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잘못됐고 잘못됐으며 잘못됐다" [최진석의 Law Street]
한동훈 장관 직접 출석 "국민 기본권 침해.. 위헌적 요소 많아"
"국회 행태 용인하면 '위장 탈당'이 '뉴노멀' 될 것"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지난 27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해 권한쟁의심판 첫 공개 변론이 열렸습니다. 이날 공개변론에 대한 관심은 어느때보다 높았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직접 출석해 모두진술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날 일반 방청객에서 배정된 10개의 좌석을 차지하기 위해 369명이 신청했습니다. 37대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건 헌법재판소 역사에서 손꼽힙니다.
한 장관은 직접 준비한 원고를 들고 와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위헌성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그동안 검수완박의 위헌성에 대해선 여러 차례 다양한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한 장관도 정제된 논리와 군더더기 없는 구성으로 검수완박의 부당함을 날카롭게 짚어냈습니다. 현재까지 제기된 주장이 집약된 ‘결정판’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한 장관의 모두진술은 법률 전문가가 아니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논리정연하게 구성됐기에 원문 그대로 옮겨봅니다. 검수완박에 대해 한 장관과 법무부, 대검찰청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으실 겁니다.
권한쟁의심판 모두진술 (한동훈 법무부장관)
지금부터, 이 사건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의 위헌성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4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사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하였고, 일부 수정되어 본회의를 통과하고 새 정부 출범 하루 전인 5월 9일 공포되어 9월 10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이 입법은 ‘잘못된 의도’로 ‘잘못된 절차’를 통해 ‘잘못된 내용’으로 국민에게 피해주는 것으로서 위헌입니다.
○첫째, 이 법률은 정권 교체를 앞두고 일부 정치인들이 범죄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잘못된 의도’로 만들어져 위헌입니다.
불과 몇 달 전인 4월로 되돌아가 보겠습니다. 대선에서 패하고 정권 교체가 다가오자 민주당 의원들은 갑자기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을 발의하였습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검찰로부터의 수사권 분리를 주장하며, “반드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켜내겠다”고 공언하였습니다.
또한 소위 검수완박법에 반대한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검수완박 안 되면 文청와대 20명 감옥 가니 검수완박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하였습니다. 주도적으로 법안을 발의했고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기소된 황운하 의원은 “이 법은 검찰수사를 ‘증발’시키는 것이고, 검수완박이 되었다면 자신은 기소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설마 설마 했지만, 범죄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이런 잘못된 의도는 정말로 보름 남짓 만에 국회를 통과하여 현실화 되었습니다. 정권 교체를 불과 24일 남긴 4월 15일 민주당은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을 실제로 당론으로 발의하였고, 새로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하여 전례 없이 시간까지 바꿔가면서 국무회의를 열고, 정권 출범 딱 하루 전에 공포하였습니다(5월3일 오전 본회의, 오후 국무회의, 5월9일 공포 및 文대통령 임기 만료).
일부 정치인들을 지키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추진한 입법이 정권교체 직전에 마치 ‘청야전술’ 하듯이 결행된 것입니다.
○둘째, 이 법률은 ‘위장탈당’, ‘회기쪼개기’, ‘본회의 원안과 직접 관련 없는 수정안 끼워넣기’ 등 ‘잘못된 절차’로 만들어져 위헌입니다.
헌법재판소(2010. 12. 28. 2008헌라7 등)는, 의회민주주의는 단순히 국가의 정책결정에 참여할 권한을 의회에 유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의사결정 과정의 민주적 정당성’이 요구된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민주주의 실현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다수결의 원리는 의사형성 과정에서 ‘다수파와 소수파가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을 거치는 데에 그 정당성의 근거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토론과 설득이 배제된 다수결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입법 과정은 합리적인 토론의 기회를 없애고 이러한 다수결의 원리를 위반함으로써 이 나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원칙을 부끄러울 정도로 훼손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위장탈당’이라는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듣도 보도 못한 반헌법적 행위를 통해 안건조정 절차를 조롱하고 무력화 하였습니다.
- 민주당 출신 박병석 국회의장은 2022년 4월 7일 민주당원이었다가 탈당하여 민주당에 우호적인 표결이 기대되는 양향자 의원을 법사위로 보냈습니다.
- 법사위 안건조정위 구성에 대비하여 여야 3대3 구도를 4대2 구도로 바꾼 것입니다. 이는 법안 강행 처리 시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기 위한 사전 준비 조치였습니다.
