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인사이드] 헌법재판관 3명 동시 퇴임… 여야 힘겨루기에 ‘헌재 마비설’까지

이선목 기자 2024. 10.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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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영진·김기영 헌법재판관이 오는 17일 임기 만료로 퇴임한다. 이에 법조계에선 ‘헌재 10월 마비설’이 사실상 현실화 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 사람의 후임 선출은 국회 몫인데 여야(與野)가 선출 방식에 이견을 보이면서 후보자 추천조차 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임 재판관 선출이 안되면 헌재에는 재판관 전체 9명 중 6명만 남게 된다. 이렇게 되면 ‘헌재가 사건을 심리하려면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해야 한다’는 심판 정족수 자체를 채우지 못한다. 또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헌재가 마비 상태가 된 뒤에 민주당이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 탄핵 소추안을 잇따라 통과시킨다면 직무 정지 상태에서 헌재 심리는 진행되지 않아 국정 전반이 마비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9월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헌재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스1

◇與 “관례대로 여야 1명씩 추천” vs 野 “과반 야당이 2명 추천”

헌법재판소는 소장을 포함한 재판관 9명으로 구성된다. 재판관은 모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가운데 3명은 국회가 선출하고,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게 돼 있다.

이번에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이종석 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은 모두 국회 원내 교섭단체 정당 추천으로 선출됐기 때문에 후임 인선도 국회가 해야 한다.

국회 몫인 헌법재판관 선출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 국회가 4당 체제이던 1988년 1기 재판부 때는 상위 3당이 재판관 1명씩을 추천했다. 1994년 2기 재판부의 경우 여당에서 2명, 야당에서 1명을 추천했는데 당시 여당 의석 수가 야당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또 2000년대 이후 3~5기 헌재 재판부는 여당과 야당이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가 합의로 선출했다. 이어 6기 재판부(2018년)의 경우, 당시 제3당이던 바른미래당(국회 30석)이 교섭단체 의석 수를 채우면서 여당(자유한국당), 야당(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총 3개 정당이 1명씩을 추천했다.

이번 국회에서 교섭단체 지위를 확보한 정당은 민주당(170석)과 국민의힘(108석) 뿐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2000년 이후 관례대로 여야가 각각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정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과반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야당이 2명, 여당이 1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법조계 “헌재 마비와 탄핵 남용 결합하면 헌정 마비 우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10월 헌재 마비설(說)’이 나오고 있다. 차기 헌법재판관 후임 인선이 전혀 안되면 당분간 헌재는 재판관 6명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에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는 심판 정족수 규정을 두고 있다.

이번에 공석이 되는 재판관 후임이 모두 충원되지 않으면 이 규정에 따라 헌재는 사건 처리를 전혀 할 수 없게 된다. 헌재에는 탄핵 2건과 위헌법률심판 38건, 권한쟁의 10건, 헌법소원 1165건 등 1200여건(8월 말 기준)이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

헌재 마비가 현실화할 경우 탄핵 사건이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다. 국회가 탄핵 소추안을 의결하면 그 대상이 된 고위 공직자는 헌재가 탄핵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까지 권한 행사가 정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8월 야당 주도로 탄핵 소추안이 가결돼 직무 정지 상태로 헌재의 심리를 기다리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도 거론하고 있다.

한 법조인은 “헌재 마비와 탄핵 남용이 결합하면 헌정 마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헌재가 마비된 상태에서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판사, 검사 등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잇따라 통과시키면 직무 정지 사태가 동시에 일어나면서 국정 마비 상태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송영훈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한낱 뜬소문으로 여겨졌던 헌법재판소의 ‘10월 마비설’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국민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도 지난달 20일 “민주당이 2인 추천을 고집해 (후임 재판관) 추천이 지연되면서 헌법재판소 재판 공백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30일 “국회 추천 과정에 대해 원칙과 기준 없이 발목을 잡는 건 여당”이라며 “3당이 있을 때 교섭 단체별로 추천한 것이고, 국회 추천 관례는 의석 수 기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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