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년만에 가장 근접했는데..‘WS 꿈’ 또 좌절, 끝나지 않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시애틀의 꿈이 또 좌절됐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10월 21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 경기에서 패했다.
이날 시애틀은 7회초까지 3-1로 리드했지만 7회말 조지 스프링어에게 역전 3점포를 얻어맞고 무릎을 꿇었다. 시리즈 3승 4패. 아쉬운 패배였다.
시리즈 초반까지만 해도 시애틀의 분위기였다. 토론토가 홈 어드밴티지를 갖고 시작한 시리즈에서 시애틀은 원정 1,2차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5선발 브라이스 밀러의 깜짝 호투로 1차전을 가져온 시애틀은 적지에서 2승을 거뒀고 당당하게 안방으로 돌아갔다.
올시즌 전까지 역대 7전 4선승제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먼저 2승을 거둔 팀의 시리즈 승리 확률은 83.9%였다. 현행 2-3-2 포맷이 확립된 후만 따져도 82.1%. 2승을 먼저 거뒀다는 것은 그만큼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의미였다.
특히 원정에서 먼저 2승을 거뒀다는 것이 컸다. 역대 7전 4선승제 시리즈 중 홈에서 먼저 2패를 당하고 시리즈를 뒤집은 사례는 단 3번 뿐이었다. 확률은 단 3.2%(3/93)에 불과했다. 1996년 뉴욕 양키스 이후 아무도 해내지 못한 일이었다. 사실상 95% 이상의 확률을 잡아낸 만큼 미리 샴페인을 준비해도 될 것 같았던 시애틀이었다.
하지만 시애틀은 홈에서 열린 3,4차전을 내리 패하며 시리즈 리드를 잃었다. 5차전 승리로 간신히 3승 2패 리드를 안았지만 원정에서 마지막 2경기를 모두 패했다. 팀이 자랑하는 스타인 훌리오 로드리게스와 칼 롤리가 홈런을 쏘아올리며 3-1로 리드한 7차전 7회초까지만 해도 희망에 차있던 시애틀이었지만 7회말 꿈이 부서졌다.
1977년 창단한 시애틀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월드시리즈 무대조차 밟아 본 적이 없는 팀이다.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는 팀은 밀워키 브루어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콜로라도 로키스, 탬파베이 레이스까지 총 5개지만 그 중 월드시리즈에 진출조차 해보지 못한 팀은 시애틀 뿐이다. 콜로라도, 탬파베이와 함께 1990년대 창단한 '막내 구단'들인 마이애미 말린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가 이미 우승까지 경험한 것과 대조되는 불명예 기록이다.
시애틀 입장에서는 어느 때보다 아쉬운 결과다.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은 이번이 4번째. 시애틀은 올해 이전 3번의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모두 2승 이하를 거두며 패했다(1995년 1승4패, 2000년 2승4패, 2001년 1승4패). 하지만 올해는 최초로 먼저 2승을 거뒀고 창단 후 처음으로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3승 고지를 밟기도 했다. 창단 49년만에 가장 월드시리즈에 근접한 시애틀이었다.
전력 면에서도 확실한 기회였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뉴욕 양키스가 토론토에 패한 가운데 토론토는 마운드의 약점이 확연했다. 반면 시애틀은 탄탄한 로테이션을 보유하고 있는 팀이었고 그간 약점이었던 타선도 '홈런왕' 칼 롤리의 비상으로 강력한 무기가 생긴 상황이었다.
하지만 믿었던 마운드가 흔들렸고 타선도 1,2차전 이후 주춤하며 결국 토론토에 무릎을 꿇었다. 정규시즌 에이스였던 브라이언 우가 불펜에서 부진했고 조지 커비, 로건 길버트, 루이스 카스티요의 선발 3인방도 모두 부진했다.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5선발 밀러가 홀로 제 역할을 했을 뿐이었다.
이제 언제 다시 이만큼 높은 곳까지 오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롤리는 올해 MVP급 활약을 펼쳤지만 이만한 성적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팀에 합류해 타선에 큰 힘을 보탠 에우헤니오 수아레즈와 조시 네일러는 FA 시장으로 향한다. 2루수와 지명타자를 소화하며 맹활약한 호르헤 폴랑코도 FA 자격을 얻는 상황. 여기에 강점이던 선발진도 조금씩 균열이 보이고 있다. 내년 시즌에는 올해보다 전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큰 시애틀이다.
스즈키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 큰 충격을 주며 데뷔한 2001년 시애틀은 역대 한 시즌 최다승 타이인 116승을 거뒀다. 디비전시리즈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를 꺾고 리그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양키스에 1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이후 시애틀은 긴 암흑기를 보냈다. 시애틀이 다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것은 이치로가 통산 3,089안타, bWAR 60.0을 쌓고 은퇴한지 3년이 지난 2022년이 돼서였다. 그동안 북미 4대 프로스포츠 최장기간 포스트시즌 탈락 불명예 기록을 매년 새로 쓴 시애틀은 2022년 드디어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디비전시리즈까지 올랐다. 하지만 디비전시리즈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시리즈 스윕을 당하며 가을을 마쳤다.
20201년부터 5년 연속 위닝시즌을 기록한 시애틀은 올해 3년만에 다시 가을 무대에 올랐다. 이번에는 와일드카드가 아닌 당당한 지구 우승이었다. 시애틀의 지구 우승도 2001년 이후 처음. 아메리칸리그 포스트시즌 진출 팀 6팀 중 2번 시드였던 시애틀은 디비전시리즈에 직행했고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를 혈투 끝에 제압하며 2001년 이후 첫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올랐다. 그리고 적지에서 2승을 먼저 챙기며 사상 첫 월드시리즈 진출도 노렸지만 끝내 무릎을 꿇고 말았다.
49년만에 가장 월드시리즈에 가까이 다가갔지만 끝내 또 좌절했다. 메이저리그 유일의 불명예 기록은 이제 앞자리가 5로 바뀌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사진=시애틀 매리너스)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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