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으로 유럽행 비행시간 길어져…정부는 해법 찾아야”[핫이슈]

김병호 기자(jerome@mk.co.kr) 2024. 9. 2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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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140년 한·러관계: 진단과 처방’ 특별 좌담회
“유럽으로 여행갈 때 시베리아 영공 통과가 막히다 보니 예전보다 2~3시간이 더 걸린다. 기업들 피해도 크다. 정부가 해결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토론회 청중 발언)

지난 23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기로에 선 140년 한·러관계: 진단과 처방’이라는 제목의 특별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한러 관계 복원 방안과 양국 정부에 대한 제언들을 쏟아냈다. 2년 넘게 지속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러 관계가 크게 악화된 가운데 이를 완화할 방법으로 의원 외교 재개, 지방 간 교류 활성화, 민간 공공외교 확대 등이 거론됐다.

토론자로 나온 이대식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연구실장은 “정부가 직접 나서기 힘든 사안에서 의회가 역할을 할 수 있는데 한러 간에는 국회의원 교류가 가동되지 않고 있다”며 “우리 국회도 양당 간에 서로 싸우면서 악수도 하고 하듯이 한러 관계에서도 이를 위한 의회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쟁 전만 해도 양국 간에는 의원친선협회, 의원외교협의회, 의회 간 고위급 협력위원회 등의 이름으로 ‘의원 외교’가 있었지만 전쟁으로 올스톱 된 상태다.

사회를 맡은 박종수 전 북방경제협력위원장(전 러시아공사)은 “아프리카 국가들과도 의원 외교를 하는데 명색이 4강인 러시아와 의원 교류가 없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이번 기회에 분명히 짚고 넘어갈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중국과도 관계가 좋지 않은데도 한중 의원교류협회에는 더불어민주당 95명, 국민의힘 45명 등 거의 과반수 의원들이 동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러 관계 개선을 위해 지방 간 교류 활성화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김병호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종전 후 중앙 정부 간 협력은 당장 회복이 힘든 만큼 지방 교류를 활성화해 이를 확대해갈 필요가 있다”며 “러시아 지방정부는 한국과의 협력에 엄청난 관심과 희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전 위원장은 “(지난 정부에서) 북방경제협력위원장으로 있을 때 가장 잘 됐던 분야 중 하나가 한러 지방협력 포럼”이라며 “3회까지 하다가 전쟁 때문에 중단됐는데 양국 협력 차원에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김성진 덕성여대 정외과 교수는 “소통을 지속하기 위해 학술과 문화 등 민간 교류가 중요하다”며 “시베리아 같은 한적한 지역을 대상으로 원격의료 같은 인도적 협력이나 우주·해저 개발 등 범인류적 협력을 논의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성 교수도 “(민간이) 최소한의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길을 열어줘야지 방해를 해선 안된다”며 “그동안 러시아와 네트워크로 쌓은 축적된 경험을 활용하려는 노력을 막아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는 전쟁 후 정부가 러시아와의 교류 사업에 대한 지원을 크게 줄여 민간 교류마저 끊기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양국 정부를 상대로 현 상황을 추가로 악화시키지 않기 위한 몇가지 방안도 나왔다. 김 위원은 “종전 후에도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기술을 지원해준다는 등 선동을 통해 우리를 흔들려한다면 양국 관계는 지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러시아는 북한을 매개로 한국을 자극해 이익을 보려는 꼼수를 거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쟁으로 커진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종전 후에도 북러 협력을 통해 계속된다면 우리 국민 여론이 악화되고 이는 한러 관계 개선을 위한 외교 동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미국이 러시아와 대리전으로 치르는 전쟁에 우리가 선봉이 돼서 나설 이유는 없다”며 “이런 마당에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부터 논의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에서 30여년을 사업해온 분들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전쟁으로 인해 떠났다”며 “러시아 정부는 이들에 대해 최소한의 설명과 함께 응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특별 좌담회는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실이 주최하고 (사)유라시아21, 상트페테르부르크대 개교 300주년 기념회 주관으로 이뤄졌다. 김수언 유라시아21 이사장의 개회사와 박 의원 환영사와 함께 같은 당 위성락 의원(전 주러시아 대사), 윤상현 의원(국민의힘),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대사가 참석해 축사를 했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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