- 그런데, 안건조정위 구성을 앞두고, 양향자 의원이 개정법에 반대하는 의견을 밝히자, 갑자기 민주당 소속 민형배 의원이 탈당하고 곧바로 무소속 의원 자격으로 안건조정위 위원이 되는 희극적인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 오로지 무소속 자격으로 안건조정위 위원이 되기 위한 목적의 계획적인 탈당이고, 사실상 본인 스스로 이를 인정하기까지 하였습니다. 현재 민형배 의원은 민주당을 위해 헌신한 사람이라고 하면서 복당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 그런데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구성된 안건조정위조차 아무런 토론 없이 종결되었습니다.
- 4월 26일 23시37분 경 열린 안건조정위에서, 김진표 위원장은 토론 기회를 달라고 아우성치는 위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전체적인 분위기상 토론을 할 수 없으니까 토론을 종결하고 표결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아무런 토론 없이 단 17분만에 안건조정위를 종결해버렸습니다(당시 언론에 따르면 안건조정위 구성 시 최연장자가 안건조정위원장을 맡는 관례가 있어, 4월 18일 국민의힘에서 1952년생인 한기호 의원을 법사위에 보임한 것에 대응하여 곧바로 1947년생인 김진표 의원이 법사위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안건조정위는 다수당이 수적 우세를 악용해서 법안을 함부로 통과시키지 못하도록 2012년 국회선진화법에 도입된 것입니다.
- 제1당 소속 위원 수와 그 밖의 위원 수가 같도록 안건조정위를 구성해야 하는 것도, 다수당의 수적 우세 악용을 방지하고자 하는 제도의 취지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입니다.
- 하지만 이 법률 입법 과정에서 안건조정위 절차는 아무런 토론 과정을 거치지 않은 요식행위로 전락하였습니다.
또한 소위 ‘회기 쪼개기’로 ‘무제한 토론’ 절차를 무력화하였습니다.
- 무제한 토론은 소수 의견에 충분한 토론기회를 보장해 주기 위한 제도로, 강제 종료시키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3/5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다수의 힘으로 함부로 종료시키지 못하게 의결 정족수를 강화한 것입니다.
- 그런데 당시 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제1당은 헌정사에 유례없이 오직‘무제한 토론’을 ‘1일 시간제한 토론’으로 전락시키기 위해 「1일 국회」로 회기를 극단적으로 나눠 개회와 폐회를 반복하면서 실질적 토론 기회를 박탈하였습니다.
- 과거 구제역 파동 당시 가축전염병예방법 등 비쟁점법안 처리와 같은 특별한 경우에 ‘여야 합의’로 회기를 1일로 정한 사례는 있으나, 이번과 같이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1일 국회’로 쪼개 다수결 원칙을 극단적으로 훼손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 오직 이 법안만을 억지로 통과시키기 위해 7일 동안 3회(4월27일∼5월3일, 제395회 폐회, 제396회 개회·폐회, 제397회 개회)의 국회 본회의가 개회되고 폐회되었습니다.
게다가 본회의 상정 법안에 대해 무제한토론이 진행되던 중, 본회의 원안과 무관한 ‘고발인 이의신청권’을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수정안이 민주당 단독으로 표결 처리되어 가결되었습니다.
- 이는 수정안은 ‘원안의 취지 및 내용과 직접 관련이 있어야 한다’는 국회법(제95조제5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입니다.
- 그럼에도 본회의에서 갑자기 수정안이 표결 처리된 경위가 무엇인지 어느 누구도 설명하지 못 하고, 누가 왜 그랬는지에 대해 언급조차 꺼리고 있습니다. 설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한민국 출범 이후 70여 년 간 이어진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을 바꾸면서 그 흔한 공청회 한 번 없었습니다. 국민은 어떤 법이 만들어지는지 알지도 못했습니다.
○셋째, 이 법률은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검찰의 헌법상 기능을 훼손하여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잘못된 내용’으로 만들어져 위헌입니다.
헌법상 검사의 수사, 소추기능은 국민을 범죄로부터 철저히 보호하기 위한 헌법상의 책무입니다.
그런데 이 법률은 헌법상 검사의 수사, 소추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기 어렵도록 제한하여 국민을 위한 기본권 보호기능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였습니다.
이 입법은 황운하 의원이 공공연히 밝혔듯이 검찰 수사의 ‘증발’을 위해 추진되었습니다.
- 실제 통계상으로도 확인되듯이, 일부 범죄 수사가 증발하여 국민이 범죄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 또한 최근 변호사 설문 조사 결과 73.5%가 수사 지연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는 국민이 실제로 체감하는 피해입니다.
