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산 미사일이 중동 하늘을 지킨다
한국이 만든 방공 미사일이 중동 3개국의 하늘을 동시에 책임지는 시대가 열렸다. 2022년 UAE,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2024년 이라크까지 천궁-II 수출 계약이 성사되면서 중동에 거대한 K-방산 대공 방어 벨트가 구축된 것이다. 이라크 국방부는 2026년 초 한국으로부터 천궁-II 첫 포대를 인도받을 것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러시아제 S-400도, 미국제 패트리어트도 아닌 한국산 천궁-II를 중동이 앞다퉈 선택하는 이유를 파헤쳐 본다.
이라크 3조 7천억 원 계약, 6개월 만에 성사된 배경

이라크의 천궁-II 도입은 이례적인 속도로 진행되었다. 무기 거래 협상이 보통 수년 단위인 것과 달리, 이라크 수다니 정권은 구매 의사 타진 6개월 만에 계약을 체결했다. 2024년 9월 LIG넥스원과 이라크 국방부가 맺은 계약 규모는 28억 달러(약 3조 7,135억 원), 총 8개 포대 분량이다. LIG넥스원이 체계 종합과 유도탄을, 한화시스템이 AESA 레이더(약 8,600억 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대와 차량(약 6,170억 원)을 공급하는 원팀 체제로 진행된다.

이라크가 이토록 급했던 이유는 절박한 안보 환경에 있다. 러시아제 S-400, 프랑스제 SAMP/T NG, 중국제 FD-2000B 도입을 차례로 추진했지만 모두 좌절되었다. 러시아산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급 불가, 서방제는 정치적 조건이 까다로웠다. 2024년 이스라엘-이란 충돌 시 양측이 이라크 영공을 사용하면서 자체 방공 능력 확보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타베트 알 압바시 이라크 국방장관은 자국 언론에서 천궁-II를 "매우 첨단화된 무기"라고 평가했다.
UAE 4조 원, 사우디 4조 2천억 원, 중동 3국 벨트의 전모

이라크 수출은 중동 전체에 걸친 K-방산 대공 방어 벨트 완성이라는 맥락에서 봐야 한다. 2022년 UAE와 약 4조 1,500억 원,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와 10개 포대 약 4조 2,528억 원 규모의 수출 계약이 잇따라 성사되었다. UAE는 2025년 알 다프라 공군기지에서 천궁-II 실전 배치가 확인되었고, 사우디는 후티 반군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을 결정했다.

세 나라 계약 금액을 합산하면 약 12조 원을 넘어선다. 단일 무기 체계가 하나의 지역에서 이 정도 수출을 달성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중동이 공통적으로 천궁-II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패트리어트 대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면서 항공기, 탄도미사일, 드론까지 동시에 대응할 수 있다. 마하 5의 비행 속도, 항공기 대상 50km 사거리, 히트 투 킬 방식의 정밀 요격 능력이 핵심이다. 미사일 단가도 19억 원 수준으로 운용 부담이 적다.
패트리어트 대신 천궁-II, 한국이 선택받은 진짜 이유

미국은 무기 수출에 엄격한 정치적 조건을 붙이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사우디의 경우 예멘 내전 개입으로 미국산 무기 도입이 제한된 상황에서 한국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러시아는 전쟁 이후 공급 자체가 불가능해졌고, 유럽제는 물량 확보에 수년이 걸린다. LIG넥스원과 한화 계열사가 체계부터 레이더, 발사대까지 일괄 공급하는 구조여서 납기 준수와 사후 군수 지원이 안정적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이라크에 8개 포대가 모두 배치되면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부터 주요 시설을 방어하는 촘촘한 방공 우산이 완성된다. 천궁-II의 중동 3국 벨트 완성은 한국이 중동 방공 시장에서 미국, 러시아에 이은 제3의 핵심 공급국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한다. 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K-방산 방공 수출은 중동을 넘어 더 넓은 시장으로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