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전기세단 'i5'…빠르고 조용하고 과하지 않아서 좋다

BMW 'i5'는 전기차 전환기 속에서 BMW가 기존 5시리즈의 강점을 유지한 채 전동화를 입힌 모델이다. 최근 시승한 차량은 사륜구동인 'i5 xDrive40 M 스포츠 패키지 프로'이며 가격은 1억580만원이다. 

이 차는 완전히 새로운 전기차라기보다 완성도 높은 세단의 진화를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다. 외관부터 그 방향성이 분명하다. 전장 5060mm에 달하는 차체는 준대형 세단다운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디자인은 언뜻 보면 내연기관 5시리즈와 크게 차이가 없다. 

전통적인 세단 비율과 매끈한 측면 실루엣, 단단한 인상의 전면부가 조화를 이룬다. 키드니 그릴 등 일부 전기차 특성을 드러내지만, 전체적으로는 '익숙한 BMW'로 전기차임을 과시하기보다 오래 타도 질리지 않는 균형 잡힌 디자인이다.

실내는 디지털과 고급스러움이 결합됐다. 곡면 형태의 대형 디스플레이는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를 하나로 묶었다. 화면이 넓어 정보 확인과 조작이 편리하지만, 디스플레이 끝단은 운전자와 제법 거리가 있는 편이다. 물리 버튼이 대부분 사라지고 기능이 센터 콘솔과 터치 스크린으로 집중된 점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지만 공조 기능까지 터치에 의존하는 부분은 운전 중에 다소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다.

내부 공간은 휠베이스 2995mm의 준대형 세단다운 여유가 돋보인다. 2열 레그룸은 넉넉하고 별도 공조 조절과 열선 시트, 충전 포트 등 편의사양도 갖췄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수동식 좌우 햇빛 가리개와 전동식 리어 햇빛 가리개 등 세심한 배려도 눈에 띈다. 

다만 2열 시트가 폴딩되지 않는 구조는 활용성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대신 스키 스루를 통해 긴 물건 적재는 가능하다. 트렁크 용량은 일상적인 사용에 충분한 수준이며, 전면 트렁크(프렁크)는 제공되지 않는다.

뛰어난 주행 성능은 이 차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앞뒤 차축에 탑재된 전기모터를 기반으로 최고출력 394마력, 최대토크 60.1kg·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4초 만에 도달하는 가속력은 일상 주행은 물론 고속 영역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특히 전기차답게 저속에서의 즉각적인 토크 반응과 중고속 영역에서의 꾸준한 가속이 돋보인다. 

차체 무게를 다루는 방식은 BMW답다. 2.3t에 달하는 공차중량은 수치상 부담스럽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그 무게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코너 진입시 좌우 기울기도 적고 스티어링은 노면 정보를 적절히 전달한다. 전기차 특유의 무거움보다는 균형 잡힌 세단의 움직임에 가깝다. 후륜 조향 시스템과 어댑티브 서스펜션의 조합은 저속에서는 민첩성을, 고속에서는 안정감을 보여준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성향이다. 과속방지턱이나 요철 구간에서도 충격을 효과적으로 걸러내며, 노면 정보를 완전히 차단하지 않으면서도 불쾌한 진동은 최소화한다. 과거 BMW의 날카로운 스포츠 세단 이미지를 기대했다면 다소 순해졌다고 느낄 수 있지만, 대신 장거리 주행에서의 피로도는 줄었다. 일상과 고속 주행 모두에서 편안함을 우선시한 세팅이라고 볼 수 있다.

정숙성 역시 프리미엄 세단에 걸맞은 수준이다. 도심에서는 물론 고속 주행에서도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잘 억제된다. 바워스앤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은 이런 정숙성을 바탕으로 실내를 좋은 음악 감상 환경으로 만들어 준다.

회생제동 시스템은 운전자 취향에 맞게 4단계로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D모드에서는 터치 스크린으로 조작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3단계(낮음, 중간, 높음)로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일반 내연기관차와 유사한 자연스러운 제동부터 비교적 강한 감속까지 선택 가능하다. 추가로 기어 셀렉터에서 B모드를 선택하면 완전 정지까지 가능한 원페달 주행이 가능해 도심 주행에서 효율성을 높여 준다. 

시승을 마치고 난 후 최종 전비는 5.3km/kWh를 기록했다. 공인 복합 전비가 4.4km/kWh임을 감안하면 준수한 결과다. 시승차는 83.5kWh 배터리를 장착했고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30분이면 충전이 완료된다. 1회 충전시 주행 가능거리는 412km로 무난한 편이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사용 편의성이 돋보인다. 복잡한 설정 없이도 직관적으로 작동하며, 차로 유지와 차로 변경 기능 역시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주차 보조 시스템은 차량이 스스로 공간을 탐색하고 조향까지 수행해 실제 도심 환경에서 활용도가 높다.

i5 xDrive40은 '전기차다운 혁신'보다는 '프리미엄 세단 완성도'에 초점을 맞춘 모델로 볼 수 있다. 화려한 기술 보여주기, 파격적인 변화 대신 기존 5시리즈가 쌓아온 균형 잡힌 주행 감각과 편안함을 전기차로 자연스럽게 확장했다. 전기차로 전환하면서도 익숙한 감각과 높은 완성도를 원하는 소비자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선택지다. 동시에 BMW가 왜 여전히 '운전 즐거움'을 강조하는 브랜드인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모델이기도 하다.

/지피코리아 경창환 기자 kikizenith@gpkorea.com, 사진=지피코리아·BM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