일부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의도만 다급하게 생각한 것이지, 아마 처음부터 일부러 국민에게 피해를 주려는 고의적인 의도로 이런 입법을 한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 단지, 이 입법으로 국민이 입을 피해와 사법시스템 부작용에 관심이 없었던 것인데, 국민 입장에서는 어쩌면 그게 더 나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다급한 나머지, 검찰수사가 광범위한 영역에서 담당해 온 다양한 국민보호 기능에 어떤 구멍이 생길지 생각조차 안 해본 것이고, 이미 디지털성범죄 수사, 스토킹 수사 등에서 예상하지 못한 국민보호의 구멍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박탈함으로써 고발을 통해서나마 비로소 범죄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장애인, 아동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보호를 한층 더 어렵게 만들어버렸습니다.
고발을 통해서 사회의 부조리를 알려온 공익제보자들이 꿈꾸는 정의의 실현도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 예를 들어, 일반국민이나 시민단체가 공직자비리를 고발해서 경찰이 잘못 불송치한 경우, 고발인의 이의신청과 보완수사를 통해 바로잡는 것이 이 법으로 인해 불가능해졌습니다.
- 고발인의 이의신청을 막아야 할 어떠한 공익도 생각해내기조차 어렵고, 그야말로 모든 시민사회단체에서 강력히 비판해왔음에도 끝내 입법이 된 이유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변명조차 못합니다.
-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어려운 공익제보 사건의 피해자들 뿐입니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한 사건에서 고소인이나 피해자가 이의신청하면 동일성 범위 내에서만 보완수사하도록 하여 피해자 보호가 크게 약화되었습니다.
- 성폭력 피해자가 경찰 불송치에 이의신청하여 검찰에서 보완수사하면서 2차 피해가 발견되더라도, 피해자는 다시 경찰에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수사 지연으로 증거인멸이나 범인도주, 보복범죄 등이 따를 가능성은 높아졌습니다.
- 특히, 스토킹범죄, 보복범죄는 수사기관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수사가 지연되는 동안 피해자가 사망하는 등 안타까운 일들이 현실에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이 법률은 수사검사와 기소검사를 분리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이고 오히려 현실세계에서는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작동될 것입니다.
- 판결과 같은 사법 작용의 하나인‘소추’단계에서 검사는 증거를 직접 보거나 듣는 과정을 거쳐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음에도 이를 봉쇄함으로써 검사 소추권의 본질을 훼손하였습니다.
- 비유하자면, 취재하는 기자와 기사 쓰는 기자를 분리해서, 취재한 기자가 기사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면 제대로 된 기사가 나올 수 있겠습니까.
- 과거 인혁당 사건에서 기소를 거부하는 수사검사 배제하고 당직검사 시켜 기소한 사례와 같이, 검찰 지휘부가 수사검사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인 사건 처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퇴행적인 부작용도 초래될 것입니다.
피청구인 측은 이번 청구가 검사의 이익 보호 때문이라는 거짓 프레임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 김예원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와 같이 장애인, 아동, 무고한 죄를 뒤집어 쓴 재심 피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변호해 온 변호사들을 비롯하여 많은 형사변호사들이 절실하게 나서는 이유, 그리고 전국의 형사부 평검사들이 절실하게 나서는 이유는 똑같습니다.
- 현장에서 국민들께서 입을 피해가 뻔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국회의 입법 자율권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합니다만, 오직 헌법과 법률의 한계 내에서만 행사되어야 합니다.
이번 심판에서 헌법재판소가 주실 답은,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는 안 된다”와 “이 정도는 앞으로 해도 된다” 둘 중 하나입니다. 다른 답은 없습니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이번 심판을 통해 “이 정도는 앞으로 해도 된다”고 허용하신다면, 앞으로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바로 이런 장면이 반복될 것입니다.
앞으로 총선에서 승리하는 다수당은 어느 당이든 간에 토론과 설득은 외면하고 헌법재판소가 “해도 된다”고 허락하고 선언한 이 위장탈당, 회기쪼개기, 본회의 원안과 직접 관련없는 수정안 끼워넣기 같은 ‘백전백승의 만능키’를 십분 활용할 것이고, 이것이 대한민국의 입법 ‘뉴노멀’이 될 것입니다.
“선을 넘었다,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는 안된다”고 멈출 수 있는 곳은 이제 헌법재판소 뿐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의 수호자인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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