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어스골퍼] 골프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골프용어'

모든 스포츠는 지향하는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습니다. 대부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거나,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기록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도 하며, 팀으로 플레이하면서 승패를 기록하기도 합니다.

골프도 예외는 아닐 텐데요. 골프가 가진 이러한 철학과 게임의 본질을 느끼는 데 있어, 골프에 상요되는 '용어'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용어의 정의 - Definition

지난 몇 번의 칼럼을 통해 골프 용어를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골프 규칙 상에 용어의 정의 (Definition)라고 알려진 부분입니다.

심판 없이 경기하는 스포츠이니, 함께 치는 골퍼들이 같은 규칙 하에서 플레이해야 하고, 이를 위해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같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모든 스포츠에는 규칙이 있지만, 골프만큼 용어 하나하나에 엄격한 정의와 철학을 부여하는 스포츠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골프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루스 임페디먼트', '언플레이어블', '프로비저널볼' 같은 단어는 생소하고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골프라는 스포츠가 외국에서 만들어져 국내에 도입된 만큼 대부분의 용어가 낯선 외래어처럼 느껴지고, 일부 한글 번역도 난해한 경우가 많은 것이죠.

하지만 이 단어들 특히 한글로 번역이 된 표현의 의미와 왜 이 용어들이 사용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되면, 골프를 '조금 더 제대로' 알 수 있게 됩니다.

골프는 함께 플레이하는 사람들을 '동반자'라고 부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골프는 함께 하는 스포츠이다. - '동반자'

골프 용어 중 가장 특징적인 것은 경쟁자를 '동반자'로 칭하는 점입니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듯한 상황에서, '경쟁자'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이죠.

이는 골프의 본질이 타인과의 싸움이 아닌 코스와의 대결에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경쟁자는 내가 쓰러뜨려야 할 직접적인 상대지만, 골프에서 나의 샷은 동반자의 스코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각자 자신의 공을 치며 코스라는 공통의 적을 함께 공략해 나간다는 측면이 강하기에, '경쟁자' 대신 '동반자'라는 명칭을 사용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동반자는 단순히 함께 플레이하는 사람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골프는 심판이 따라다니지 않는 독특한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플레이어는 동반자(마커)에게 스코어를 확인받고 서명을 받아야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습니다. 동반자는 나의 규칙 위반을 감시하는 '감시자'가 아니라, 내가 정직하게 플레이했음을 보증해 주는 '증인'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죠.

더욱이 골프는 4~5시간을 함께 플레이하게 됩니다. 승패를 넘어 긴 시간을 함께 보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에티켓 규칙들이 동반자에 대한 배려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해 볼 만합니다.

골프 규칙 상의 '장해물'의 정의 [출처:대한골프협회 골프규칙]

'장애물'이 아닌 '장해물'

우리가 무심코 혼용하지만, 한글에는 '장해물'과 '장애물'이라는 단어가 별도로 존재합니다. (골프책자에는 어디에도 '장애물'이라는 표현이 없고, '장해물'이라는 표현만 사용됩니다.)

이 두 단어의 의미를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장애는 어떤 일의 진행이나 기능을 제대로 못 하게 막는 것으로, “아예 제대로 기능을 못 하게 한다”는 느낌이 강하지만, '장해'는 하고자 하는 일을 방해하여 기능 수행에 지장을 주는 상태라는 것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골프라는 게임에 이 단어를 적용해 보면, '장해물'이 더 나은 표현임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골프 코스에는 수많은 '장해’가 있지만 플레이어는 그 안에서 최선의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구제와 페널티라고 볼 수 있는데요. 장해물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페널티를 받을 수도 있지만, 비정상적인 코스 상태나 인공물의 경우 '구제'를 통해 골퍼가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인공적인 요소로부터는 플레이어를 보호하되, 자연적인 어려움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철학이 투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볼은 있는 그래도 플레이하여야 한다.(Play the ball as it lies)'는 골프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는데요. 자연물이 주는 어려움은 플레이어가 극복해야 할 도전이자 코스의 본질적인 요소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인 것이죠.

단어 하나에 담긴 의미를 굳이 알아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골프 용어의 사용은 골프가 가진 철학과 게임의 본질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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