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반환점 코 앞인데... ‘명태균 파문’에 뒤숭숭한 용산

이미호 기자 2024. 10. 1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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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無반응→만난 적 있어→친오빠”
“대국민·대야 설득력 잃어... 개혁 추진 동력↓”
“내주 초 韓 독대로 활로 찾아야”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의 ‘폭로전’에 용산 대통령실(이하 용산)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겉으로는 명씨를 협잡꾼으로 치부하며 “터무니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물밑에선 추가 폭로 여부와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용산은 카카오톡 대화 속 오빠가 친오빠라고 반박했지만, 해명을 두고 일각에서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직원들 사이에선 “허탈하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일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과 싱가포르 국빈 방문과 라오스에서 열리는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위해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은 16일 서울 교육감 선거 투표 외에는 별도의 공개 일정 없이 내부 통상 일정만 소화했다. 다만 이날 3실장과 오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참모들과 갖는 일상적 오찬이라고 했지만, 전날 명씨가 김 여사와 나눈 카톡 대화를 공개하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전날 “(카톡 속 오빠는) 친오빠”라고 해명한 이후, 추가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김 여사는 이날 투표소에 윤 대통령과 동행하지 않았다.

◇ 과감해진 명태균의 발언 수위에 반응 시작한 대통령실

명씨의 이름이 대중에 알려진 것은 지난달 5일 한 매체가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을 처음 보도하면서다. 당시 용산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사실 무근” 정도의 비공식적 반응만 나왔다. 이후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이름이 등장하자 언론과 국민들 관심이 더욱 쏠렸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당사자들이 부인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 의원이 명씨에게 돈을 건넨 정황이 나오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선거와 재판으로 얽히고 설킨 이들의 관계가 수면 위로 드러났고, 명씨는 몇몇 언론을 통해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때 ‘메신저 역할’을 했다며 자신이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검찰 수사(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이어지자, 명씨는 자신이 ‘정치 브로커’로서 여권 정치인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는지를 강하게 부각하는 주장을 내놓기 시작했다. 대선 전 윤 대통령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의 ‘치맥 회동을 성사시킨 것이 본인이라든가, 전당대회 전에 나경원·원희룡과 독대를 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통령실은 명씨 발언을 두고 ‘광우병 사태’라든지 ‘사드 전자파’와 같은 괴담을 거론하며, “휘둘리지 말라”는 입장이었다.

대통령실의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자신의 관계에 대한 발언을 쏟아내면서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서울 서초동 자택을 자신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사실상 정치적 조언자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명씨가 구체적인 내용들을 쏟아내자 대통령실은 지난 8일 공식 입장을 냈다. 윤 대통령이 동남아 3개국 순방차 싱가포르를 방문하고 있을 때였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명씨를 만난 적이 있다”면서도 “상당 부분 과장돼 있고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당시(2021년) 명씨가 국민의힘 유명 정치인과 함께 찾아왔다면서, 그 이후에 “계속 소통해서는 안 될 것 같아 경선이 끝난 뒤 정도부터 안 만났다”고도 했다.

이후 불법 여론조사 의혹이 불거졌다. 실질적 운영자가 명씨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수치를 조작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초점은 윤 대통령 대선 경선 결과로 모아졌다. 여기에 명씨와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간 ‘신경전’이 도화선이 됐다. 김 위원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명씨가) 겁에 질려 왕왕 짖는다. 철장에 빨리 집어넣어야 한다”고 하자, 격분한 명씨가 “(김 의원) 세치 혀에 보수가 망하는구나”라며 김 여사와의 카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 용산 내부선 “허탈하고 개탄스러워”

명씨가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다소 낯부끄러운 내용이었다. 김건희 여사의 오빠로 지칭되는 사람을 깔아 내리는 반면, 명씨에게는 “완전히 의지했다”며 치켜세우는 내용이 담겼다.

대통령실은 즉각 반응했다. 명씨가 수개월간 대통령 부부와 접촉했다는 사실에 대해 “터무니 없다”고 일축했다. 또 카카오톡 대화 속 오빠가 (윤 대통령이 아니라) “친오빠”라는 해명을 내놨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을 평소 오빠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근거를 들었다.

그러자 정치권에선 참모진들의 정무감각이 ‘제로(0)’라는 반응도 나왔다. 용산이 (오빠가 지칭하는 대상이 다를 뿐) 해당 내용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셈이고, 설령 진짜 친오빠였다 하더라도 영부인이 가족까지 끌어들여 국정 개입을 했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다.

상당수 용산 직원은 정치적 판단을 섣불리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자괴감이 드는 것은 분명하다”는 반응이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정말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허탈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출처 : 명태균씨 페이스북

◇ 임기 반환점 앞두고 난감해진 尹... “韓 독대서 활로 찾아야” 의견도

정치권에서는 ‘카카오톡 파문’이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빠가 친오빠든 윤 대통령이든 진위 여부를 떠나 대통령이 새로운 진실게임에 휘말린 모양새라서다.

윤석열 정부는 오는 11월 8일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대통령 발언에 권위와 힘이 실리지 않게 되면 개혁 등 주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낮은 지지율을 감수하더라도 의료·연금·교육·노동 등 4대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메신저의 힘이 사라지면 메시지가 힘을 못 받기 마련”이라며 “국가 원수가 희화화, 패러디화되면 조소를 넘어 결국 경멸로 간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남은 2년반 동안 공직사회에 대한 영(令)이 서질 않고, 대국민 메시지 발신력, 공감 지수 등에 대한 하방경직이 무너져 추락의 속도가 더 붙게 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20% 초반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이에 20%대가 무너지면 여당에서도 균일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대통령과의 ‘이원화 문제’가 거론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내주 초 이뤄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독대에서 윤 대통령이 반등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좋든 싫은 공멸을 막기 위해서라면, 주요 이슈에 대해 용산이 이른바 ‘전략적 허용’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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