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재앙 or 한시적 사태…값싼 중국산 홍수에 공장상권 초토화

천문학적 적자 위기에 파주공장 인근 상권 줄폐업 가속화, 중국산 공습에 회생 가능성 희박
ⓒ르데스크

“내년 3월까지 LG디스플레이가 살아나지 못하면 길바닥에 내몰리게 됩니다.”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호령하는 글로벌 기업 ‘LG디스플레이’가 최근 극심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가운데 그 여파가 선량한 시민들에 까지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 인근 주민들과 상인들은 최근 LG디스플레이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인원 단축까지 강행하면서 지역 분위기와 경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LG디스플레이는 2022년부터 적자의 늪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22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2개 분기를 제외하고 모두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3분기에도 806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6621억원)와 비교해 적자폭을 줄이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여전히 상황은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LG디스플레이 천문학적 적자 행렬에 파주 엘씨디로 인근 상권도 초토화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인근 지역은 ‘LG상권’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유명하다.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외에는 마땅한 시설이 없다 보니 상권을 찾는 유동인구 대부분이 공장 직원이거나 직원 가족이다. 자연스레 LG디스플레이 상황에 따라 상권의 상황도 극명한 온도차를 보여 왔다. LG디스플레이가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하며 극심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최근에는 LG상권 역시 침체의 분위기가 역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 LG디스플레이 실적 부진으로 파주 상권 또한 위험한 상황이다. 사진은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인근에 위치한 상권 전경. ⓒ르데스크

르데스크가 찾은 LG상권은 ‘초토화’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는 상가가 수십 곳에 달했다. 당장 간판을 내리지 않았지만 평일 점심시간에도 영업을 하지 않는 상점들도 여럿 존재했다. 음식점, PC방, 노래방, 카페, 편의점 등 위기는 업종을 불문한 모습이었다. 이곳 상인들은 사실상 절반 이상의 점포가 문을 닫았다고 입을 모았다.

LG상권 내에서 족발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형운 씨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만 해도 강남 상권 부럽지 않았는데 지금은 코로나 시기보다 훨씬 힘들다”며 “연말인데 예약이 하나도 없을 뿐 아니라 올 한해를 봐도 호황기였던 2019년과 비교하면 매출이 75%가량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상가 월세가 200만원인데 보증금으로 막은 지 꽤 됐다”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에 근무하는 권태수(가명) 씨는 “성과급도 안 나오고 법인카드 사용도 쉽지 않으니 자연스레 회식을 줄이게 됐다”며 “요즘엔 인원까지 줄이다 보니 개인 소비까지 줄이게 된다”고 귀띔했다. 이어 “상황이 좀 나아지기 전까진 주변 상권을 찾진 않을 것 같다”며 “지금 같은 분위기에 회사 코앞에서 먹고 즐기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좀 그렇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 최근 폐업한 것으로 알려진 한 편의점 내부. ⓒ르데스크

LG상권의 배후 수요도 점차 줄고 있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일대 지역 빌라·오피스텔 총 가구 수는 약 700세대인데 현재 70% 가량이 공실이다. 공실이 길어지다 보니 임대료도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2018년 보증금 500만원, 월세 50만원 수준이었던 오피스텔 임대 시세는 지난해 보증금 300만원, 47만원으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보증금 200만원, 월세 25만원 수준의 매물도 간혹 나온다.

부동산을 운영하는 이남구 씨는 “근처 오피스텔·빌라들은 협력업체 직원들이 주로 사용하는데 LG디스플레이 상황이 좋지 않아 투자가 줄어드니 협력업체 파견 인원도 줄어 공실이 부쩍 늘었다”며 “LG디플레이이 직원에게 제공되던 사택도 인력 감축의 여파로 공실이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년 전 시작된 불황이 이 정도까지 심각해질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내년 1분기가 마지노선” 상인들 곡소리, LG디스플레이 실적 반전 가능성은 ‘물음표’

LG상권 내 상인들은 내년 1분기가 마지노선이라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들어 적자폭이 줄고 LG디스플레이 자체적으로도 중국 공장을 매각하는 등 나름의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상황의 반전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 인근 상인들은 최근 LG디스플레이 실적 악화로 직원 및 협력사가 크게 줄었다고 말한다. 사진은 금요일 퇴근 9시경 LG디스플레이 파주 기숙사 전경으로 불이 켜진 방이 별로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르데스크

특히 LG디스플레이가 위기 극복의 해법으로 공격적인 투자 보단 비용 절감 쪽으로 기우는 모습을 보여 상인들의 절망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2월 생산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올해는 희망퇴직 대상을 사무직까지 확대했다. 10.5세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파주 P10 공장에 대한 투자도 2년째 감감무소식이다.

시장 상황도 좋지 않다. LG디스플레이 실적 부진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혔던 중국산 디스플레이의 공세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거세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기업의 글로벌 OLED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48.2%로 처음으로 중국(50.5%)에 역전 당했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중국의 OLED 생산 능력은 2028년까지 연평균 8%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국내 연평균 성장률 전망치는 2%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 주변 상권은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의 상황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나 다름없다”며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살아나기 위해선 중국 보다 월등히 뛰어난 기술력 등 연구·개발 투자 규모를 늘려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LG디스플레이의 비용 감축 행보를 봤을 때 당분간은 LG상권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파주 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는 아직 논의 중인 단계다”며 “중국 광저우 공장 매각 대금을 받는 시기가 내년이기에 자금 사용 계획 또한 아직 명확히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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