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첫 대업’ 김하성, 부상에 이번 기회는 날아가나… 결정적 점수가 모자란다

김태우 기자 2024. 10. 1.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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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아시아 내야수로는 첫 골드글러브 수상이라는 대업을 쌓은 김하성이지만, 시즌 막판 어깨 부상은 2년 연속 수상 가능성을 크게 낮췄다. 
▲ 김하성은 유격수 포지션에서도 뛰어난 수비수라는 것을 올해 재증명했으나 쟁쟁한 경쟁자들 앞에서 시즌 막판 결장이 아쉬웠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하성(29·샌디에이고)은 이미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수비수로 공인되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본 포지션인 유격수는 물론 2루수나 3루수에서도 메이저리그 평균 이상의 수비를 할 수 있다는 확신 속에서 김하성을 영입했다. 그리고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진출 후 4년간 이를 증명했다.

절정은 지난해였다. 김하성은 시즌 전 영입된 리그 정상급 공격형 유격수 잰더 보가츠에게 유격수 자리를 내줬다. 무려 11년 총액 2억8000만 달러라는 받은 선수가 ‘나는 유격수다’라고 외치는데 김하성이 이를 밀어내기는 어려웠다. 메이저리그의 냉정한 비즈니스였다. 아쉬운 일이었지만 오히려 타이틀에 있어서는 더 좋은 영향으로 작용했다. 2루에 간 김하성은 2루수는 물론 유격수와 3루수를 모두 보면서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의 가치를 쌓아갔다.

그 결과가 바로 메이저리그 아시아 내야수 역사상 첫 골드글러브였다. 그간 메이저리그에서 보는 아시아 내야수들은 수비력이 떨어진다는 의심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 일본을 대표하는 특급 유격수들이 메이저리그에 가 수비에서 고전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런 의심을 비합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강정호 또한 KBO리그에서는 유격수였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3루가 더 적합하다고 봤다.

하지만 김하성은 세 포지션에서 모두 활약했고, 2023년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로 결정되며 아시아 야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메이저리그가 아시아 내야수들의 수비력을 다시 보는 계기였다. 김하성에게도 큰 자부심이었고, 16년이나 메이저리그에서 뛴 추신수도 “아시아 선수가 내야수 골드글러브라니 정말 놀랐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 김하성은 올해 유격수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보가츠의 떨어지는 수비력을 확인한 샌디에이고는 두 선수의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김하성이 상대적으로 수비에 장점이 있으니 다시 유격수로 옮기고, 보가츠는 공격적인 장점을 살리기 위해 2루에 둔 것이다. 김하성이 올해는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에 도전할 수 있다는 희망도 나왔다. 물론 쟁쟁한 경쟁자들이 버티기는 하지만, 김하성의 수비는 지금이 전성기였다.

다만 2년 연속 골드글러브는 물 건너 간 양상이다. 시즌 막판 스퍼트가 필요했는데, 정작 그 스퍼트를 할 시간을 부상으로 잃었다. 이래나 저래나 김하성을 조기 시즌 아웃으로 몰고 간 그 어깨 부상이 아쉽다.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는 SABR이 산정한 수비 지표 25%, 그리고 현장 코칭스태프를 상대로 한 투표가 75%를 차지한다. 이를 섞어 최종 수상자를 확정한다. 현장의 입김이 세다는 것을 볼 수 있지만, SABR의 지표 또한 캐스팅 보트가 될 수 있을 정도의 비중이다. 또한 현장 관계자들 또한 SABR의 지표나 혹은 OAA나 DRS와 같은 수비 지표를 어느 정도는 참고하기 마련이다. 지난해 김하성은 DRS에서 굉장히 좋은 성적을 내 인식을 많이 바꿨다.

▲ 김하성은 골드글러브 선정에서 25%를 차지하는 SABR의 수비 지표에서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6위를 기록했다. 마지막 두 달에서 이 점수를 더 채울 수 있었지만 부상으로 그 기회를 잃었다.

하지만 올해 SABR의 수비 지표에서 김하성은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6위에 머물렀다. SABR의 산정 지표는 8월 11일이 마지막 업데이트다. 이후 업데이트된 수치는 골드글러브 수상자 발표까지 공개되지 않는데, 김하성이 6위에 머물렀고 설상가상으로 부상으로 시즌 막판 한 달 이상을 결장함에 따라 이를 만회할 기회도 잃었다.

SABR의 기준 1위는 메이슨 윈(세인트루이스)로 SDI 포인트에서 6.6을 기록했다. 2위는 댄스비 스완슨(시카고 컵스)으로 6.1, 3위는 에제키엘 토바(콜로라도)로 4.9, 4위는 프란시스코 린도어(뉴욕 메츠)로 2.9, 5위는 케빈 뉴먼(애리조나)으로 2.6, 그리고 김하성이 2.3으로 6위다. 7위 엘리 델라크루즈(신시내티·1.1)와 차이가 꽤 나지만, 또 1·2위와 격차도 꽤 난다. 김하성이 좋은 수비수라는 것은 다시 증명했으나 골드글러브까지는 모자랄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유격수 포지션에서도 리그 5위권 수비 지표를 기록하면서 가치는 훼손되지 않았다. 리그에서도 인정하는 수비수가 됐고, 이런 인식은 기록이 확 처지지 않는 이상 꾸준하게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올해 FA 시장에 나가는 김하성의 가장 큰 무기는 역시 안정된 수비다.

현지 언론에서도 어깨 부상이 김하성의 FA 가치에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있다. 재활 기간에 따라 향후 FA 시장에서의 전략이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만, 내년 시즌에 정상적으로 대기할 수 있다면 FA 시장에서 충분히 좋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하성은 이런 문제 때문에 서둘러 수술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은 30일 김하성의 부상 및 시즌 아웃 소식을 알리면서 "김하성과 샌디에이고는 당초 부상이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순조로웠던 스윙과 달리 송구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추후 선수의 어깨가 찢어진 걸 알게 됐다"면서 "김하성은 결국 수술을 택하고 2025년 시즌을 앞두고 건강을 완전하게 회복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고 그간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어 FA 시장에 대해서는 "김하성이 내년에 어떤 팀에서 뛸지는 상황을 봐야 한다. 수술을 받는 시기가 좋지 않다"면서도 "그럼에도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와) 800만 달러의 상호 옵션을 포기하고 200만 달러의 바이아웃을 받은 뒤 다재다능한 센터 내야수로서 FA 시장에 나올 확률이 높아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결장 기간이 길어지고 내년 전반기까지 뛰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아닌 이상 시장에서 가치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어 디 애슬레틱은 "김하성은 2025년 소속팀과 관계없이 팬들과 클럽하우스의 사랑을 받았던 선수이자 가치 있었던 선수로 기억될 것"이라면서 그간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에 남긴 공헌도를 짚었다. 실제 김하성은 뛰어난 활용성은 물론 열정적인 플레이스타일로 펫코파크의 팬들에게 큰 사랑과 환호를 받은 선수였다. 김하성의 샌디에이고 잔류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아 보이는 가운데, 이제 김하성은 소속팀 동료들의 포스트시즌 선전을 응원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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