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이병헌의 블랙 코미디, 볼 수밖에 없는 건 '어쩔수가없다'

[TV리포트=강해인 기자] 박찬욱 감독이 오랜 기간 품어왔던 작품이 드디어 관객과 만났다.
상반기에 봉준호 감독이 '미키'로 스크린에 돌아왔다면, 하반기엔 박찬욱 감독이 신작을 가지고 관객 앞에 섰다. 두 거장은 복귀 소식만으로 시네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힘이 있다. 이번 박찬욱 감독의 신작은 그가 20년 동안 마음에 품었던 작품이라고 알려져 화제가 됐다. 여기에 이병헌도 20여 년 만에 박찬욱 감독과 함께하면서 기대감을 더 높였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는 완벽한 가정을 이뤘던 만수(이병헌 분)가 인생을 바쳤던 회사에서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으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만수의 실직으로 아내 미리(손예진 분)와 두 아이들 삶이 무너져 내린다. 만수는 가족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기상천외한 재취업 전쟁에 뛰어들게 된다.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을 통틀어 가장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상황에 놓인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다. 동시에 노동 및 사회 문제가 선명하게 보인다는 점도 흥미롭다. 만수를 비롯해 제지 회사에서 잘린 범모(이성민 분), 시조(차승원 분)의 이야기를 통해 기술의 발달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관통한다. 최근 인터뷰에서 박찬욱 감독은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등 노동자의 현실을 담은 영화를 생각하며 연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어쩔수가없다'는 '공동경비구역 JSA'(2000) 이후 가장 친절한 작품이기도 했다. 이는 전작 '헤어질 결심'(2022)과 비교하면 더 잘 보인다. 전작은 시적이고, 여백이 많아 관객이 채워갈 부분이 많았다.
반면, 이번 영화는 인물들의 동기가 명확해 상황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대사를 통해 설명되는 부분이 많아 산문적이다. '헤어질 결심'이 독해를 요구한 영화였다면, '어쩔수가없다'는 공감을 통해 딜레마를 만수의 딜레마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이 밖에도 눈에 띄는 건 코미디적인 요소다. 이병헌이 대본을 처음 읽고 박찬욱 감독에게 "웃겨도 돼요?"라고 물어봤을 정도로 '어쩔수가없다'는 작정하고 웃기는 영화다. 취업을 위해 경쟁자를 제거하겠다는 발상부터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가 진하다.

여기에 만수의 어설픈 실행력과 뜻밖의 인간미, 영화 속 캐릭터들이 종종 보여주는 몸개그는 영화 내내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조용필의 '고추잠자리'가 등장하며 인물들의 갈등과 슬랩스틱적 요소가 폭발하는 신은 '어쩔수가없다'의 백미다.
'어쩔수가없다'는 역설로 가득 차 있는 작품이다. 만수는 자신과 가정을 구하기 위해 기묘한 계획을 실행하지만, 목표가 달성될수록 자신은 추락하고 가족은 위험에 처한다. 그리고 만수의 표적이 된 범모와 신조, 선출(박희순 분)은 만수와 유사성이 많은 인물들이라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각 캐릭터는 만수의 상황, 가족 관계, 목표 등을 공유하고 있다. 만수는 재취업에 실패한 범모와 신조에게 답답함을 느끼는데, 정작 자신에게는 그렇게 냉정하지 못하다는 점도 흥미롭다. 만수의 취업전쟁은 자신의 분신을 없애는 여정이었고, 이 과정에서 만수라는 인물이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만수가 선택한 행동은 도덕·윤리적으로 공감하기 어렵고, '그 방법 밖에 없었을까'라는 의문을 자아낸다. 이때 이병헌은 호소력 높은 눈빛 연기로 만수의 행동을 납득시키며 영화를 끌어간다. 연민을 끌어내는 그의 연기 덕분에 '어쩔수가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슬프면서도 웃긴 작품이 될 수 있었다.
이병헌 외에도 이성민, 차승원, 박희순은 한정적인 역할 내에서 만수의 분신으로서 활약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손예진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만수의 추락을 목격하면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미리의 모호한 감정을 잘 살려내며 7년 만의 스크린 복귀를 성공적으로 알렸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이기에 대놓고 웃기려는 영화의 분위기와 직설적인 이야기에 아쉬움을 느끼는 관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박찬욱 감독이 이 시대 대중과의 접점을 고민한 지점이 곳곳에 보이고, 새로운 톤의 영화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반가운 팬들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매력적인 이 영화에 손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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