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의 매력이란? 기아 더 뉴 모닝 1.0 가솔린 프레스티지 시승기

지난 5월, 현대자동차는 '카파엔진'의 생산 종료 수순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에서 개발하여 생산되는 카파엔진은 경형 자동차나 준중형 하이브리드 차량에 탑재되고 있는 중이다. 특히 현대차가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이나 소형차 위주의 유럽 시장은 카파엔진의 활용도가 높다. 문제는 현대자동차가 전동화 설비 투자를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확장하고자 하며, 고비용 생산인력을 저 단가 산업에 유출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현대차는 카파엔진의 생산을 현대 위아 등 계열사에 위탁하거나, 해외 현지 공장에 이관하고자 하는 계획을 수립한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의 판매량은 꾸준히 감소해왔다. 2014년 연간 판매량 20만 대의 벽이 무너지고, 2021년에는 급기야 10만 대 미만까지 추락했다. 2022년에는 다시 급반등, 캐스퍼가 출시했기 때문이었다. 새롭게 출시한 캐스퍼 일렉트릭은 '소형차'로 분류되기에 경차 시장은 더욱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 애초에 국내시장에 판매되는 모든 경차는 현대차에서 직접 생산하지도 않는다. GGM과 동희오토에서 양분하여 생산하고, 그마저도 수익성이 뛰어나진 않으니 내연기관 기반의 신차 개발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20세기 말, 대한민국의 마이카 시대가 도래하며 경제적인 '경차'는 많은 인기를 누린 바 있다. 전통적으로 경차의 표준형은 '해치백'이었다. 지금은 SUV나 박스카 타입의 경차가 인기를 끌지만, 일반적인 해치백 타입의 경차는 보다 편안한 승차감과 가벼운 무게, 뛰어난 효율을 장점으로 한다. 그런 경차의 선택지로는 기아의 '모닝'이 유일무이하게 남아있는 현황이다. 현재 판매되는 모닝은 제3세대, 프로젝트 코드 JA로 2017년부터 생산되었다. 지난해 2023년 두 번째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상품성을 재고하게 된다.

시승차량은 기아 모닝 1.0 가솔린 프레스티지 트림이다. 기아 모닝은 '트렌디' 트림이 가장 낮은 등급으로 구분된다. 그 이후 프레스티지, 시그니처, 마지막으로 'GT-라인'까지 등급이 구성되어 있다. 프레스티지의 주요 옵션은 인조 가죽 시트와 1열 열선, 슈퍼비전 클러스터, 운전석 통풍, 버튼 시동, 하이패스 정도가 있겠다. 시승차량은 추가로 '드라이브 와이즈 1,2' 패키지와 '8인치 내비게이션' 패키지가 적용된 모델이다. 후측방 충돌 경보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8인치 내비게이션과 풀 오토 에어컨이 추가된다.

더 뉴 모닝은 2차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기아의 최신 패밀리룩이 적용된 바 있다.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을 담았다. 대조적인 형태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는 취지다. 그에 따라 헤드 램프는 수직형으로 길게 뻗어있으며, 좌우측을 연결하는 '스타 맵' 라인이 멋스러움을 남긴다. 시승 차량은 스타일 패키지가 적용되지 않아 벌브 타입 램프가 DRL을 대체한다. 범퍼는 넓은 면적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자리 잡고, 양 끝의 에어커튼 홀을 통해 스포티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전체적으로 각이 잡혀있어 정교함이 느껴진다.

측면 디자인이다. 새롭게 디자인된 프런트 마스크 덕분에, 측면 디자인도 날렵하고 카리스마 있는 분위기가 느껴지게 된다. 경형 자동차는 크기 규제가 있다 보니 비율적으로는 한계가 있다. 실내 공간을 위해 휠베이스를 최대한 늘리고, 리어 오버행을 축소시킨다. 그래도 모닝은 보닛과 A 필러가 실루엣으로 구분되는 편이다. C 필러도 약간 기울어져있는 형태라 규격 내에서는 꽤나 스포티한 프로필을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시승차량과 같은 프레스티지 사양은 기본 14인치 알로이 휠이 적용된다. 다크 메탈의 색감이 스탠스를 강화했다.

후면 디자인이다. 역시 두 번째 페이스리프트 이후 기아의 패밀리룩을 따랐다. 전면 헤드램프처럼, 테일램프도 하나로 연결된 형태를 보인다. 별자리를 형상화한다. 기존보다 양측의 메인 테일램프 폭이 좁아지면서 차체가 보다 넓고 단단해 보이는 인상을 준다. 범퍼 형상도 전체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리도록 간결한 선과 면을 활용했다. 하단부를 감싸는 가니시가 마치 디퓨져처럼 스포티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모닝의 아담한 체구를 날렵하고 스포티한 아이덴티티로 잘 변형시킨 디자인이었다.

단순한 구성의 실내 디자인이다. 4.2인치 컬러 LCD가 포함된 디지털 클러스터, 그리고 8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로 인포테인먼트가 구성되었다. 센터패시아는 비상등 버튼과 공조장치로 구성되고, 시트 열선 버튼이 센터 콘솔에 배치된다. 수납공간에는 접이식 컵홀더를 적용하여 공간 활용도를 높인다. 사이드미러와 기어 노브는 기계식으로 작동하며, 그립은 우레탄 소재였다. 폭이 좁아 콘솔박스가 없는 대신 운전석 측 암 레스트가 구비된다. 우레탄 소재 3스포츠 스티어링 휠은 직경이 넓은 편은 아닌데, 대시보드가 좁다 보니 커 보이는 경향이 있다.

