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안 하면 이 대학 간다'' 학비 100억 횡령한 사람이 학장이라는 이 '대학'

산속 ‘유령 대학’, 그 화려한 외관 뒤에 감춰진 진실

전라남도 순천의 깊은 산자락, 이름만 들어도 낭만이 흐를 듯한 명신대학교는 그 실체를 아는 이조차 드물었다. 지역민들도 “저런 대학이 있었냐”고 고개를 젓는 이 캠퍼스는 마치 유럽의 오래된 성채를 떠올리게 하는 거대한 건물 외관을 뽐냈다. 하지만 화려함 뒤에는 충격적인 진실이 숨어 있었다. 주위엔 편의점 하나 없는 외진 곳, 옛 건널목을 지나야 하는 불친절한 입지. 70년대식 무인역 같던 이 대학은 실상 ‘유령학교’로 불릴 만큼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돈만 내면 학점” 출석도 없는 기막힌 학사 장사

명신대학교가 전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그저 외진 입지가 아닌, 상상을 초월하는 운영 방식 때문이다. 2007년 감사원 감사로 만천하에 드러난 진상—학생들은 수업에 출석하지 않아도 출석과 학점을 받아갔다. 실제로 189개 교과목에서 2만2,794명이 출석 기준을 못 채웠음에도 모두 출석 인정과 성적을 받았다. 시험 때 답안지를 함께 나눠주고, 기본만 지키면 학위가 공짜로 따라오는 기이한 구조. 졸업 요건은 무시된 채, 대학은 사실상 ‘학점 판매소’였다.

교수보다 적은 수의 학생, 기묘한 구성과 정체불명 학생군

정상적인 대학이라면 학생들이 강의실을 가득 메워야 하지만, 명신대학교는 전혀 달랐다. 평소에는 학생보다 교수가 더 많았고, 시험날이면 전에 본 적 없는 ‘정체불명 학생’들이 슬그머니 나타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경찰행정학과, 사회과학대 등 그럴듯한 간판이 걸려 있었지만, 실상은 장사꾼 사장의 욕심이 낳은 말뿐인 명찰에 불과했다.

100억 횡령과 서류 조작, 검은 비밀의 끝

명신대학교를 둘러싼 불법과 비리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대학 설립 당시 의무적으로 갖추어야 할 수익용 기본재산 14억 원을 허위 서류로 신청한 뒤, 그 돈을 불법으로 빼내 임의로 사용했다. 이후 감사원, 교과부 조사에서 밝혀진 교비 횡령, 서류 조작 등 총 횡령액은 40억~65억에 달했다. 교육과정, 입학 및 편입생 모집, 이사회 운영 등 전방위적인 비리로 학교법인 임원 전원 취임승인 취소와 전현직 총장, 설립자 가족 모두 검찰에 고발됐다.

졸업생 학위 취소, 미스터리한 학생관리와 교직원 피해

더 기가 막힌 건 부실한 학사관리의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과 교수진에게 돌아갔다는 점이다. 명신대는 재학/졸업생을 상대로 “학점 취소”와 “학위 박탈” 통보를 받았다. 정상적으로 재학하던 학생들도 강제 편입, 환불 불가, 전공 단절 등 혼란을 겪었다. 교수 채용 과정에서 신원 보증금 명목으로 고액을 내고 임용된 많은 교직원도 졸지에 피해자로 전락했다. 폐교 후 여진은 심각했다—인근 대학 특별 편입이 이뤄졌으나 대부분 조건부였으며, 학생들은 졸업 자격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평소엔 텅 비고, 시험날 출몰” 유령대학을 끝낸 막장 결말

비리의 끝은 궤멸이었다. 정부는 명신대측에 불법행위 시정 명령과 학사운영 정상화, 교비 복구 등 17건에 이르는 시정 명령을 내렸으나, 절반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사진과 설립자는 행정소송까지 벌였지만, 결국 2011년 12월 학교폐쇄 명령이 확정됐다. 명신대학교는 단 4년 만에 대한민국 ‘최악의 막장 대학’으로 역사에서 퇴장했다.

마지막까지도 정문에는 “공부 안 하면 명신대 간다”는 조롱이 남았다. 유령 건물처럼 남은 성채와 텅 빈 강의실만이, 그 황당무계한 드라마의 잔상을 대변하고 있다.

이 사건은 대학이 어떻게 부실 경영과 족벌 비리, 돈벌이에만 몰두하다 끝없이 무너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뼈아픈 교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