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Story] LG 트윈스 임찬규

가벼움 속에서 찾은 무거움

마운드 위에서는 누구보다 치열하지만, 그 이면에는 세상의 흐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려는 철학이 묻어 있다. 더 많은 것을 좇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알고, 조금은 부족할지라도 그 안의 행복을 선택하는 투수. 모든 걸 다 채우고자 하기보다는 이미 가진 것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그의 태도는, 야구는 물론 인생에서도 ‘낭만’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를 보여준다. 어쩌면 낭만이란,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걷는 이들만이 지닐 수 있는 단단한 내실의 증명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누구보다 낭만의 힘을 잘 아는 투수기에, 사람들은 임찬규를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선수 이상으로 기억하는 게 아닐까.

Photographer Mino Hwang Interview Seyeon Kim Editor Ilwoo Kim Location Jamsil Baseball Stadium

#쾌속질주

약 3년 반 만에 다시 만났어요. 오랜만에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해요! (4월 24일 인터뷰)
정말 오랜만에 만나네요. LG 트윈스 임찬규입니다. 독자분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인사드리게 돼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시즌 시작부터 쾌조의 페이스예요. 예년과 달라진 게 있을까요?
마음가짐을 단순하게 하고 정신적인 공부에 집중했던 게 23시즌부터인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마운드에서 정신적인 부분이 잘 정리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괜찮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고요.

본인뿐만 아니라 선발진 전체가 잘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힘이 날 텐데요. 투수 조장으로서 선발 투수들의 상승세에 어떤 요인이 있다고 보나요?
가장 큰 요인은 팀의 수비력이라고 봐요. 안타가 될 법한 타구가 아웃으로 처리가 되는 상황이 자주 나오니까 투수들은 자신감이 생겨서 더 공격적으로 던지게 되더라고요. 또 (박)동원이 형과 (이)주헌이의 리드도 있고, 포수가 요구하는 대로 정확하게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의 제구력도 칭찬하고 싶어요. 이러한 선순환이 이뤄져 현재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고 있는 거 같아요.

25시즌 리그 첫 완봉승과 ‘1이닝 9구 3K’ 무결점 이닝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잖아요. 당시 경기들을 복기해 보자면, 그런 날엔 아침부터 다른 게 느껴지나요?
지난 다섯 경기를 돌아보면 완봉했던 날의 컨디션이 제일 별로였어요. 반대로 NC 다이노스전이나 KT 위즈전 때는 내용은 좋지 않았지만, 몸 상태는 꽤 괜찮았고요. 근데 한화 이글스전이나 키움 히어로즈전처럼 결과가 좋았던 경기들을 보면, 컨디션이 꼭 성적에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어요. 예전엔 훌륭한 선수들이나 메이저리거들에겐 뭔가 특별한 비법이나 신념이 있을 거로 예상했는데, 제가 좋은 피칭을 했던 날을 돌아보면 오히려 그런 걸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시합에 임하곤 했어요. 그런 날은 생각도 단순했고, 모든 게 편안하게 흘러갔죠. 반대로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는 잡념도 많아지고, 뭔가 만들어 보려는 마음이 앞서면서 힘이 들어가고 실수도 늘어나더라고요.

완봉승을 거둔 날엔 아무래도 투구하면서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텐데, 멘탈적으로 방해가 되진 않았나요?
8회까지만 던지는 줄 알고 이닝이 끝난 뒤 관중석을 향해 세리머니도 했거든요. 얼마나 완봉을 안 해 봤으면 그랬겠어요. (웃음) 더그아웃에 들어갔는데 코치님이 “너 뭐 하냐? 완봉 안 할 거야?”라고 하시고, 감독님도 “이런 기회 다시 안 올 수도 있어”라고 말씀하셔서 결국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죠. 그때 처음으로 완봉을 의식하게 됐고, 그래서인지 평정심이 조금 흔들리기도 했어요. 그래도 이미지 트레이닝도 계속하고, 던지는 데 집중하면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의미 있는 기록을 달성하고 차명석 단장을 포함한 여러 사람이 축하를 해 줬겠어요.
많은 분이 기뻐해 주셨어요. 단장님도 “잘 던졌다. 무결점 이닝이라는 게 대단한 기록인데… 손주영, 송승기가 아니고 왜 하필 너냐?”라고 말씀하시는데, 막상 표정은 행복해하시더라고요. 또 단장님과 직접 FA 계약을 맺고 제가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으니까 단장님의 위상이 더 올라가지 않았나 싶어요.

