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는 ‘영 식스티’[오마주]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한 여성 고위공직자가 젊은 남성과 호텔 방에 들어갑니다. 남성은 혼자 침대에서 뛰다가 넘어져 테이블을 깨트리며 쓰러진 채 미동을 하지 않습니다. 겁에 질린 여성은 오래전 입수한 한 연락처로 전화를 겁니다. 경계심에 가득 찬 목소리가 전화를 받습니다.
목소리의 주인공 닉(조지 클루니)은 일종의 ‘해결사’입니다. 의뢰인이 공공연히 처리할 수 없는 지저분한 일을 대신 맡아줍니다. 곧 현장에 나타난 닉은 여성을 안심시킨 뒤 방을 둘러보고 ‘작업’에 착수할 준비를 합니다. 이때 누군가 호텔 방을 노크하면서 문제가 커집니다.
상황을 파악한 호텔 측에서 즉시 또 다른 해결사 잭(브래드 피트)을 부른 겁니다. 고급 호텔 이미지 유지를 위해 있어서는 안 될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시신 처리는 쉽지 않은 일이니 둘이 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 문제는 닉이나 잭과 같은 해결사는 팀이 아닌, 늑대처럼 홀로 일한다는 점입니다. 의뢰인의 비밀을 홀로 간직해야 하기 때문이죠. 닉과 잭은 의뢰인을 돌려보낸 뒤 조금씩 일을 처리해 갑니다. 죽은 줄 알았던 젊은 남성이 사실은 기절한 상태였으며, 그의 가방에 엄청난 마약이 들어있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애플TV+에서 볼 수 있는 영화 <울프스>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캐스팅된 배우의 면면일 겁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멋진 남우였으며 지금도 어느 정도 그러한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가 공동 주연입니다. 포스터만 보면 차갑고 박진감 넘치는 스릴러 영화일 것 같지만, 실상은 코미디이자 버디 무비에 가깝습니다. 다만 두 배우는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을 유지한 채 엉뚱한 지점에서 웃음을 유발합니다.
빈틈없고 자존심 강한 두 해결사가 티격태격하는 것이 코미디 요소입니다. 둘은 누가 실무를 하고 누가 감독 권한을 가질지부터 기싸움을 합니다. 둘은 시체를 처리하거나 문제 인물의 진술을 끌어내는 저마다의 ‘기술’을 갖고 있지만, 상대 앞에서는 보이지 않으려 합니다. 일종의 ‘영업비밀’이기 때문이죠. 떠올려 보면 두 배우는 <오션스> 시리즈와 <번 애프터 리딩>에도 함께 출연한 적이 있는데, 이 영화들에도 코미디 요소가 다분했습니다. 멋진 남자들이 진지한 얼굴로 엉뚱하게 웃기는 모습이 재미있기 때문일까요.
물론 두 배우는 이제 청년이 아닙니다. 벌써 클루니가 63세, 피트가 61세입니다. 영화는 둘의 노화 역시 웃음 포인트로 삼습니다. 마약 판매상의 메시지가 삐삐로 들어오자, 서로에게 메시지를 확인하도록 미루더니 결국 숨겨뒀던 돋보기안경을 꺼내는 장면 같은 것들입니다.
영화 후반부에는 자동차 추격전, 총격전 등 액션 영화의 요소도 들어있습니다. 감독 존 왓츠의 전작이 톰 홀랜드가 출연한 <스파이더맨> 3부작(홈커밍·파 프롬 홈·노 웨이 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상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클루니와 피트가 주먹을 내지르거나 몸을 재빠르게 움직이는 액션을 보여주진 않지만, 젊은 시절에도 이들은 육체의 액션에만 의존한 배우가 아니었습니다. 특유의 아우라와 연기력으로 몸의 액션 이상을 보여주곤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두 배우의 매력에 의존한 제작진이 영화의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 말로 “해 줘.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라고 할까요. 그래도 검은 가죽 재킷을 입은 초로의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가 냉소적인 농담을 주고받으며 무시무시한 악당에게 총을 쏘고, 결국 기묘한 우정을 다져나가는 영화를 안 볼 이유를 애써 찾고 싶지는 않네요.
‘영 식스티’ 지수 ★★★★ 나이 들어서도 멋있는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
‘내일을 향해 쏴라’ 지수 ★★★ 은근히 풍기는 옛 영화의 향기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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