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가재, '관상용'에서 '생태계 교란종'으로 바뀐 이유

작고 빨간 몸통에 집게발을 흔드는 미국 가재는 자연학습 체험장이나 일부 애완동물 카페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눈에 띄는 색깔과 느린 움직임 때문에 ‘귀엽다’라는 반응도 많다.
하지만 ‘미국가재(Red Swamp Crayfish)’는 현재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교란 생물로 절대 방생하면 안 된다. 외국에서 수입돼 국내에 퍼진 뒤 토종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어 지금은 일부 하천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한 번 퍼지면 끝… 통제 어려운 외래종

미국가재의 원산지는 북미 남부다. 우리나라에는 1980년대 이후 수족관용과 실험용으로 도입됐고, 2000년대 중반부터 체험학습장 등에서 번식되며 야생에 퍼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별문제 없어 보였지만,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문제가 드러났다.
이들은 번식력이 매우 높아 한 번에 수백 개의 알을 낳고, 1년에 여러 차례 번식할 수 있다. 성장 속도도 빠르고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 도시 하수나 저수지, 농수로 등 다양한 수역에서도 살아남는다.
더 큰 문제는 먹성이다. 미국가재는 잡식성으로 작은 물고기, 어류알, 올챙이, 수초, 수생 곤충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 하천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무너뜨린다. 또한, 하천 바닥에 구멍을 파는 습성도 있어, 제방 붕괴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논둑과 수로가 붕괴하거나 토종 어종의 개체 수가 급감했다는 민원도 있다.
애완동물에서 유해 종으로… 방생은 불법

미국가재가 국내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큰 경각심은 없었다. 수조에서 기르기 쉬운 점과 빨간 몸색이 시각적으로 눈에 띄어 어린이 자연 학습용으로 적당하다는 이유로 판매가 활발했다. 일부 체험센터나 학교에서는 학습용으로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크기가 커지고, 먹이가 많이 들고, 활동성이 강해지면서 키우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야외로 방생하는 사례가 늘었다. 문제는 이러한 행동으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점이다.
야생 방류는 불법이다. 생태계교란 생물을 야외에 방생할 경우,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무단 방류로 인해 인근 하천의 토종 생물이 사라지고, 수질이 나빠지는 일도 빈번하다.
최근엔 미국가재를 포획해 요리로 활용될 때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조리 활용보다는 퇴치를 위한 포획과 폐기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포획 후 유통이 허용될 경우 다시 사육하거나 방생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과 일본에서도 미국가재는 주요 생태계 침입종으로 분류돼 강력한 퇴치 작업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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