요새 성적이 잘 나오면서 차명석 단장과의 관계에서도 우위(?)를 점할 거 같은데, 예전처럼 본인을 피해 다니진 않나요?
여전히 피해 다니세요. 어쩌다 마주치면 무슨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 “너 아무 말도 하지 마.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이러고 가세요. 물론 단장님이기 전에 어른이고 선배님이지만, 우위를 점할 기회가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더라고요? (웃음) 지금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김정준 수석코치를 ‘JJ’라고 부를 만큼 스스럼없는 사이를 보여 주는데, 사람들을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비결이 있나요?
상대에 따라 맞춰 가려고 하는 편이에요. 편한 분위기를 선호하시는 분도 있고, 반대로 그런 걸 불편해하시는 분도 있으니까요. 모두를 똑같이 대하면, 오히려 상대가 저를 이해하거나 배려해야 할 수도 있어서, 그런 부분은 빨리 파악해서 예의를 갖추려고 해요. 일례로 ‘JJ’ 코치님은 평소에 편하게 대화하는 걸 선호하세요. 운동장 안이나 선수들끼리 얘기할 때도 정말 자연스럽게 다가오시거든요. 반면에 미팅이나 야구 관련 얘기할 때는 굉장히 진지하셔서, 저도 그 분위기에 맞춰 행동하려고 해요. 코치님도 예전에 휘문고에 있을 때부터 그런 점을 긍정적으로 봐 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4월 22일 잠실 NC전에서 ‘숙명의 라이벌’ 손아섭과 대결을 펼쳤는데, 승부 결과에 만족하나요?
아쉽죠. 안타를 하나 맞긴 했지만, 사실 안 맞고 끝낼 수도 있었던 경기였어요. 두 번째 타석에서 실투를 던졌는데, 그걸 또 놓치지 않고 치더라고요. ‘역시 4할 타자는 다르다’라고 느꼈죠. 근데 아섭이 형도 아쉬웠을 거예요. 안타 3개를 쳐야 이긴 건데, 하나밖에 못 쳤으니까요. 그래도 제가 확실하게 이겼다고 느끼는 건 첫 타석이에요. 올(all) 직구를 던졌는데 그걸 제가 잡았거든요. 형으로선 ‘임찬규가 직구만 던졌는데 안타를 못 쳤다?’라는 게 꽤 자존심 상할 수 있는 일이죠. 그 뒤로 약간 하향 곡선이 보이면서 안타가 안 나오더라고요.

3회 초에 박민우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은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길에 두 선수가 마주치며 웃는 모습이 나왔는데, 무슨 말을 주고받았길래 그렇게 웃었던 걸까요?
첫 번째 타석에 2루타를 맞았고, 두 번째 타석에도 아웃은 잡았지만 잘 맞은 타구였거든요. 민우가 입맛을 다시면서 마운드 쪽으로 오길래 “내 공 맛있냐?”라고 물어봤죠. 웃으면서 아니라고는 하던데 제가 투수 조장이고 휘문고 동기라서 마지막 자존심을 살려 준 거 같아요.

최근 본지에 휘문고 출신 인물들이 꽤 나왔어요. 이번에도 간단하게 휘문고의 자랑을 들어볼까요?
민우가 말을 워낙 잘해 놔서 딱히 할 얘기는 없는데… 일단 강남 8학군의 자부심이죠. 학교에서 야간 훈련을 하다 보면 잠실야구장 응원 소리가 들리거든요. 응원가도 함께 부르며 팀 분위기를 즐길 수 있고, 어린 선수들이 야간 운동을 통해 꿈을 키워갈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진 명문 학교예요.

#코미디언 임찬규

인스타그램 프로필 카테고리는 왜 ‘코미디언’으로 해놓은 거예요?
처음에 그렇게 수정하고 웃긴 영상을 자주 올리고 싶었어요. 또 ‘LG 트윈스 임찬규’는 너무 뻔하기도 하고 주변에서도 하도 희극인, 코미디언이라고 불러 주니까 코미디언으로 하게 됐어요. 만약에 다른 선수들이 프로필에 특이하게 설정해 뒀다면 전 오히려 야구선수라고 써 놨을 거예요. 너무 뻔한 거나 멋있는 척하는 게 싫었어요.

