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11년 만에 중국에서 접속 재개…‘핵잠’ 덮고 해빙 모드, 시진핑의 속내는

모종혁 중국 통신원 2025. 11. 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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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언론의 ‘의도된 침묵’…이 대통령의 “핵잠수함 허용해 달라” 요청 보도 안 해
‘한한령 해제’로 한국과 밀당?…“4연임 기반에 ‘韓 경제력’ 필요하다는 판단 했을 듯”

(시사저널=모종혁 중국 통신원)

11월3일 오전부터 4일 낮까지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인 바이두의 첫 화면 '핫 검색' 상단에 흥미로운 뉴스가 고정됐다. 중국 국영 CCTV가 제작한 숏폼 뉴스 '시진핑 주석의 한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시간: 중한 관계 역사의 새 장'이 그것이었다. 2분18초 분량의 뉴스는 경주박물관 경내에서 시 주석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전통 취타대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시 주석이 탄 전용차량 '훙치'가 박물관 안으로 진입하자 화면 아래에는 자막으로 시 주석이 한국을 11년 만에 국빈 방문한 의미를 설명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차에서 내린 시 주석을 맞이했고, 양 정상은 악수를 나눴다. 여기부터 시 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모두발언한 핵심 내용을 방송했다. 시 주석은 "중한은 이사 갈 수 없는 중요한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며 "수교 이래 양국은 사회 제도와 이데올로기 차이를 뛰어넘어 각 분야 교류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서로의 성공을 도와주었고 공동번영을 달성했다"고 했다. 이어 "중국은 중한 관계를 중시하고 대한국 정책에 있어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과 소통을 강화하고 협력을 심화하며 공동이익을 확대하고자 한다"며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추진해 지역 평화와 발전에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고자 한다"고 했다. 이 발언은 양국 정상의 의장대 사열, 정상회담 장면, 양국 정부 간 체결된 문건 교환 등을 배경으로 흘러나왔다. 두 정상의 선물 교류와 국빈 만찬은 다시 자막으로 설명했고, 경주를 떠나는 시 주석을 거리에서 양국 국기를 흔들며 환송하는 중국인들을 보여줬다. 주목할 점은 마지막 단락과 편집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재명 대통령이 10월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中 국영방송이 앞장서 한중 우호 여론 조성

레드카펫이 깔린 김해공항에 도착한 시 주석을 조현 외교부 장관이 영접했다. 시 주석은 조 장관과 의장대의 따뜻한 환송을 받으며 한국을 떠났다. 정상회담 장면에서도 시 주석과 이 대통령 모습을 균형 있게 편집했다. 11월2일부터 CCTV 홈페이지의 최상단에는 바이두에 걸린 뉴스와 함께 시 주석의 한국 방문과 관련된 뉴스를 다양하게 배치했다. 중국 각 지방 방송국에서는 CCTV가 제작한 뉴스와 다큐를 방송했다. 중국 정부의 부처 중 하나인 CCTV가 앞장서 한국에 대한 우호 여론 조성에 나섰음을 알 수 있다.

중국에선 10월20일부터 23일까지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가 큰 관심 속에 열렸다. 여기서 내년부터 시행되는 15차 5개년 계획 초안이 마련됐다. 이와 함께 공산당 중앙의 지도력 아래 15차 5개년 계획의 주요 목표를 달성하고, 5년을 더 노력해 2035년까지 중국을 중등 선진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청사진도 제시됐다.

지난 9월 중순부터 중국 금융계에서 떠돌던 향후 중장기 목표 시점을 2035년으로 특정한 것이다. 중국공산당 차원에서 2027년에 열리는 제21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4연임해 적어도 2032년까지 집권할 것이라는 포석도 깔았다. 10월28일 15차 5개년 계획 초안이 공개됐는데, 중국 언론은 일제히 시 주석의 방한을 이 계획과 연결해 보도했다. 10월29일 모든 뉴스 헤드라인에는 '15차 5개년 계획의 정신을 갖고' '15차 5개년 계획의 실현을 위해' 등의 문구를 넣어 시 주석의 한국 방문 정당성과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중국 언론은 같은 날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추진 잠수함용 핵연료 제공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져서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에 대한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특정 국가를 지칭한 것은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해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에 동참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품기에 충분했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영국, 호주와 함께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협의체) 동맹을 맺어 자국이 건조한 핵추진 잠수함 5척을 호주가 인도받도록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의 도입 추진을 공식화한 것이다. 그런데 시 주석이 한국으로 떠나기 직전인 10월30일 새벽 트럼프는 SNS에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도록 승인했다"며 "한미 군사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졌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정부와 언론의 반응이었다. 같은 날 궈자쿤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이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뒤이어 "한미 양측이 핵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지역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는 일을 하길 바란다"고 원론적으로 발언했다. 중국 관영언론도 다른 내용이나 평론은 일절 보도하지 않은 채 대변인의 언급을 단신으로 취급했다. 다만 관찰자넷을 비롯한 몇몇 온라인 및 SNS 매체가 이 대통령의 발언과 트럼프의 승인, 한국 해군력의 동향 등을 보도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환구시보의 입장이었다. 환구시보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로 관영언론이지만 상업적인 대중 신문이다.

'무비자 중국행' , 내년 말까지 연장돼

따라서 국수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고 자극적인 주장과 선정적인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한다. 환구시보는 사드(THAAD) 배치 논란 시기와 윤석열 정부 집권기에는 한국을 공격하는 선봉에 섰다. 또 영자지인 글로벌타임스도 발행해 대외 영향력을 확장했다. 그런데 환구시보는 다른 관영언론처럼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관련해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만 짧게 보도했다. 오히려 11월4일에는 글로벌타임스와 공동 사설로 시 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말한 "이웃의 성공이 곧 자신을 돕는 것"을 모티브로 사설을 실었다.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자본, 기술, 경영 경험이 중국으로 대량 유입되어 중국 제조업이 성장하는 데 중요한 도움이 됐다"며 "중국은 한국의 발전에서 경험과 교훈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한중 관계에 대한 환구시보의 이 같은 견해는 최근 몇 년 동안 보기 힘든 내용이다. 11월3일에는 외교부가 한국, 일본 등 45개국을 대상으로 한 중국 비자 면제 조치 시한을 올해 말에서 내년 12월31일까지 연장했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가상사설망(VPN) 없이 카카오톡 접속이 가능해졌다. 카카오톡은 2014년부터 차단됐다. 시 주석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청소년, 언론, 학술, 지방 등에서 교류를 활성화해 양국 국민 간 마음과 뜻을 통하도록 하자"고 했다. 그래서 KBS는 CCTV를 관할하는 중국 중앙방송총국과 교류 및 협력을 강화하는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하지만 '문화'는 교류 항목에서 빠졌다. 중국에서 일하는 한국 엔터 업계 관계자는 필자에게 "비록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으나 한한령은 점차 소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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