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된 시골 할머니 집, 고쳐 살기로 한 직장인 손자
안녕하세요.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자, 혼자 시골집에 살고 있는 나시골이라고 합니다.
로망을 꿈꾸게 된 이유는
시골집에 살게 된 건 우연한 기회였어요. 여기로 이사 오기 전엔 평택에서 회사 가까운 곳에 자취방을 구해서 1년 정도 살고 있었거든요. 집에서 회사까지 차로 10분 정도 걸렸는데, 갑자기 회사가 평택에서 안성으로 이전을 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저도 다시 집을 알아봐야 했죠. 이사를 하지 않으면 차를 타고 50분 정도 출퇴근을 해야만 하는 거리였거든요.
추억과 편안함이 있는 집
그래서 안성에서 집을 구하던 중이었는데요. 우연히 안성에 있는 친할머니의 집이 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집으로 들어오게 됐어요.
회사 출퇴근이라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들어오기로 했지만, 막상 오랜만에 다시 와보니 어린 시절 기억이 담긴 집이라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추억이 남아 있으면서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시골집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집을 리모델링 하게 됐습니다.
로망을 이뤄줄 동네를 찾아서
현실을 좇다 찾은 로망
이 집은 16년 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론 쭉 세를 놓고 있던 상태였어요. 근데 마침 살고 있던 세입자분이 나간다는 의사를 보이셔서, 부모님이 저한테 들어가서 살지 않겠냐고 물어보신 거죠. 만약 제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집이 비어 있었을지도 몰라요. 근데 집은 사람이 살면서 관리를 하지 않으면 쉽게 망가지니까 비워 놓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물론 여기 들어와 살면 주거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좋았죠. 사실 원룸이 됐든 투룸이 됐든 제 나이대에서는 자기 집을 마련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러니 전세 아니면 월세를 들어가야 하는데,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해야 한다는 점도 불편했고 재계약을 하게 되면 보증금이 올라가기도 하니까 그에 대한 스트레스가 늘 있었죠. 여기에 들어와 살면 그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집에 돈을 들여서 잘 고쳐 놓으면 나중에 부모님이 노후에 내려오실 수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런 것까지도 생각하다가 이 집으로 들어올 결심을 하게 된 거죠
다시 찾아도 이 동네, 이 집
안성시라 수도권이기는 해도, 이 동네는 도심이랑은 거리가 멀어요. 안성시청까지는 넉넉잡아 차로 30분 정도는 가야 하고, 마트나 시장도 차로 10분은 나가야 있는 정도예요. 카페를 가려고 해도 무조건 차를 타고 가야 하고요. 그래서 불편한 점도 조금은 있죠.
하지만 만약 다시 동네와 집을 찾아보라고 해도 지금처럼 도심과 멀더라도 조용한 동네에, 마당이 있는 1층짜리 주택을 구할 것 같아요. 여기에 들어올 땐 동네와 집에 대한 선택지가 없었지만, 살면서 이곳만의 재미를 찾게 됐거든요.
식당이나 카페가 머니까 웬만한 건 집에서 해먹자 이런 식으로 바뀌어서 요리를 좋아하게 됐고요. 그리고 2층까지 있으면 집을 넓게 쓸 수 있지만 잘 안 올라갈 것 같아요. 아파트나 빌라에 살 때부터 밖으로 나가려면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타야만 하는 게 불편했거든요. 근데 단층집은 동선도 편하고, 마당에 앉아서 집을 바라보면 낮은 건물이 안정감을 주기도 해요.
하지만 이런 점은 사람마다 각각 다르니까 저처럼 시골집에 대한 로망이 있다면, 어떤 동네와 집이 맞는지는 본인이 판단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로망, 진짜 이뤄질 수 있도록
말처럼 쉽지 않은 구옥 리모델링
리모델링을 준비하기 전에 이 집에 왔다가 사실 놀랐어요. 저는 조금만 고치면 될 줄 알고 예산을 적게 잡았거든요. 근데 16년 만에 와서 봤더니 웬만한 건 다 고쳐야 되겠더라고요. 집을 보기 전엔 넉넉잡아 2천만 원 정도를 예상했는데 직접 보고 나니까 5천만 원은 들겠다 싶었어요.
리모델링 자금은 제가 모아둔 돈에 가족의 도움으로 마련했거든요. 그래서 5천만 원보다 더 많은 비용을 쓰는 건 무리였기 때문에 그 안에 해결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근데 업체를 찾아가서 상담을 받아보니 제가 원하는 시안대로 하려면 1억 정도는 든다고 하더라고요. 여러 곳에서 상담을 받아봐도, 최소 금액이 8천만 원이었어요.