피부가 굉장히 좋은데 타고난 걸까요?
엄마가 동안이면서 피부가 되게 좋아요. 제가 그런 장점을 물려받은 거죠. 얼굴에 손대지 않는 거 말고는 특별하게 관리하지 않아요. 세수하고 로션 바르기 전에 다른 물건을 절대 만지지 않아요. 선크림도 지우기 귀찮아서 잘 안 바르는 편인데, 나이도 찼고 앞으로는 좀 바르려고 하고 있어요.

채이(박동원 딸)와의 밀당이 화제인데 요새 둘의 애정 전선은 안녕한가요?
너무 잘 지내고 있어요. 채이가 카메라 의식을 한다는 걸 이제 알았어요. 분명히 저랑 있을 땐 ‘임찬규 삼촌~ 임찬규 삼촌~’ 이러는데 카메라만 딱 대면 ‘이영삐’만 찾아요. 제 핸드폰에 채이 영상이 있거든요? 그걸 슬로우 모션으로 보는데 카메라만 보고 얘기하더라고요. 웃고 있다가도 카메라만 발견하면 표정이 확 바뀌어요. 벌써 카메라 마사지를 받다 보니까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수들끼리 채이의 최애가 되기 위한 경쟁을 이어 가고 있는데, 가장 위기감을 주는 선수는 누구예요?
위기감은 딱히 없긴 한데 그래도 뽑자면 이영빈이죠. 채이가 약간 영빈이처럼 귀여운 상을 선호하는 거 같아요. 경쟁자가 없는 채이의 대표자로서 한마디 하자면, 편하게 지내되 사내 연애는 안 됩니다.

유튜브 채널 ‘송파구 네이마르’에도 영상을 올렸는데, 앞으로의 운영 계획을 대략적으로 소개하자면요?
콘텐츠는 어느 정도 준비해 놓긴 했어요. 근데 시즌 중에는 본업이 더 중요하니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성적이 안 나오면 ‘또 유튜브나 하고 있냐’, ‘방송 찍지 말고 야구나 해라’ 이런 얘기들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물론 콘텐츠를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 올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런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시즌 때는 굳이 운영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시즌 중에는 쉬는 날 선수들끼리 가볍게 찍는 정도로 계획하고 있고, 시즌이 끝나야 본격적으로 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편집자가 1군 배팅볼 투수 조부겸이더라고요. 영상 편집자 채용 과정은 어땠나요?
이 친구가 개인적으로 ‘부겸TV’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장비 없이도 되게 빠르게 편집을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잘하네? 그럼 우리 것도 한번 만들어 줘’ 하고 부탁했는데, 진짜 거짓말 안 하고 6분 만에 영상 하나를 뚝딱 만들어 왔어요. 외부 편집자보다는 이렇게 가까이 있는 친구한테 맡기면, 제가 굳이 말 안 해도 알아서 ‘이건 자르자’ 하고 바로 수정해 주니까 더 수월하더라고요. 그래서 두 개만 만들어 보고 바로 맡기게 됐어요.

비시즌에 이대호와 승부할 때 직구를 던진다고 말하고 체인지업을 던지더라고요. 승부할 때 어떤 마음이었나요?
방송 분량을 좀 뽑고 싶었어요. 근데 선배님이 2아웃을 마치 식사하듯 너무 빨리 드시더라고요. ‘이러다 분량 안 나오는 거 아니야?’ 싶었던 거죠. 처음엔 직구를 던지겠다고 했는데, 선배님이 최강야구에서 몸을 좀 풀고 오셨는지 타격이 예사롭지 않았어요. 그래서 ‘여기서 직구를 던진다고 하고 체인지업을 던지면 내 구질을 테스트해 볼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투수들은 알죠. 직구를 던진다고 한 뒤에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건 정말 쉽지 않거든요. 결국엔 방송 분량도 챙기고, 제 공 상태도 점검할 겸 던진 거죠.

선발인 날에도 구단 유튜브 콘텐츠에 참여하고 더그아웃에서도 예민한 기색을 찾아 볼 수 없어 보여요. 원래 성격이 무던한 편인가요?
원체 성격이 밝은 편이고, 선발로 출전하는 당일에도 경기 1시간 반에서 2시간 전부터 집중하는 스타일이에요. 그 전부터 너무 집중해 버리면 오히려 진이 빠지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더 말도 적극적으로 하고, 밝게 지내려고 해요. 그리고 그런 틀을 좀 깨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예민하게 굴기보다는 여유를 갖고 편하게 있는 게 오히려 경기에도 도움이 되고, 제 평소 성격과도 잘 맞거든요.

