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전장·AI로 '日 MLCC 벽' 넘을까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이 올해 하반기 성수기 진입과 인공지능(AI) 서버 증가에 따른 회복세가 전망된다. 반면 스마트폰을 비롯한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둔화, 전기차 성장 정체 등 일부 부정적인 요소가 본격적인 반등을 억누를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삼성전기는 전장(자동차 부품)용 MLCC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성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수요가 강세를 보이는 AI 분야에서도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통해 점유율 확대를 모색한다.
MLCC는 전자기기 내에서 전기를 저장하고 필요한 순간에 공급해 회로 내 전압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부품이다.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을 비롯한 전자기기 전반에 수천개에서 수만개에 달하는 MLCC가 탑재된다. 세계 선두 업체인 일본 무라타를 필두로 삼성전기와 대만 야교 등이 경쟁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무라타 외에 다이요유덴, TDK가 포진한 일본의 점유율이 높다.
지난해 IT 수요 둔화와 반도체 업황 침체로 MLCC 가격이 하락하고 재고가 빠르게 증가했던 시장은 올 들어 점차 반등하는 추세다. MLCC 제조사들은 올해 3분기 성수기 진입에 따른 수요 증가와 함께 이에 따른 가동률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 무라타는 올 2분기 85% 수준을 기록한 MLCC 공장 가동률이 3분기 이후 9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기 역시 올 초 시작된 가동률 개선이 3분기까지 계속될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가동률의 상승세는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 신제품 출시와 기존 재고 감소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본격적인 가격 상승을 점치기에는 전반적인 IT 수요의 뚜렷한 확대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삼성전기는 점유율 우위를 갖춘 전장용 시장과 수요가 뚜렷한 AI 서버용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전장용 MLCC는 올해 1조원의 매출 목표를 내놓고 전기차 시장 둔화에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시장 점유율은 13%로 4위를 기록했다. 선두 무라타가 41%를 확보하며 여전히 격차가 크지만, 삼성전기는 2022년 4%에 불과했던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는 데 성공했다. 무라타와 TDK, 타이요유덴 등 업계 전반의 전장용 매출이 둔화하는 감소하는 가운데 삼성전기가 고성능, 고부가가치 전장용 MLCC 경쟁력을 끌어올린 성과로 풀이된다.
회사는 하반기 전기차 MLCC 시장에서도 우위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시장 정체에도 거래선 다변화를 바탕으로 상반기 대비 10% 이상의 매출 확대를 전망하고 있다. 신뢰도가 중요한 전장용 MLCC의 특성에 발맞춰 고전압, 고온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제품을 확대해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AI 서버는 삼성전기를 비롯한 MLCC 제조사에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전장용으로 개발한 고품질 기술력을 기반으로 AI 서버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아직 삼성전기의 MLCC 매출에서 AI 서버를 포함한 산업용 비중은 18% 규모로 추정된다. 아직 작은 비중이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 가능성이 크다.
이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