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너 마저..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 감소 '왜?'

볼보 XC60 T8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데일리카 안효문 기자]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는 모습이다. PHEV에 우호적인 유럽에서조차 판매가 줄어드는 모습이다.

PHEV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의 일종이다. 하지만 초기형 하이브리드와 달리 상대적으로 넉넉한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 외부 전원으로 충전해 일상 주행에선 기름 소비 없이 전기차 처럼 운행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주요 PHEV의 경우 40~60㎞ 수준의 ‘전기차 모드’ 주행거리를 갖춘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PHEV는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 ‘내연기관과 배터리 전기차를 잇는 교두보’ 등으로 불렸다. 유럽의 경우 엄격한 기업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PHEV 라인업을 확대하기도 했다.

기아, 2023년형 스포티지 PHEV

하지만 각국 통계자료에 따르면 6월 프랑스 PHEV 판매대수는 전년 대비 28% 감소했고, 같은 기간 독일 PHEV 신차등록대수도 16% 뒷걸음질 쳤다. 영국의 경우 2019년 연간 등록되는 PHEV와 배터리 전기차는 비슷한 숫자였지만, 올해는 전기차가 PHEV의 두 배에 달했다.

가장 큰 요인은 보조금이다. 각국 정부가 PHEV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하거나 없애고 있어서다. 영국은 2018년 PHEV 구매 보조금 정책을 중단했고, 독일은 올해까지만 PHEV 보조금을 유지키로 했다.

현대차와 기아 등은 그간 PHEV 생산 대부분을 유럽 및 북미 지역에 수출해왔다. 국내선 2021년부터 PHEV 보조금이 폐지돼서다. 일부 수입 브랜드의 PHEV가 일부 판매될 뿐 국내 친환경차 시장에서 PHEV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기아, 쏘렌토 PHEV

일각에선 PHEV의 친환경성이 과대포장돼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PHEV 이용자들이 전기모드보다 기름소비를 더 많이 한다는 것. 미 국제청정교통위원회(International Council on Clean Transportation, ICCT)는 최근 PHEV 9000여 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이들의 실제 화석연료 소비량은 연료효율 측정 실험 절차에서 가정한 것보다 2.5~5배 더 많았다.

ICCT는 보고서에서 “개인 이용자의 경우 전체 주행 중 45~49%에서 전력을 활용했는데, 이는 꽤 괜찮은 수치다”라며 “하지만 법인에서 운용하는 PHEV는 불과 주행 중 11~15%에만 전력을 사용했는데, 이는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사실상 내연기관차와 차이가 없다는 걸 의미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유럽위원회는 2027년부터 한층 강화된 PHEV 연비측정 기준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는 PHEV의 ‘전기 모드’의 주행 빈도 및 이산화탄소 배출값 할당 기준을 실 주행 조건에 맞춰 엄격히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더 뉴 GLC 300 e 4MATIC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PHEV의 경우 차 가격이 전기차에 육박하는 만큼 판매에 보조금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라며 “국산 PHEV의 경우 보조금이 없으면 가격 경쟁력이 상당히 떨어지기 때문에 내수보다 수출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전기차 보급 속도가 상당히 빠른 만큼 PHEV 판매를 극적으로 늘리기보다 전기차에 곧바로 힘을 싣는 쪽이 큰 흐름이 될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yomun@daily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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