#멘탈코치 임찬규

투수 조장이기도 하고 멘탈 코치 수준으로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데 주로 어떤 조언을 해 주나요?
동생들한테 제일 먼저 해 주는 얘기가 있어요. ‘투수는 공을 던지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는 걸 꼭 인식해야 한다는 거예요. 수비를 대신할 수 없고, 심판 판정에 영향을 줄 수도 없고, 날씨를 바꿀 수도 없잖아요. ‘투수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공 던지는 것 하나뿐이니까 내 공 던지는 데만 집중하자’라고 조언해 주는 편이에요.

요즘도 케이시 켈리와 연락을 하고 있나요?
자주는 아닌데 그래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꾸준히 연락하고 있어요. 최근엔 아기가 생겼길래 ‘야구팀 꾸릴 거냐’라고 농담했더니, 켈리도 순간 ‘아차’ 싶었는지 웃더라고요. 지금은 너무 행복한데, 가끔은 ‘이게 맞나?’ 싶기도 한대요. 또 켈리는 한국에 꼭 다시 오고 싶어 해요. 근데 켈리가 LG 말고 다른 팀으로 가겠어요? 줄무늬 피가 흐르는 친구인데요.

오랜 기간 LG의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오고 있지만, 2023년부터는 마운드 위에서 달라진 느낌을 받아요. 성적도 성적이지만 확실히 여유가 생긴 느낌이랄까요.
타자의 움직임도 이제는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내용과는 별개로 마운드에서 훨씬 더 침착해졌다는 걸 느껴요. 아나운서님에게 방송이 무대인 것처럼, 투수는 마운드가 무대잖아요. 결국 ‘무대에서 논다’ 하는 감각이 중요한데, 예전에는 몸이 충분히 풀리지 않아서 그걸 잘못하는 경우가 잦았어요. 요즘은 경기장에서 좀 더 편하게, 즐기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런 점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 기뻐요.

통합 우승 이후 LG 불펜진이 약해졌다고 평가받고 있는데 선발 투수로서의 마음가짐은 어떤가요?
23년도에는 불펜 투수들이랑 타선의 도움을 크게 받았어요. 작년에 개막할 때, 불펜에 빠진 선수들이 많아서 선발진끼리 “우리가 조금 더 책임지자, 1~2이닝씩만 더 던져 주면 팀이 훨씬 수월해질 거다”라는 얘기를 나눴어요. 저도 그 부분을 잘 해내고 싶었는데, 시즌 중에 부상을 겪고 로테이션에서도 몇 번 빠지게 되면서 계획만큼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게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어요. 올해는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들도 있고, 현재 뛰고 있는 선수들 모두가 각자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거든요. 이런 점들을 봤을 때, 작년보다 더 나은 시즌이 될 거라는 기대가 커요.

작년 프리미어12엔 대체 선발로 뽑혀서 갔지만, 이 성적을 계속 유지한다면 내년 WBC에도 선발될 거라는 느낌이 들어요. 아직 이르지만, 국가대표 선발에 대해서도 상상할 때가 있나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연히 기쁘겠죠. 작년 프리미어12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도 컨디션이 별로라서 아쉬운 결과가 나왔고, 만족할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 드리지 못한 부분도 있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저보다 뛰어난 구위와 기량을 가진 선발 투수들이 많잖아요. 물론 또 기회가 생기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젊고 좋은 선수들이 나가서 대표팀이 최고의 성적을 내는 게 더 의미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최근 입단한 신인 선수 중에 눈에 띄는 선수가 있을까요?
다른 팀에서는 삼성 라이온즈 배찬승, 한화 이글스 정우주 선수가 눈에 띄지만, 우리 김영우 선수가 가장 괜찮지 않나 싶어요. 일단 잘생겼잖아요. 여드름만 가라앉으면 외모 전성기를 맞이할 선수예요. 영우는 현재 야구 실력이나 외모도 저점이고 앞으로 쭉 올라갈 날만 남았어요.