그러다 한 인테리어 업체에서 제가 가져간 시안을 보곤 이렇게 시안을 직접 짤 수 있을 정도면 반셀프로 해보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직접 업체를 하나하나 알아봐서 진행하면 저렴하게 할 수 있다고 해서 반셀프로 도전해보기로 했죠. 구옥 리모델링은 분명히 큰 비용이 드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여러 업체와 상담을 해보고 선택하시거나 저처럼 반셀프로 진행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어렵지만 그럼에도
업체를 정하기까지는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어요. 저는 원하는 디자인이 확실했기 때문에 업체와 미팅을 할 때 그 방향대로 구현해 줄 수 있는 업체인지 중요했거든요. 근데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는 업체도 있더라고요. 특히 제가 원하는 대로 기존 문이나 천장 부분을 살리면 그 부분에서 이익을 못 가져가니까 안 된다고 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물론 기술적인 문제도 있었는데 ‘해본 적은 없지만 이런 식으로 시도해볼 수 있겠다’라고 자신감을 보여주는 업체들도 있더라고요. 그런 분들에게 더 신뢰가 가기도 했고요. 그러니 업체를 정할 때는 최대한 의사소통을 많이 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에 대한 업체의 반응 등을 보면서 판단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셀프 리모델링은 커뮤니티의 도움으로
인기통이라는 네이버 카페가 있는데요. 저처럼 셀프로 업체를 정해서 부분 부분마다 시공을 맡겨야 하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더라고요. 거기서 많이 도움을 받았어요.
지역 별로 업체를 알아볼 수도 있고, 도배나 목수, 타일 이런 식으로도 분류가 되어 있어서 시공 종류별로도 알아볼 수 있죠. 저도 거기에 글을 올려서 업체를 하나하나 컨택했어요. 그리고 컨택한 업체가 현장 방문을 해서 미팅하고, 잘 맞으면 진행을 하게 됐죠.
로망집이 가져다준 변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집
평일엔 출근을 하니까 주말에는 늦잠 자기도 했는데요. 여기선 주말을 일찍 맞이해요. 마당에 나가서 청소도 하고요. 일찍 일어나서 좀 더 개운한 아침을 보내는 거죠. 하지만 그래도 도시보다 여유롭다고 할까요. 주말도 그렇지만 평일에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도 여기에선 시간이 느릿느릿 흘러가는 느낌이 들어요.
도시에 있는 아파트에 살면 뭐든 빨리빨리 해야 한다는 쫓기는 기분도 들고 시간이 빨리 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데 여기 시골집에서는 바쁘게 보낸다기보단 슬렁슬렁 쉬는 느낌이에요. 그런 편안한 시간을 즐기게 된 것 같아요.
관리하는 재미
주택은 물론 관리가 더 필요하기는 해요. 아파트나 빌라 같은 경우는 관리비를 내니까 누군가가 대신 관리해 주잖아요. 그런데 여기선 그런 비용이 안 드는 대신 몸으로 해결 봐야 되는 부분들이 있죠. 마당에 잡초가 많으면 직접 뽑아야 되고요. 근데 저도 그래서 잔디는 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잔디를 깔면 한 달에 두세 번은 깎아야 하는 것 같아서 마당에 돌을 깔았어요. 그래서 그나마 관리라고 할 만한 부분은 마당이랑 청소 정도예요. 눈이 오는 날엔 눈을 쓸어야 하고요. 근데 그게 불편하진 않아요. 그것도 하나의 재미라고 느껴져요.
로망이 일상이 되는 나날
친구도, 가족도 쉬어 가는 곳
이 집에 사니까 친구들을 초대해서 좀 더 편안하게 놀 수 있게 됐어요. 주말에 부모님도 종종 내려와서 쉬다 가실 수 있어서 좋고요. 그래서 마당에서 캠핑하는 분위기가 나게 꾸며보고 싶었는데 이사 온 뒤에 겨울이어서 아직 못해봤거든요.
이제 여름이 다가오니까 수돗가 쪽을 휴양지 느낌이 나도록 꾸미려고 준비 중이에요. 지금은 족욕 정도를 할 수 있게끔 해놓기도 했고요. 마당에서 바비큐까지 아니더라도 조그마한 불판 하나 두고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해요. 그런 점에서 이 집이 좋죠. 코로나의 영향을 덜 받게 될 수 있으니까요.
얼마 전에는 마당에 나무도 심었어요. 벚꽃나무를 심어서 봄에는 벚꽃 핀 모습도 보고, 블루베리랑 체리나무도 심었는데 블루베리가 얼마나 열릴지 기대하면서 관찰하고 있죠. 그전엔 마당에 나무가 전혀 없었거든요.
무관심에서 취미가 된 요리
사실 이 집에 오기 전까진 요리를 안 했지만, 집에서 가장 신경 쓴 곳이 주방인데요. 요리를 하고 싶게 만드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주방은 다들 화이트로 많이 하시던데, 저는 나무에 스테인리스 조합에 상부 장을 설치하지 않는 걸로 컨셉을 잡았어요.
제 마음에 드는 공간이라 그런지 요리에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조금씩 조금씩 하다 보니까 요리가 취미가 된 것 같아요.
끝나지 않을 로망집
만약 저처럼 추억이 있는 집을 고쳐 산다면, 추억을 남기면서 고칠 건지 아예 싹 다 고칠 건지부터 선택을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우선은 조금씩 고치는 걸 추천드려요. 일단 일부만 고치고 살다가 살면서 또 고쳐도 되는 거니까요.
공사 준비와 과정이 힘들어도, 완성된 후에 생긴 추억은 정말 좋거든요. 가족이랑 친구들이 놀러 와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만의 아지트 같은 공간이 생기니까 저는 원한다면 꼭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더 많은 집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 집들이에서, 저의 근황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