년 2회 지방선거는 영남, 호남 등 특정 정당 지지세가 높은 지역에 집중됐다. 시도별로 전체 당선자 대비 무투표 당선자 비율을 분석한 결과, 대구가 38.6%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경북(27.2%), 부산(25.8%), 경남(25.5%) 등 영남권이 높게 나타났다. 광주(22.1%) 등 호남권의 비율도 높았다.

반면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은 무투표 당선과 거리가 멀었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무투표 당선자는 102명이었다. 서울의 무투표 당선 비율은 4.8%로 전국 최저 수준이었고, 경기도 역시 8.7%로 한 자릿수로 나타났다. 

2회 및 9회 지방선거의 시도별 선출 정수 대비 무투표 당선자 비율

이번 9회 선거는 양상이 다르다. 과거 영·호남에 집중됐던 무투표 당선이 인구가 밀집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으로 옮겨붙었다. 이번 선거에서 수도권(서울·경기·인천) 무투표 당선자는 223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무투표 당선자(509명)의 43%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지역별 비율을 봐도 서울이 18.6%로 급증하며 전국 2위를 기록했고, 인천(16.0%)과 경기(12.6%) 역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수도권·대도시는 '나눠 먹기', 지역 텃밭은 '독식'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 무투표 당선은 양대 정당이 선출 정수를 나눠 갖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번 9회 선거 서울시 무투표 당선자는 총 108명이며, 선거구는 51곳이다. 이 중 37곳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가 1명씩 당선됐다. 의원 정수가 3명인 10개 선거구는 양당이 2석과 1석을 나누어 가졌다. 한 정당에서만 당선자가 나온 선거구는 4곳뿐이다.

다른 수도권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무투표 선거구 기준 인천은 15곳 중 12곳, 경기는 43곳 중 32곳에서 양당이 의석을 나누어 차지했다.

부산, 대구, 대전 등 주요 대도시 역시 동일한 양상이다. 부산은 무투표 선거구 24곳 전체에서 양당이 1석씩 확보했다. 대구는 10곳 중 8곳, 대전은 4곳 모두 양당이 의석을 나눴다. 거대 양당이 의석을 나눠 가지며 사실상 경쟁 구도가 사라진 셈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1명씩 당선된 서울 선거구 사례(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반면 기존 지역주의 지지세가 강하게 남은 지역에서는 특정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졌다. 경북 지역의 무투표 당선자 50명 중 48명은 국민의힘 소속이었고, 더불어민주당은 2명뿐이었다. 무투표 선거구 42곳 중 단 2곳에서만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나왔다. 전남·광주와 전북 지역에서도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이들 지역의 전체 무투표 당선자 119명 중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118명이었다. 나머지 1명은 진보당 소속이었다. 무투표 선거구 97곳 중 96곳을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했다.

유권자 대신 당내 권력… 지역 국회의원 향하는 정치후원금

정당 공천은 당선의 필수 조건이다. 특히 무투표 선거구에서는 유권자의 실질적인 선택권이 작동하지 않는 구조다. 법적으로 국회의원에게 지방선거 공천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 정치의 공천 과정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영향력이 작용한다. 지역 정치인들의 시선이 유권자보다 당내 유력 정치인을 향하게 되는 이유다.

전북특별자치도 도의원으로 무투표 당선된 송재영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2025년 12월 같은 당 이성윤 국회의원에게 450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냈다. 송 후보가 출마한 전주시 제5선거구(완산구 삼천1·2·3동, 효자1동)는 이 의원의 지역구인 전주시을에 속해 있다.

무투표 당선 지역이 아니더라도 양상은 비슷하다. 대구광역시 시의원에 출마한 권오섭 국민의힘 후보(남구 제1선거구) 사례가 대표적이다. 권 후보 선거구인 대구 남구는 지난 8회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80% 가까이 득표한 텃밭 지역이다. 이번 선거에서 권 후보는 이변이 없는 한 당선이 유력하다.

권 후보는 대구 중구·남구 국회의원이었던 임병헌 전 의원에게, 2022년과 2023년 각각 400만 원씩 총 800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냈다. 그러나 2024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임 전 의원이 당내 공천에서 탈락하자 후원 대상도 바뀌었다. 권 후보는 새로 지역구 국회의원이 된 김기웅 의원에게 2024년과 2025년 연간 기부 한도액인 500만 원씩 총 1,000만 원을 후원했다. 2025년에는 대구 내 타 지역구 국회의원인 권영진(달서구병), 이인선(수성구을) 의원에게도 각각 500만 원씩을 후원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간 권 후보는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총 2,800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냈다.

무투표 당선자들의 300만원 초과 정치후원금 내역(2022~2025)

지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국회의원에게 고액 정치후원금을 낸 9회 지방선거 후보는 총 116명, 이들이 낸 정치후원금은 모두 7억 3,000만 원이다. 이중 무투표 당선자는 11명이고, 이들이 낸 고액 정치후원금은 6,350만 원이다. 비공개 대상인 '연간 300만 원 이하'의 정치후원금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전과 7범도 당선… 함량 미달 후보 견제할 방법 없다

무투표 당선자 509명 중 137명은 전과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무투표 당선자 중 가장 전과가 많은 임원희 후보는 농지법 및 수산업법 위반, 배임, 특수공무집행방해, 국토계획법 위반 등 총 7건의 전과를 신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이력이 있는 후보가 9명이었고, 배임이나 횡령, 사기 등 재무·회계 관련 범죄 이력을 가진 이들도 여럿 포함됐다. 유권자들은 이들을 검증하거나 거부할 기회조차 없이 당선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음주운전·횡령·선거법 위반…전과자 137명이 표 없이 의회 간다 >> https://newstapa.org/article/faHcV

제도적 견제 장치는 마땅치 않다. 하승수 변호사는 언론사 기고문에서 "대의제는 대표자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제도인데, 무투표 당선은 사실상 위임 절차가 없는 셈"이라고 지적하며 “최소한 찬반투표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사라진’ 12%의 투표용지, 무투표 당선 이대로 괜찮은가 - 민중의소리) 단독 입후보 시 유권자가 직접 찬반 투표를 하는 '무투표 당선 방지법'이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지만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견제하고 지방 정치의 경쟁을 복원할 대안으로 '지역 정당' 설립이 거론됐었지만 이 역시 헌법재판소의 벽을 넘지 못했다. 헌재는 지난 2023년 '전국 5개 이상의 시·도당'을 요구하는 정당법 조항을 합헌으로 결정했다. 당시 재판관 9명 중 과반인 5명이 "소수·신생 정당의 진입을 가로막고 정치적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지만, 위헌 결정 정족수(6명)에 단 1명이 부족해 양당 중심의 독점 구조가 그대로 유지됐다.

무투표 당선 예정자 509명 정보, 특별페이지서 전수 공개

경쟁자 없이 당선되는 무투표 후보자에게 유권자가 행사할 수 있는 견제 수단은 사실상 없다. 뉴스타파는 유권자에게 무투표 당선의 실태를 정확히 알리기 위해 무투표 당선자 509명의 전과 기록을 포함한 상세 정보를 특별페이지를 통해 전수 공개한다.

우리동네 0표 당선자들 >> https://pages.newstapa.org/2026/vote63/   

△ 우리 동네 0표 당선자들 특별페이지 첫 화면 캡처

뉴스타파 김강민 kangminq@newstapa.org

뉴스타파 전기환 jackson@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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