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투어’의 거장 미겔 고메스 감독 기자회견 가져
4일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된 ‘그랜드 투어’ 미겔 고메스 감독의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올해 처음 BIFF를 방문한 미겔 감독은 “북경에서 부산에 왔다. 호텔에서 해안을 봤는데 마치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첫인상을 전했다. 이어 “BIFF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아시아 최대라는 말을 들었는데 큰 규모여서 놀랐다. 영화제가 어떠한 곳이어야 한다는 것을 제시한 듯하다”고 BIFF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한 ‘그랜드 투어’는 1917년 미얀마(버마) 양곤의 영국인 공무원 에드워드가 약혼녀 몰리와의 결혼을 앞두고 아시아의 여러 나라로 도망치고, 몰리가 그의 뒤를 쫓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서머셋 모옴의 한 소설을 읽고 이 영화를 시작했다고 밝힌 미겔 감독은 “이 이야기가 어떻게 보면 두 남녀의 이야기가 ‘톰과 제리’ 같은 게임 같았다. 겁쟁이 남자와 고집스러운 여자에 대한 이야기에서 출발했다”며 “또 이야기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책을 읽었을 당시 제가 결혼을 막 하려고 했던 때였기 때문에 이런 조크가 더 재미있게 다가왔다”고 ‘그랜드 투어’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2019년 촬영을 시작한 ‘그랜드 투어’는 미얀마에서 시작해 태국, 필리핀, 베트남, 일본 등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가 확신되면서 중국 촬영이 막히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미겔 감독은 “일본 고베에서 배를 타고 중국 상하이로 갈 예정이었는데 그게 취소됐다. 몇 달만 지나면 다시 촬영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2년이 지나도 중국 국경이 개방되지 않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중국 장면을 원격으로 촬영해야 했다”고 먼 거리를 두고 연출해야 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포르투갈에서는 자정이 지난 시간에 미겔 감독이 연출을 하고, 중국에서는 현지 스태프가 그의 연출에 따라 촬영하는 방식이었다. 촬영 장면을 포르투갈의 사무실에 마련된 스크린으로 보면서 연출한 것이다. 미겔 감독은 “초현실적인 촬영 방식이었다.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연출했지만 거리가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스태프에게 지시하는 것이 달랐다”며 웃었다.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배경으로 촬영했기 때문에 아시아 문화에 질의도 있었다. 이에 대해 미겔 감독은 “아시아 문화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가마다 다르다. 완전히 다른 우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필리핀과 일본은 완전히 다르다”고 대답했다. 또한 서구인이 보는 오리엔탈리즘에 대해서는 “고정관념 때문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다. 저는 이것을 최대한 흥미롭게 다루려고 했다. 영화에는 아시아의 여러 도시가 나오는데, 각 도시마다 다른 주제가 있고 이것을 저만의 방식으로 다루려고 했다”며 오리엔탈리즘이라는 틀에 있더라도 자신의 시각으로 아시아의 도시를 표현하려고 했음을 밝혔다.
또한 각 도시를 보여주는 인서트 장면들은 1917년이 아닌 현재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미겔 감독은 “캐릭터의 여정을 따라서 각 도시를 촬영했는데, 영화를 편집하면서 같은 공간인데 오늘날 방문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결국은 관객들의 몫인 것 같다.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멍청한 영화 같다거나 실수 아니냐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어떤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영화적 이미지는 현실과 판타지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BIFF에서는 미겔 감독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미겔 고메스, 멜랑콜리의 시네아스트’가 마련해 8편의 장편 전작 상영전과 Q&A, 마스터클래스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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