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할 땐 바이크와 하나”…새길 여는 모터사이클 신동
국내 첫 스페인리그 뛰는 18살 김민재
‘바늘구멍’ 아시아탤런트컵 최초 합격
3월부터 스페인 ESBK 프로리그 레이스

직선주로 최고 속도는 시속 360㎞를 넘는다. 자동차 경주 포뮬러1(F1)보다 빠르다. 1초에 100m를 이동하니 찰나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국제모터사이클연맹(FIM) 최상위 무대인 모토 GP(MotoGP) 월드 투어의 풍경이다.
이 극단적인 속도의 세계에 진입하기 위해 도전장을 내민 10대 한국인이 있다. 올 시즌 스페인 모터사이클 프로리그(ESBK)에 진출한 김민재(18·라글리세)가 주인공이다. 3월 첫 라운드 경기를 펼치고 일시 귀국한 그를 20일 서울 시내에서 만났다.
단도직입으로 선수들의 체감 속도와 공포심에 대해 질문을 하자, 그는 “경기장 서킷에서 출발 대기할 때 심장 박동수가 분당 130~150이다. 주행 중에는 210까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엄청난 두려움”은 최대의 적이지만, “겁을 내면 속도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선수는 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10살 때 모터사이클 산길 주행으로 ‘신동’ 소리를 들었던 그는 2024년 아시아탤런트컵 선발전을 통과했고, 지난해 아시아 투어를 거쳐 올해 스페인 무대에 진출했다. 국내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두 영역에서 새로운 길을 열었다.
하지만 최종 목표인 모토 GP 도달까지 갈 길이 멀다. 스페인 리그 라글리세팀(5명)에서 뛰는 김민재는 배기량 1000㏄ 직전 단계인 600㏄(미들급) 레이스에 나서고 있다. 3월 열린 첫 라운드(4㎞×16바퀴)에서는 20여명 가운데 10위를 차지했는데, “감독과 데이터 분석관이 ‘타는 스타일에서 밀리지만 엄청난 재능이 있다’라고 평가해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그는 “아시아 무대의 쿼터급(배기량 250㏄) 경쟁과는 달랐다. 새 환경에 적응하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속도 우열을 좌우하는 것은 무엇일까. 최상위 모토 GP의 팀들은 기술 개발과 성능 개선을 위해 큰 투자를 하고, 이런 것이 기계의 성능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운전자의 역량이 더 결정적이라고 본다. 지난달 포르투갈에서 열린 세계모토사이클연맹 세계슈퍼바이크챔피언십(WSBK)에서 중국산 양산 오토바이 ZX를 탄 프랑스 선수가 1위로 들어오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민재는 이를 두고 “컨트롤 능력” “기계를 이해하는 수준”의 차이로 설명했다. 그는 “엔진 소리나 진동의 미세한 차이를 감지할 정도로 기계와 하나가 돼야 한다. 고속 주행에서도 기계의 리듬과 일치시키는 집중력이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딴 생각하면 이미 넘어져 있다”고 말했다.
강한 체력은 기본이다. 김민재는 “엔진실 외부의 온도가 100℃를 넘고, 바람에 냉각된 열기도 60℃ 이상이다. 소형 에어백이 내장된 복장과 헬멧을 쓰고 30~40분 달리고 나면, 체중이 많이 빠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일시 귀국했어도 매일 근력운동을 하는 이유다.

날씨 등의 변수에도 대비해야 한다. 2024년 8월 세팡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슈퍼바이크(MSBK)에 출전했던 그는 예선 1위로 본선에 진출했지만, 빗물용 타이어 교체를 시간 내 하지 못해 꼴찌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본선 1차전에서 초인적인 질주로 2위까지 치고 나왔지만 막판 미끄러지면서 탈락했고, 본선 2차전에서는 3위로 들어왔지만 입상하지 못했다. 김민재는 “태극기를 달고 출전했는데, 시상대에 서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웠다”고 했다.
김민재는 축구의 이강인처럼 스페인에서 모터사이클의 최정상급 선수로 진화하기 위해 달리고 있다. 영어로 원활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매콤한 한국 음식이 생각날 때도 있지만, 현지식에 불편함이 없다고 말할 때는 어른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하루 24시간 모터사이클만 생각하는 그는 서울의 번잡한 도심에서 오토바이를 탈까. 그는 “경기장 서킷이 아닌 곳에서는 절대 타지 않는다. 이득 보는 게 없는데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 그 시간에 몸 챙기고 바벨 하나라도 더 든다”며 웃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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