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깅노트] 상폐 위기로 본 박관호의 위믹스와 장현국의 위믹스

조회 1542025. 4. 14.

가상자산 위믹스가 또 상장 폐지 위기를 맞았다. 이번 사고는 해킹이다. 탈취된 위믹스는 865만4860개, 약 88억원 규모다. 위메이드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과 흑자 전환으로 2년간의 침체기를 벗어나자마자 들린 소식이다. 이는 창업주인 박관호 대표이사 회장의 취임 후 첫 사고이자 장현국 전 대표의 사임 후 첫 사고이기도 하다.

탈취된 위믹스는 해외 거래소로 빠르게 옮겨진 후 모두 매도됐다. 해킹 사고 발생 후 위믹스 시세는 닷새간 22.7% 하락했고, 위메이드 주가는 한달여간 최대 29.8%까지 떨어졌다. 위믹스가 위메이드 기업가치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사상 최대 실적이 무색해질 정도다.

위메이드는 상장 폐지를 막기 위해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에 소명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실효성 있는 재발 방치책을 내놔야 한다. 실제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방지책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는 지도 입증해야 한다. 소명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위믹스는 상장 폐지된다. 위믹스는 현재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에서 거래되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위믹스를 상장 폐지하는 조치가 과연 적절할까. 2022년 장 전 대표 당시의 위믹스 사태와 비교해보면, 해킹 사고의 경중을 가늠할 수 있다. 당시 위믹스는 유통량 위반 등의 이유로 고팍스를 제외한 4대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상장 폐지되면서 존폐 위기에 놓였다. 이후 업비트를 제외한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에 재상장됐지만 아직까지 위메이드와 장 전 대표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차이는 분명하다. 명확한 고지없는 장 전 대표의 위믹스 유동화와 유통량 불일치는 ‘고의성’을 넘어선 ‘목적성’이 감지된다. 이는 위믹스를 매각해 위메이드는 수천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한 반면, 위믹스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본 ‘이해 상충’ 사례로 연결된다. 회사가 이익을 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투자자를 속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는 도의적·법적 책임이 따른다.

반면 박 회장과 위메이드는 해킹 사건으로 별다른 이득을 보지 않는다. 되레 복구에 나서며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마찬가지로 이익을 얻기 위해 해킹을 일으켰다는 정황이나 목적이 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는 단지 위메이드의 실무적·기술적 능력이 부족했던 것 뿐이다. 즉 이번 해킹 사고는 고의에 이르지 않는 과실의 형태에 가깝다. 도의적·법적 책임을 물을 사안과도 거리가 멀다. 사후 복구와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는게 중요하다.

만약 이같은 상황에서 위믹스가 상장 폐지된다면 국내 투자자의 피해가 확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장 폐지라는 명분에 비해 다소 과도한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이다. 불법 가능성에도 유지된 상장이, 과실 사건으로 폐지되는 것은 적정성에 위배된다. 닥사와 가상자산사업자, 금융당국이 고의성 여부, 사후 복구 방안, 그리고 투자자 피해의 관점에서 이번 사건을 판단해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위메이드가 위믹스 생태계를 꾸려나갈 능력이 있는 지는 여전히 우려된다. 사고를 발생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은 ‘의지’의 영역이다. 의지는 능력을 바탕으로 발휘할 수 있다. 박 회장이 해킹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굳건하다는 사실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두번 다시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조직과 체계를 갖췄는 지는 확신이 어렵다.

만약 이번에 위믹스 상장이 유지된다면 어쩌면 위메이드에게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위믹스 생태계가 위메이드의 기업가치와 존폐를 결정할 핵심 요소라면 위메이드가 생태계를 꾸려나갈 체력과 능력을 갖추길 바란다. 위메이드가 블록체인 게임 시장을 선도해왔고 상당한 성과를 이뤄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해킹 사고는 ‘이력의 화려함’이 아닌 ‘실질적인 재발 방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명성과 이력은 스스로 유지하고 지키는 것이지 시장이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조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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