25년도에 입단한 김종운의 롤 모델로 샤라웃됐는데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있나요?
제대로 만난 적이 없어서 지금까지 두 마디 한 것 같아요. 얼마 전 메이저 투어(유망주 선수가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며 훈련하는 것)로 야구장에 왔을 때 글러브 선물을 해 주긴 했어요. 저도 어렸을 때 봉중근, 이병규 선배님을 동경했던 것처럼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글러브를 선물로 주면서 꼭 ‘1군에서 보자’라고 얘기를 했어요.

과거 ‘당찬규’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어렸을 때부터 강한 멘탈을 보여 줬는데, 본인이 보기에 지금 가장 당찬 후배는 누구예요?
박명근 선수가 정말 당차요. 겉으로 보기엔 말수도 적고 조용해 보이는데, 안에는 열정이 가득한 선수입니다. 타자와 상대하는 모습을 보면 그게 확실히 느껴져요 “넌 길들지 않은 수사자다, 마운드 위의 맹수처럼 던져라”라고 얘기한 적도 있어요. 그래서 ‘박맹수’라고도 부르는데 앞으로는 당찬 맹수 ‘당맹수’라고 불러야겠네요.

#낭만합격

승리 부문에서 통산 79승으로 LG 프랜차이즈(MBC 청룡 포함) 4위에 올라 있어요. 어느새 LG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투수가 돼 가고 있는데, 누적 기록이 실감 날 때가 있어요?
1승, 1승 쌓일 때마다 곧 앞자리가 바뀌겠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기록이 다가올수록 욕심도 조금씩 생기긴 하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마음을 먹으려 하고 있어요. 요즘은 한 이닝, 한 타자씩 상대할 때마다 그 순간들이 누적된다고 느껴져서 더 뿌듯하고요.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공 하나가 정말 소중하게 느껴지고 있어요.

100승을 기록하면 LG 프랜차이즈로는 최초예요. 이대로라면 FA 계약 기간 내에 달성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 만약 이 고지에 오르면 어떤 기분일 거 같아요?
어렸을 때 아버지한테 “나는 100승도 하고, FA 계약도 하고, 그러고 나서 은퇴할 거야”라는 말을 자주 했어요. 근데 당시에는 ‘1승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닌데, 무슨 100승이야’ 싶을 정도로 와닿지 않았죠. 아직 100승을 이룬 건 아니지만, 이제 그 순간이 가까워지니까 그동안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더라고요. 그러면서 ‘아, 역시 꿈은 크게 가져야 하는 거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 생각도 많이 나고요. 그리고 예전부터 ‘존버는 승리한다’라는 말을 믿어요. 결국 버티고 또 버티다 보면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는, 그런 의미 있는 승리가 되지 않을까 싶고요. 후배 선수들에게도 그런 메시지로 기억됐으면 해요.

입담이 만만치 않기로 소문났잖아요? 은퇴 후에는 방송계 쪽으로 진출할 생각인가요?
계획은 있어요. 어느 쪽으로 진출할지 모르겠지만, 대우가 괜찮은 곳으로 갈까 해요. (웃음) 만약 해설위원을 한다고 하면 첫해엔 좋은 조건으로 시작할 수도 있지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들어가면 바로 평가가 갈리거든요. 섣불리 시작하게 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으니 최대한 준비를 잘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게 제일 중요하겠죠.

‘야구선수’ 임찬규가 아닌 ‘사람’ 임찬규로서의 인생 가치관을 소개해 주세요.
뭔가에 억압되지 않고 낭만을 보고 살아가려고 해요. 그게 돈과 명예가 될 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다 갖기보다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그 안에서 최대한 행복을 느끼면서 살고 싶어요. 손해를 볼 수도 있고, 남들보다 덜 가져갈 수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이만큼이면 충분히 행복했다’라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게 더 맞겠더라고요. 오히려 모든 게 다 채워졌을 때보다 약간 부족할 때가 더 행복하다고 느끼거든요. 그리고 정말 중요하다고 보는 건, 모든 걸 다 가지게 되면 결국 남는 건 무료함뿐이라는 거예요. 조금 부족한 상태에서,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게 훨씬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항상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 주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 전하면서 인터뷰 마칠게요!
올해 우승을 향해 끝까지 달려가겠습니다. 분명히 위기도 올 거고, 좋은 날도 있을 텐데요. 그 모든 순간에 팬분들이 함께해 주신다는 걸 항상 마음에 두고, 저희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 선수들 모두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겠습니다. 우승하는 그 날까지, 끝까지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70호 (6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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