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 도서 폐기 논란, 경남서 되풀이하면 안 돼"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경남도교육청이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에 도서 선정과 관련한 공문을 내려보내면서 경기지역 학교도서관에서 있었던 성교육 도서 폐기 논란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도교육청은 도서 폐기 지침이 아니라 도서관 자료 선정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는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경남교육청은 문체부가 지난 21일 시도교육청과 자치단체에 보낸 공문을 소속 공공도서관 27곳과 학교도서관 977곳에 전달했다. 이 공문에는 '특정 도서의 열람 제한 및 폐기를 요구하는 민원에 따라 도서관의 도서 선정 등과 관련한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문을 안내한다'고 적혀 있다.

문체부는 "도서관은 도서관법에 따라 도서관 운영 기준에 자료 선정 기준을 마련하고, 도서관운영위원회 혹은 자료선정위원회 등으로 자료 선정 심의·의결 절차를 거쳐 자료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며 "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결정한 '청소년 유해매체물' 등 지정·고시된 자료 목록을 참고하고, 도서관 자료 이용 제한에 판단이 필요하면 도서관운영위원회 또는 도서관이용심의위원회 등 심의를 거쳐 주요 사항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앞서 경기교육청은 '2024학년도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 운영 현황과 성교육도서 처리 결과 도서목록'을 함께 조사했다. 극우 성향 시민단체는 일부 성교육 도서에 잇따라 민원을 제기하고 경기도의회와 국회 등도 이를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경기 학교도서관에서는 '청소년에게 부적절하다'며 성교육 도서 2528권이 폐기됐다. 모든 성교육 도서를 폐기한 학교도 있었다. 그러나 폐기 도서 중에는 성교육과 상관없는 교양·과학 분야 책도 포함됐다.

한국학교도서관사서협회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알권리 보장 침해 △도서관법 목적과 기본 이념에 따른 국민의 지적 자유 보장 침해 △'자체 판단'이라는 모호함으로 자기검열 조장 등을 이유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도서관은 국적, 민족과 인종, 종교적 성향, 성별과 나이, 교육적 수준, 사회적 지위를 불문하고 누구나 공평하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자료를 선정하고 수집해야 한다"며 "이념적이고 종교적인 편향성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도서선정위원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유미 한국학교사서협회 이사장도 "학교마다 도서선정위원회가 있는데, 외압에 좌지우지되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있다"며 "성교육 자체도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왜 다른지 책으로 다가갈 수 있는 부분도 오히려 후퇴한 것 같아 갑갑하다는 현장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23일 거제시의회 본회의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인 바 있다. 김선민(국민의힘·마 선거구) 시의원은 "성교육 유해 논란 도서 대출과 열람을 중단시키고 즉각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은진(더불어민주당·비례) 시의원은 "무방비 상태로 아이들이 이런 책을 보고 정말 나빠질 거라는 생각은 우리 어른들의 생각일 수 있다"고 말했고, 최양희(더불어민주당·라 선거구) 시의원은 "유해 도서로 판정이 안 난 거 아니냐. 왜 그걸 개인이 결정하느냐"고 따졌다.

경남교육청 창의인재과 관계자는 "이번 공문은 도서관 자료 선정 때 자료선정위 결정 등을 기준으로 삼고 간행물윤리위나 청소년보호위가 고시한 자료를 참고하라는 내용이지, 도서를 폐기하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선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부분은 보호자 지도가 필요하다는 안내 스티커를 붙여놓고 있다. 외국 번역서는 국내 정서와 괴리된 부분이 있어 과하게 느낄 수 있지만, 교육적 차원에서 보면 괜찮다는 판단도 있다"며 "알권리 측면에서도 책을 무조건 없앨 수는 없고 일방적으로 책을 폐기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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