2열 공간이다. 생각보다는 레그룸에 여유가 있는 편이다. 준중형 차량 대비 레그룸보다는 좌우 폭이 많이 좁게 느껴진다. 해치백답게 헤드룸도 나쁘지 않고 나름대로 창문 개방감이 있다. 에어벤트 등 편의 장비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암 레스트도 없고, 1열 센터 콘솔 뒤편의 컵홀더와 C 타입 USB 포트가 전부였다. 트렁크 공간은 생각보다 깊숙이 마련되어 있다. 의외로 러기지 스크린까지 부착되어 있고, 2열 시트는 6:4 비율로 폴딩이 가능하다.

모닝은 1.0 가솔린 단일 사양으로 시판 중이다. 배기량 1.0L 급 직렬 3기통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이 적용되며, 최고출력은 76Hp, 최대 토크는 9.7kg.m수준이다. 엔진 파워가 많이 낮은 편이지만, 공차중량이 최저 970Kg으로 가볍다 보니 어느 정도 절충이 가능했다. 변속기는 4단 토크컨버터가 맞물린다. 그에 따라 공인연비는 14.7 Km/l 수준, 당연하지만 국내 경차 중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편이다. 그 밖에 특징이라면 후륜 브레이크가 디스크 로터가 아닌 드럼과 슈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별도의 드라이브 모드가 없었다.

시동을 걸면 공회전 상태에서도 N.V.H가 신경 쓰이는 편이긴 하다. 근본적으로 방음 설비가 부족한 만큼, 당연 승차감까지 여러 방면에서 부족했다. 현가장치는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토션 빔 방식인데, 구조를 떠나 운전석과 바퀴 사이 거리가 가까우니 충격이 잘 여과되지 않는다. 지상고가 낮아 세팅 자체도 약간 단단하게 느껴지는 편이다. 그 점만 감안하면, 포장도로가 깔려있는 시내에서는 그럭저럭 납득할 만한 승차감을 보여주었다. 깊은 요철에서도 한번 큰 충격이 올라오면 리바운드는 잘 억제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소음이 많이 거슬렸다. 물론 이전보다는 많이 개선된 품질이 아닐까 싶다.

기본적으로 중량이 가볍다 보니 출력 대비 가속감은 경쾌했다.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저단에서 엑셀을 깊게 밟으면 시끄러운 부밍 사운드와 함께 꽤나 강력한 토크가 느껴진다. 체감만큼 속도도 빠르게 오르지는 않지만 시내 주행에서의 부족함은 없다. 단점이라면 고속에서의 펀치력이 답답하다는 것, 특히 4단 변속기는 토크와 마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급가속과 제동을 반복하면 변속기는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하고, RPM이 요동치며 승차감을 저해한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맞춰갈 수 있지만 경사로나 고속 추월에서 아쉬움이 와닿았다.

엔진 출력이나 변속기 중 하나의 스펙이라도 뛰어났다면 승차감은 훨씬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다만 배기량은 어차피 제한이 있고, 1.0 터보 모델은 파워는 나아지더라도 터보 래그로 인해 RPM이 더욱 요동친다. 그와 비교하면 적절한 세팅의 1.0 자연흡기도 나쁘지 않다. 태생이 그렇다 보니 드라이브 모드의 부재도 딱히 신경 쓰이지 않는다. 경사로에서 필요한 저단 기어는 구성되어 있고, 기본적인 스티어링 감도도 적당히 가볍다. 스티어링은 차량 크기를 생각하면 약간의 언더스티어로 편향된다. 제동 성능은 약간의 밀림이 있다.

그래도 고속에서나 저속에서나 낮게 깔려있는 무게중심은 타 경차대비 뚜렷한 안정감을 준다. 무게 비율 자체는 어긋날지라도, 고속에서는 역시 해치백 타입의 경차가 가장 편안하다. ADAS 장비로 2단계의 드라이브 와이즈 패키지가 채택되면서 차간거리 조절이 가능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채택되어 있었다. 후측방 충돌 경보와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까지 탑재되면서 안전성은 보완된다. 아무렴, 경차의 장점은 경제성과 편리성이다. 승차감이 좋아 편리하다는 게 아니라, 좁은 골목길이나 주차 등의 복잡한 도로환경에서 작은 차체는 확실한 장점이 되어주었다.

기아 모닝 1.0 가솔린 프레스티지를 시승했다. 페이스리프트 이후의 디자인은 확실히 섬세해졌다. 변속기의 반응성이나 정숙성은 아쉬웠지만, 도심에서 운행하기에는 경차만큼 편리한 차량도 없다. 치솟는 소비자물가지수 대비, 자동차의 가격 인상률은 높지 않은 편이다. 그렇다 보니 경차의 불편함 대비 경제성이 과거만큼 좋게 평가되지는 않는 것 같다. 과거와는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 세대 변경마다 덩치가 커지는 차량들 속에서, 경차는 작은 크기 그 자체가 장점인 셈이다. 분명 그런 장점이 필요한 장소가 있고 소비자가 있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